내적관종의 최대 고민
유튜버로 벌써 3년차
근데 구독자는 3년이라는 시간에 비해 1300명대를 겨우 채운(?) 새내기 유튜버입니다.
중간에 영상을 안 올린 거 아니냐고요?
-아닙니다. 다만, 주제가 아주 많이 바꼈더랬죠.
겨우 나에게 맞는 주제를 찾아 1년 정도 꾸준히 했더니 1천명을 달성했고 수익 창출 조건도 채워졌다.
어라? 광고가 들어오네..?
어라? 나보고 크리에이터가 되어달라네..?
분명 2년전만 해도 내 유튜브는 왜 이렇게 성장이 더딜까? 라며 자책과 고민을 일삼았던 시기가 있었는데.
작은 협찬에도 기뻐하며 동네방네 협찬 문의 메일을 캡쳐해 자랑하던 때가 있었는데.
조금 규모가 커지려니까 무섭다고 지랄.
알려지는 게 두렵다고 지랄.
입니다.
이런 현상(?)과 동시에 몇 십만, 몇 백만 구독자를 거느린 대형 유튜버들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지고 그들의 담력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스벅에서 마스크 잠깐 벗고 커피 마시다가 누군가 쪽지와 마카롱을 내밀며 ‘팬이에요’라는 일이 생기는 거 (아, 나 말고 대형 유튜버들 브이로그 보면 그러더라고요) 그거 좋은 거잖아. 물론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겠지만. (내 남편은 죽어도 얼굴 알려지는 거 싫어하는 재질)
여튼, 내 기준에서 누군가에게 관심을 받는 건 아주 기쁜 일이었다.
근데 왜? 나는 왜? 더이상 내가 알려지는 게 조금 무서워졌을까?
내가 소비되는 게 무서웠다.
불특정 다수에게 내가 소비되는 게.
그래서 광고도 더이상 진행 안하려고 페이를 채널 규모에 비해 턱도 없이 높게 부르거나 했다. (아마 광고주는 뭐 이런 게 다 있어?라고 생각했을 듯 싶다)
최근에 콘텐츠 회사에서 나에게 크리에이터가 되어달라고 제안이 왔다.
내 유튜브 채널과 별개로 소속 크리에이터가 되어서 유튜브 콘텐츠 기획안에 맞게 출연자가 되는 거다.
첫 촬영 날, 나는 긴장한 채로 촬영에 들어갔다.
촬영 내용은 나에 대한 약간의 인터뷰를 곁들인 곧 서른을 앞둔 29세의 심정에 대한 주제였다.
순조로운 듯 촬영은 진행되었다.
촬영이 끝나고 마음 속에 무거운 부담이 하나 생겼다.
재미 없었으면 어쩌지?
역시 나는 말주변이 부족해..
앞으로 나에게 어떤 걸 또 시킬까?
부담스럽다..
그리고 나 오늘 너무 오버한 거 같은데?
좀 나답지 않은데..
한마디로 불편했다.
어떻게든 웃겨보겠다고 오버하고 MSG 듬뿍 담은 에피소드를 늘어놓는 내 자신을 순간 제 3자로 보면서
애쓴다고 생각했다.
어쩌냐.. 이미 계약은 했는데..
망했다.
이렇듯 잘 되도 지랄인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없다.
너의 선택이었으니 알아서 헤쳐나가보아라.
라고 스스로에게 말하고 있다.
그래서 요즘 마음이 좀 힘들다
내적관종의 최대 고민이다.
소심한 관종의 최대 난관이다.
적당히 관심 받고 싶었는데
(물론 지금도 누군가에게는 적당히도 되지 않는 관심이긴 하다..^^;;헷)
솔직히 악플? 무섭지 않다. 흘리면 그만이다. (물론 얼마나 치밀하냐 허술하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근데 내가 쓸데없이(?) 소비되는 건 좀 무섭다.
그래서 내가 결론 내린 나
나의 결과물로 관심을 받고 싶었던 거 같다.
나 스스로가 인플루언서가 되거나 그런게 아닌..
내 글,
내 그림,
내 무용,
그치마
오로지 내가 인플루언서인 것도 내가 쌓아온 결과물이기도 하다?
???아직은 나에게 설득 되지 않는다.
내가 어떤 컨텐츠로 소비되는 게 아닌 어떤 컨텐츠가 나로 소비되어 알려져야한다.
(뭔 소린지..)
나는 그다지 엔터테이너로써 충분하지도 않다.
나는 1:1에서는 강하지만 다수에게 강한 스타일은 아니다 (유머가)
나는 뭘까.. 지랄맞은 캐릭터가 분명하다.
고생한다 내 지인들이여..
그래서 채널명이 뭐냐고요?
비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