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어 그 날도 없으시던데요...?
우리 첫째는 모유를 잘 드셨다. 와이프도 모유가 많은 편이였고,
덕분에 난 우유를 타서 줄 일이 거의 없다라는 나름의 혜택을 누리고 있었다.
기억은 잘 안나지만 산부인과에 방문한 어느 더운 날,
난 우리 첫째를 받아주신 의사님께 조심스레 여쭤보았다.
"저희 와이프가 모유수유 중인데, 생리가 없는 거 같던데 정상인가요?"
"네, 지극히 정상이예요~"
"그럼, 생리가 없다는 건 임신도 불가능한 건가요?"
"네, 그렇죠~"
난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아아 그 동안 얼마나.....
육아의 힘든 생활의 연속에 어느정도 익숙해지니
슬금슬금 남자의 본능(?)이 깨어나기 시작했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정말 반가운 소식(?!)이 아닐수 없었다!
"그런데, 와이프분이 생리를 안 하시는만큼 욕구도 없으실텐데~"
"아......그런가요...." (시무룩..)
아닌게 아니라 정말 그렇긴 했던 것 같다.
내가 잘못 느낀게 아니라면 말이다.
와이프에게 느껴지는 약간의 우울감도 있어서 내심 산후우울증이 아닌지 걱정도 했었다.
어찌되었건 이런 질문들이 있었던 날 이후 우린 일상의 육아를 다시 시작했고,
우리 첫째가 5개월에서 6개월 사이였던 무렵...산부인과에서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어머! 둘째가 생겼네요?! 축하해요!!"
"네???? 뭐라구요???"
"임신이라구요~ ^^"
"....아니, 저기..."
...웃음이 나오십니까 의사양반?
불과 얼마 전에 임신 안 될꺼라고 그러신 분이 바로 당신입니다만...
"저번에..생리가 없으면 임신이 안 된다고.."
"아아~ 그게 100%가 아니거든요~ 충분히 가능해요~호호호호호"
"...아..."
맘 같아선 고소라도 해보고 싶은 심정이였으나....
둘째가 생겼다는 사실은 그런 종류의 사실이 아니였기에
별 생각도 않고 와이프와 난 낳기로 결정을 했다.
그 결정 이후 가장 힘들었던 것이..첫째의 모유를 끊어야 한다는 점이였다.
임신을 한 상태로 모유수유까지 지속하는 게 산모에게 무리라는 의사의 의견이 있었고..
우리는 강제로 첫째의 주식인.. 모유를 끊어야 했다.
진심 그때 당시의 모유를 끊었던 일주일은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기간이다.
우리 첫째는 영문도 모른 채 밥을 주지 않는 엄마를 향해 처철한 울음을 보여줬고
그걸 보는 나와 와이프는 정말 마음이 미어졌다.
(이게..애기가 배고프다고 울면 대부분 얼른 분유라도 주기 때문에..듣기 힘들 것인데...안 주고 뻐기면
울음소리가 정말 처절하게 변한다..그 때 우유를 타주고 자연스럽게 배고파서 먹기를 유도했었다..
우리 첫째는 모유만으로도 생활이 가능했기에 우유를 싫어하는 편이였다...)
우리가 조금만 더 계획적으로 움직였더라면 첫째에게 이런 고통을 안겨줄 필요는 없었을텐데.
먹고 싶을만큼 많이 먹어도 되는 모유인데, 그걸 애타게 찾으며 우는 녀석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
와이프와 나는 그 때 이런 다짐을 했다.
절대로 둘째가 태어났다고 첫째를 등한시하지 말자고.
둘째 한번 안아줄 때 첫째도 안아주자고.
우리의 선택 때문에 못 받은 따뜻함을 다른 형태로 돌려주자고 말이다.
그렇게 우리 첫째가 태어난지 15개월 후(믿기 힘드시겠지만 진짜입니다), 둘째가 태어났다.
그렇게 우리 집안의 연년생 형제가 모두 태어났다.
또 그렇게, 다시 한번 아기와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자, 잊지 말자. 오늘의 교훈.
모유 수유 기간에 생리 안 한다고 방심하지 말 것.
연년생을 계획하고 있는게 아니라면 조심하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