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교육, 메이커스페이스, 메이커교육
메이커 교육에서 메이커 스페이스는 교사의 교수학습 설계를 도와주는 공간이 된다. 그리고 학생들에게는 다양한 재료, 도구, 장비를 제공하여 자신이 원하는 산출물을 제작할 수 있게 한다. 그리고 그 공간은 지식을 공유하고 축적하는 커뮤니티 역할을 한다. 메이커 스페이스가 가지는 교육적 어포던스(affordance, 행위유발성)는 메이커 교육의 가치를 더욱 확장 시킨다. 이러한 관점에서 메이커 스페이스는 미래 교육에서 ‘창조’ 활동을 지원하는 필수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다. 메이커 교육을 실천하고 연구하는 교사연구자로서 미국의 메이커 스페이스 사례를 살펴보았다. 대학, 과학관, 도서관, 민간 등 다양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메이커 스페이스를 살펴봄으로써 한국의 메이커 스페이스 구축에 대한 시사점을 얻고자 한다.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체험형 과학관인 익스플로라토리움은 팅커링(tinkering)을 통해 메이킹을 촉진한다. 과학관은 전체 6개의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팅커링, 생태계, 빛, 바람, 조수, 역사, 지리 등과 관련된 과학 체험물을 전시하고 있다. 2구역에 위치한 팅커링 공간에는 전기전자와 기게요소와 관련된 체험물과 워크숍 공간을 제공한다. 학생들은 이 공간에서 그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대부분의 과학과 기술을 체험할 수 있다. 손잡이를 돌려 유도 전류를 만들거나 풀리 시스템을 통해 동력이 전달되는 과정을 이해한다. 또, 인형의 위치를 바꾸어가며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을 만들기도 하고, 부품의 위치를 바꾸어 핀볼 게임을 직접 만들 수도 있다. 대부분의 체험물은 나무와 철로 구성되어 있어 매우 견고하고 유연하게 작동하여 고장난 체험물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이 공간에서 학생들은 직접 만지면서 조작하고 변수를 바꾸어 다양한 산출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팅커링을 통해 자연스럽게 과학기술에 흥미와 지적 도전을 느끼게 되고 워크숍에 참여하여 그들이 원하는 작품을 만들어 낼 기회를 제공한다.
스탠포드대학교 내에 위치한 D.School은 Design School의 약자로 디자인을 가르치는 것이 아닌 생각을 디자인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학교이다. 이를 위해 D.school은 아이디어 도출을 위한 최적의 공간이다. 몇 개의 스튜디오로 이루어진 공간은 어디서든지 기록하고 회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마련되어 있다. 천장에 레일형 화이트보드를 구성하여 개인별 또는 팀별 유연한 작업 공간을 제공한다. 그리고 복도는 이동 통로뿐만 아니라 편안한 분위기에서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화이트보드와 좌석을 제공한다. 아이디어 도출 활동이 끝나면 학생들은 자신의 생각을 간단한 재료를 활용하여 프로토타입을 만든다. 프로토타입을 만들기 위한 재료로 우드락, 골판지, 종이 박스 등의 재료가 상시 비치되어 있으며, 이를 위한 각종 도구가 타공판에 비치되어 있다. 학생들이 만든 소파, 의자, 책상 등 다양한 가구의 프로토타입이 사방에 전시되어 있어 다른 학생들의 사고 활동에 영감을 주고 있었다. 프로토타입이 만들어지면 공유 공간에서 이를 발표하거나 전시함으로써 다른 학생들로부터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전시 공간은 다양한 형태로 무대를 만들 수 있고 중앙 통로에 위치하고 있어 사방에서 접근이 가능하다. 스탠포드대학교의 D.school은 디자인 활동을 위한 최적화된 공간으로 학생들의 창의적 사고를 촉진한다.
LA 롱비치에 위치한 미셀 오바마 도서관에는 작은 메이커스페이스가 있다. 그 공간에는 10여 대의 컴퓨터와 모둠형 테이블이 있고, 한쪽 벽면에는 3D 프린터가 놓여 있다. 이 공간은 도서관을 이용하는 성인을 위한 공간보다는 도서관 주변에 살고 있는 학생들의 방과후 학교 역할을 한다. 경제적 상황이 좋지 않은 지역에 위치한 이 도서관은 학생들에게 메이커 스페이스를 제공하여 그들이 학습의 끈을 놓지 않게 지원한다. 이 공간에 비치된 컴퓨터를 활용하여 과제를 수행하고, 3D 프린터를 활용하여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또, 도서관에 비치된 책과 디지털 매체물에서 얻은 지식을 이용하여 메이커 스페이스에서 실제 산출물로 구현할 기회를 갖는다. 이용 규칙만 지키면 누구든지 활용할 수 있고, 언제든지 사서와 테크 매니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메이커 스페이스라 하면 풍부한 재료, 첨단 장비를 떠올린다. 그러나 공간이 지역의 맥락을 반영하여 학생들의 학습을 지원하는 공간, 가능성을 확장하는 공간으로써 사용자에게 다가갔을 때 보다 의미가 있지 않을까? 메이커 스페이스 역할의 확장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샌디에이고 북쪽에 위치한 오픈소스 메이커랩은 민간이 운영하는 메이커 스페이스이다. 메이커 스페이스는 크게 설계 공간과 제작 공간으로 구분되어 있다. 설계 공간에는 3D 모델링, 인터넷 검색, 회의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고, 제작 공간에는 3D 프린터, CNC, 금속 가공 등 다양한 제품을 실제 제작할 수 있도록 마련되어 있다. 일반인은 멤버십 제로를 활용하여 이 공간을 유료로 이용할 수 있다. 주로 취미 활동이나 창업을 위한 목적으로 많이 활용하고 있다. 또,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워크숍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학교 메이커 스페이스가 많이 구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지역 사회의 학교와 연계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직접 학교를 찾아가거나 학생들이 이 공간을 방문하여 워크숍을 받는다. 주요 프로그램으로 디지털 제작(레이저 커팅기 활용, 3D 프린팅), 금속 가공, 목공, 컴퓨터와 코딩 등 20종 이상의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지역마다민간 메이커 스페이스가 많이 생겨나고 있는데, 학교와 이들 공간이 연계한 교육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발굴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 서부의 메이커 스페이스를 탐방하면서 한국의 학교 메이커 스페이스 공간 구축을 위한 제언을 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메이커 스페이스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을 분석하여, 그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공간으로 구축되어야 한다. 메이커 스페이스는 사용자를 위한 공간이다. 그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사용자의 활동에 대한 고민 없이 메이커 스페이스를 만들게 될 경우, 그 공간을 아무도 이용하지 않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의 비전과 목표, 교육과정 등을 분석하고, 교사와 학생의 역량을 고려하여 해당 공간을 만들 필요가 있다.
둘째, 메이커 스페이스는 제작 활동을 촉진하고 위험성을 통제하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공간의 목적에 맞는 다양한 재료, 도구, 장비가 항상 눈에 띄는 장소에 위치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또, 공간은 개별 또는 팀별 활동을 유연하게 지원하고 협력과 공유를 촉진해야 한다. 예상되는 위험은 공간의 구분, 적절한 사인 등을 통해 사전에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지역사회의 메이커 스페이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최근 학교에 메이커 스페이스가 많이 생겨나고 있지만 전담 인력과 비용이 없는 경우 운영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지역에 메이커 스페이스가 있다면 그들이 가진 자원을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메이커 교육에 대한 경험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공간이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까?에 대한 충분한 고민을 갖고 학교 메이커 스페이스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교육적 어포던스를 제공하여 교사의 수업 설계를 지원하고 학생의 역량을 확장한다, 공간은 단순히 재료와 장비를 보관하는 장소가 아닌. 미래교육의 일환으로 주목받고 있는 메이커 교육을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교사의 교수학습에 대한 설계 역량뿐만 아니라 이를 지원하기 위한 공간인 메이커 스페이스가 제대로 구축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