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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짠나의일기 Nov 16. 2018

고민

2018-11-16,pm18:30

11월에는 쉬는 날이 없어서 그런지, 더럽게 시간이 안 간다. 벌써 직장인으로 일한 지 8년이 되어간다. (이제 나도 정말 화석이 되었다) 처음 신입사원일 때 욕심, 열정, 희망 기타 등등 모든 게 과했고 넘쳤다. 맨 땅에 헤딩도 참 많이 했다. 그때는 무슨 땅인 줄도 모르고 닥치는 대로 열심히 부딪혔다. 직장 상사가 해주는 한마디 한마디가 고마웠고, 야근을 당연하게 생각하며 일했던 적도 있었다. 회사의 모든 일이 내 일상의 전부였다. 그 때는 회사 일이 가장 재미있었던 것 같다. (솔직히 말하면, 그때도 힘들었지만 재미는 있었다)


언제부턴가 회사와 나를 분리하는 시점이 왔다. 정확한 시기와 이유는 기억나지 않지만, 회사와 내가 분리되기 시작하면서 일의 재미를 잃었다. 대부분의 시간을 회사에서 보내는데, 이 시간들이 의미 없다고 생각했다.  동료 의식은 사라진 지 오래되었다. 우린 각자 맡은 부분에 대해서만 책임지기 시작했고, 잘잘못을 따져가며 일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 누구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고, 각자 기계 부품처럼 일했다. (사고가 터지면, 수습하는 것보다 당사자를 찾아내는데 더 급급했다. 잘못되면 부품을 갈아 엎을 것처럼..)


아침에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모니터만 봤다. 옆 자리에 앉아 있어도, 대화는 불편했다. 메신저와 메일로 모든 대화는 가능했다. 이럴 꺼면 팀이 왜 필요할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각자 맡은 일만 하고 있고, 공동의 목표는 사라진 지 오래다. 아무도 주인의식이 없다. 회사를 좋아하는 건 멍청한 짓이 되었다. 회사는 철저한 이익 집단이고 쓰임이 없어지는 순간, 나는 흔적도 없이 잊혀질 테니까.  어렸을때는 너무 삭막하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지금 생각해보니 현실이였다. (그냥 인정하기 싫지만 무섭고 당연한 현실이다.)



표면적으로 회사와 나는 구별되었지만, 그렇다고 회사를 제외한 내 생활, 일상이 풍요로워졌을까. 회사에서 느꼈던 성취감, 보람과 같은 감정들은 사라졌고, 일상은 그때와 변한 게 없다. 어릴 때부터, 나는 소속된 공간에서 ‘나’를 확인했다. 학교에선 친구들과의 관계, 성적이 내 인생의 전부였다. 성적이 좋으면 내가 최고 잘 난 사람마냥 자신감 뿜뿜이였고, 그렇지 않은 날엔 내 인생이 망할 것만 같았다.

그러다 자연스레 대학생이 되었다. 대학생활은 생각보다 자유로웠다. 나는 학보사에 들어가게 되었고 그 곳에서 ‘나’를 확인했다. 혼자서는 길고 긴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낼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동아리, 신문사, 학생회와 같은 조직생활을 원했던 것 같다.

( 아무래도 나는 대놓고 외향적인 성격인가보다.)


물론 회사는 경제적인 이유가 강하게 작용했지만, 회사도 조직 생활이라 그 속에서 나의 의미를 찾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회사도, 학교도 아닌 일상생활에서 ‘나’를 찾는 게 익숙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시간을 회사에서 보내는데, 짧은 일상속에서 나의 의미를 찾는게 가능할까 싶기도 하고.)




나만 그런가 싶다. 주변을 돌아보면 모두들 행복해 보였다. (나만 우울한가보다..) 요즘 난 생각도 많고, 정리도 안된 상태로 하루 하루를 버티고 있다. 머릿속이 영양가 없는 생각들로 꽉 차 있어 소화가 안된다. 주말에 뭐라도 배워야 할까. 제 2의 직업을 준비해야 하나. 영어 공부를 다시 해야 할까. ( 생각할 수 있는게 이런거라니… 정말 별 게 없다)

시간이 해결해줄 수 있을까. 노답이다.

하루 종일 생각에 갇힌 느낌이다.


언제, 이 생각의 구렁텅이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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