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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hri Sep 22. 2015

퍼즐맞추기

아팠던 스무살

왜들 그렇게 갑작스러웠던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적어도 한 번은 눈치를 줄 법도 했는데 말이다. 이 관계를 이어가기엔 내가 부족한 부분이 많아서 그랬을 거라고 자책도 해봤다. 하지만 그냥 문자 한 통, 연락두절 따위로 갑작스럽게 헤어짐을 얻어 맞게 하는건 정말 예의가 아니었다. 떳떳하지 못한 이별통보라면 사실을 말하고자 하는 불편함을 피하고 싶어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너무 잘해줘서, 긴장감이 없어서 헤어지고 싶다는 거짓말로 이별을 통보하는게 뻔히 보였다. 그러면 나는, 그들이 아직 어려서 밀고 당기는 재밌는 연애가 하고 싶어서 그랬나 보다 하고 이별의 이유에 설득 당했었다.


모든 이별의 이유는 헤어진 후 시간이 흐른면 퍼즐이 맞춰진다. 나는 수만개의 퍼즐조각을 혼자 맞춰가며 이 사랑의 끝을 확인해 보려고 했었다. 이 조각이 여기인 듯 하다가도 그저 비슷한 모양임에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기를 반복했었다. 혼자 갇혀있던 시간동안 너무나도 아팠다.

헤어지기 전에는 그랬다. 그 사람이 그리워서 언제 울릴 지 모르는 휴대전화를 머리맡에 두고 새벽까지 기다렸었고, 혹시나 잠이 들면 깜짝 놀라 일어나 아무것도 오지 않은 화면을 들여다 봤었다. 다가오는 기념일에 추억을 주고 싶어 철저한 준비를 하며 설레서 잠 못이루는 밤도 많았다. 베개 밑에 사진을 넣어 두고 매일 꿈에서도 만날 수 있도록 기도하며 잠들었었다. 동창회에 전에 만나던 사람이 나오는데 가도 되냐며 나의 허락을 구할때에도 흔쾌히 보내 주었고 미련이 남았던 그 사람이 자기한테 다시 시작하자 그랬다고 울면서 괜히 나갔다고 미안하다고 했어도 그래도 넌 내 옆에 이렇게 있지 않냐며 그 사람을 믿고 있음을 보여줬었다. 첫눈이 내리는 날 꼭 만나자고 했었던게 기억나 집에 돌아오다 내리는 첫눈에 그 사람이 있는 곳으로 단숨에 뛰어 가기도 했었다. 괜한 투정부리며 삐졌을 때에는 달래주겠다며 늦가을 추운 청계천 물에 뛰어드는 무모함을 보이기도 했었다. 집에는 무조건 데려다 줘야겠다고 하루에 지하철 2호선을 두바퀴씩이나 돌기도 했었고, 가끔 차가 끊기면 집에 잘 도착했다는 거짓말을 하고 버스정류장에서 추운 겨울밤을 떨며 지새고 첫차를 타고 돌아오기도 했었다. 친구들과의 만남도 그 사람과의 만남 때문에 미루며 욕먹기 일쑤였고, 우정은 친구의 사랑을 지켜주는 것이라는 가치관을 만들어내기도 했었다.

그래서 더욱 마지막 한조각이 맞춰지질 않았다. 손에 쥔 한조각을 바라보다가 정신이 들어 둘러보니 그렇게 애틋했던 사랑으로 퍼즐이 거의 다 완성되어 있었다. 속상함에 울면서 추억 속 이곳 저곳을 뒤져 만들어 낸 내 사랑은 아프지만 아름다웠다.

그리고 마지막 한조각은 더 이상 그 사람은 날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고 그것을 끼워 맞추기까지 한참을 수만개의 조각이 그려낸 추억 위에 앉아 있었다. 몇 달을 하염없이 앉아서 마지막 조각을 손에 쥔 채로 완성시키지 못하다가 큰 각오로 그것을 빈 자리에 끼워 넣었다. 그때에 가슴이 떨리며 내려 앉았고 손끝을 마지막 조각에서 천천히 뗀 순간 울음이 터져나왔다. 그리고는 조금은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완성된 퍼즐을 한번 스윽 어루만졌고 스무살의 벽에 예쁘게 걸어두었다.












cover image from http://22st.net/m/post/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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