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의 계절이 다가옴에 빈정상한 노처녀의 넋두리
나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노처녀다. 몇살부터 노처녀로 치는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어쨌든 열에 아홉은 노처녀라 생각하는 선은 오래전에 넘은것 같다^^ 안 간건지 못 간건지도 모르겠다. 내 대답은 그냥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네요"이다.
고양이때문에 시집못가는거지~
대부분의 주변지인들은 사지멀쩡하고 얼굴도 아주 못봐줄 정도도 아니고 성격도 무난하고(순전히 내 생각...)갈테면 얼마든지 한번쯤은 갔을법도 한데 아직 독신인 이유가 고양이때문이라 확신한다. 이런 소리를 들으면 왠지 위축되고 조금은 슬퍼져야하겠지만 내가 딱히 결혼에 관심이 없는 타입이라는게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6묘를 키우면서부터 그리고 채식을 하기 시작하면서 점점 남자를 고르는 선택의 폭이 좁아진것은 사실이다. 나는 그게 그리 특별할것없는 내 모습이지만, 이런 내가 아웃사이더 성향을 지닌 사람으로 많이 취급당한다는것을 어느날부터 간간이 느끼게 되었다.
"괜찮은 남자 있는데 소개팅할래? "
"그래, 뭐...까짓거 하지"
(카톡왔숑~~카톡왔숑~~)
"근데 고양이 얘기 했더니 좀 망설이는 눈치야...채식주의자라니까 더 기겁하네"
"야!! 됐다 그래!! "
날 사랑하면 나의 모든것을 이해하고 감싸안아주겠지...라던 허황된 생각은 예전에 쓰레기통에 처박았어야하는데 사실 나도 현실감이 한참 떨어지긴 했었나보다. 어쨌든 그런 일이 몇번 반복되고부터는 내 남자가 될 사람은 반려동물 또는 채식 둘중에 하나는 반드시 교집합이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게 되었다. 어째 점점 결혼과는 영원히 빠이빠이가 되는것 같다만, 연애가 아닌 일상생활을 함께 영위하게 되는 결혼에서는 당연히 맞아야하는 조건인것이다. 그런거 다 따지고 시집갈수 있겠니, 못간게 다 이유가 있구만..이라고 한다면 뭐 딱히 할말은 없다. 굳이 이런것까지 다 포기하고 대충 골라잡아 갈만큼 결혼에 목멜 이유가 없다는게 어찌나 다행인지...
약자를 어떻게 대하는지를 보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고
절대적으로 힘이 약한 무력한 이들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 사람을 거의 다 파악할 수 있다
(전쟁중 군인들이 강아지에게 먹을거리를 나눠주는 모습)
동물권리에 관한 글을 많이 쓴 철학자 마크 롤렌즈의 명언이다. 이 글귀는 동물을 키우게 되면서 내가 어떤 사람에 대해서 판단하는 중요한 지표가 되고 있다. 여성여러분~특히 호감가는 남자가 있다면 더더욱 이말을 적용해 살펴보시라!
여기서 '약자' 라는 것은 자신보다 사회적, 경제적 지위가 낮은 사람을 말하는 것이지만 내 입장에선 당연히 '동물'도 사회적 약자에 포함된다. 특히 버려진 동물이나 길고양이에 대한 태도와 주관이 그 사람의 평소 인품을 여과없이 드러낸다고 생각한다. 평상시에 어린이와 여자, 노약자에게 무례하고 운전할때 양아치가 된다거나 계산할때 카드를 던지거나, 건물청소부나 경비원들에게 반말 찍찍 날리거나, 감사합니다 미안합니다의 인사에 인색하다면 이건 뭐 재고의 여지 없이 무조건 탈락이다. 아무리 김수현, 송중기 뺨을 열두번도 더 때릴 비주얼이라 해도 이런 놈의 인성은 그저 쓰.레.기.에 불과하다는게 나의 지론이다.
마지막으로 같이 늙어가는 독거 노처녀 여러분께 한마디 하고 싶다.
아무리 배가고파도 썩은 음식을 먹을수는 없는 법이라고...
당장의 허기는 달래겠지만 이걸 먹고 탈난데는 약도 없음을 명심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