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작가 Jun 21. 2023

무계획 여행의 미묘한 실패, 여름의 삿포로

퇴사 전 홋카이도 여행

홋카이도를 여행한 지 3일째. 오늘은 오타루 시에서 출발해 삿포로 시에 도착한 후 삿포로 시내에서 자유 여행을 즐겼다


결론만 말하자면 이번 삿포로 자유 여행은 다소 실패였다. 나는 기본적으로 무계획 여행을 즐기는 편인데 지금까지 여행지와 다르게 홋카이도는 너무 넓었다.


섬이라고 하면 보통 제주도 크기를 떠올리지만 홋카이도는 무려 남한 크기의 80%나 되는 광활한 면적을 자랑한다. 홋카이도를 다 보려면 국내 전국 일주를 해야 하는 셈이다. 여행 전부터 넓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직접 체험해 보니 상상 이상이었다.


삿포로 시만 하더라도 서울의 1.8배 정도로 큰 면적인데 볼거리가 있는 시 외각으로 가려면 버스를 타고도 꽤나 한참을 가야 했다. 교통비도 너무 비싸서 쉽게 지불하기 어려웠다. 명확하게 목적지와 동선을 짜지 않으면 헤맬 수밖에 없었다.


지금껏 다녔던 동남아 여행에서는 어딘가 목적지에 가고 싶으면 그랩이나 택시를 타고 떠나면 되지만 일본 택시는 너무 비싸서 쉽게 이용할 만한 이동수단이 아니었다.  


물론 무계획 여행이기 때문에 삿포로의 모습을 느긋하게 감상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지만 이동하거나 어디로 갈지 고민하는데 다소 시간을 많이 사용한 게 아쉬웠다. 최소한 여행지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정보를 찾아뒀더라면 더 좋은 여행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버스 시간대를 조사하지 않아서 목적한 곳에 못갔다.


'P'형인 나는 여행 계획과 마찬가지로 퇴사 계획 또한 다소 무계획이었다. 지금이 6월 초니까 대충 6월 말이나 7월 초에 퇴사를 하고 7~8월은 코딩 강사로 일하면서 남는 시간에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여 포트폴리오를 완성할 계획이다.


그리고 9월쯤 퇴직금과 저축금을 털어 동남아로 가서 3개월 정도 어학원을 다니며 영어 공부를 하고 싱가포르 취업을 계속 시도할 생각이다.


이렇게 보면 이번 여행 계획보다는 퇴사 계획이 나름 쳬계적(?)으로 보이지만 결국 디테일한 부분이 없고 각각 계획에 대해 별다른 정보를 찾지 않았다는 점은 똑같았다. 퇴사를 할 때도 오늘의 여행처럼 정보 수집을 소홀히 하면, 분명 후회할 순간이 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족스러운 여행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명확한 목적지와 그 목적지에 잘 도착하기 위한 방법을 잘 알아야 했다. 똑같이 만족스러운 퇴사를 하기 위해서도 퇴사를 통해 이루고 싶은 목적이 무엇인지 구체화시키고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요한 정보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간단하게 생각해도 현재 싱가포르에서 나 정도의 연차의 개발자가 취직하는 경우가 얼마나 있는지? 내가 진행할 프로젝트가 어떤 분야의 취직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 내가 가게 될 도시는 어떤 곳인지와 같은 정보들이 있을 것이다.


좋은 퇴사를 위해서, 내가 해야 할 일은 간단하다. 여행이 끝난 후 'P'본능을 물리치는 것이다. 좀 더 체계적으로 퇴사 계획을 짜고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좋은 퇴사 라이프가 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홋카이도 보다도 더 넓은 인생의 선택지 속에서도 후회하지 않는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다소 귀찮음을 이겨내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무계획이라 TV타워를 보고나니 갈데가 없었다.




작가의 이전글 퇴사 전 오타루 여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