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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래울 이선예 Apr 13. 2024

원고를 넘기고

나의 첫 수필집



  2년 동안 수필 반에서 쓴 글을 출판사에 넘겼다. 끼고 있던 자식 하나가 독립해서 나간 느낌이다. 시원하지도 않고 홀가분하지도 않다. 아직은 홀로서기에 부족한 아이 하나를 길가에 내동댕이친 기분이다. 

  사실 나의 출간 목표는 오래전부터 버킷리스트 중의 하나였다. 언젠가 김형경 작가의 <천 개의 공감>을 읽다가 ‘이대로 산다면 죽을 때 후회하게 될 100가지 일을 적어보라’라는 글을 보고 생각하게 된 일이다. 100가지를 다 쓰진 못했지만, 나의 문집 만들기는 일곱 번째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이었다.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아직은 나의 사회적 활동도 있고 집안일도 많다 보니 글을 쓴다는 것은 나에게 사치였다. 시간의 배려와 감성과 절실한 생각이 동반되어야 하는 일이었다. 


  1994년에 ‘심상’ 시우회에서 시 공부를 한동안 한 적이 있다. 그리고 글을 쓰겠다는 미련이 남아있어 2015년에 수필 공부를 1년 정도 했었다. 그 후 7~8년 동안은 단 한 줄의 글도 쓰지 못한 채 시간은 흘러갔다. 

  글쓰기에 목말라 있었던 나는 2020년 비장한 각오로 방송대 국문과 3학년에 편입을 했다. 기초적인 기반을 다지고 싶었다. 코로나 덕분에 모든 활동에 제약이 있어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순탄하게 졸업했다. 하지만 글을 쓴다는 일은 누군가가 나를 대신해서 해줄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러던 중 나와 친한 동료 강사이면서 수필 작가인 함수연 씨의 권유로 광진 문화원 수필 반에 등록했다. 

  수필 반 강사님은 조선대학교 교수로 정년퇴임을 하고 명예교수로 활동 중이신 평론가 임영천 선생님이었다. 나는 2022년 4월부터 광진구에 있는 문화원에 글공부하러 다녔다. 매주 화요일이 너무 행복했다. 글을 잘 쓰기보다는 글을 씀으로써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이었다. 

  그 무렵 나는 뇌출혈로 쓰러져 1년 반을 투병하다 하늘나라로 간 여동생에 대한 그리움과 슬픔으로 마음이 매우 힘들었었다. 어쩌면 글을 다시 써야겠다고 생각한 것도 동생에 대한 애도의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하루하루 글을 쓰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부드럽고 여유가 생기고 내 마음도 한층 가벼워졌다.


  매주 글을 쓰다 보니 내가 쓴 글은 어느새 60편이 넘었다. 나는 생전에 화가였던 여동생의 그림과 내가 쓴 글을 같이 엮어 수필집으로 만들겠다는 새로운 목표를 조용히 생각하고 있었다. 여동생은 개인전을 12번을 했고,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서양 화가인 나혜석 미술대전에서 대상을 타기도 했었다. 

  그동안 내가 쓴 글을 세상 밖으로 내보낸다고 생각하니 어느 순간에는 자신감이 없어지기도 하고 남몰래 마음먹은 목표를 포기할까도 여러 번 생각했다. 하지만 용기를 내기로 마음먹은 것은 내가 지나온 시간의 의미를 잊고 싶지 않아서다.     

  원고를 넘긴 지 열흘이 넘었다. 출판사에서는 편집과 교정 작업을 거치면 한 달 후 정도면 책이 나온다고 한다. 오늘도 동생 그림에 대한 편집과 원고 수정으로 기획사와 여러 차례 의논과 수정작업을 했다. 


  출간을 앞두고 나에게 칭찬과 격려를 해주고 싶다.

“그동안 수고했다, 애썼다.”라고….

사실 목표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는 요즘, 마음이 두근두근하고 가슴은 계속 콩닥거린다. 예쁜 책이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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