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서평>
작년에 답십리도서관에서 서평단을 위한 강의를 했다. 강의를 들은 분들은 한 달에 한 편씩 서평을 썼고 도서관은 그것을 홈페이지와
도서관 게시판에 게시를 해주어 다른 분들의 책 선택에 도움을 주었다. 그렇게 여럿이 쓴 서평이 책으로 나왔다. 서평 쓰신 분들이 얼마나 뿌듯했을까? 도서관 담당 선생님은 얼마나 흐뭇했을까? 그리고 나도 거기에 숟가락 하나를 얹는다. (강의자의 보람...)
너무나 사변적인 이야기로만 흐르는 독후감에( 혹은 어렸을 적 독후감 숙제에) 멀미를 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그것의 방향을 틀어 '서평 쓰기'로 이름을 바꾸고 다루는 내용도 조금씩 바꾸어 강의를 하고 글을 쓰는 것이 요즘의 추세다.
서평은 독후감에서 이름만 바꾸어서는 안 된다. 독후감은 주관적인 감상이 주를 이루는 글이라면 서평은 객관적 분석과 평가를 통한 이해의 측면이 더 강조되는 글이다.
서평의 내용은 재현, 해석, 평가로 구성되는 것이 보통이다. 쓰는 사람에 따라서 어느 한 부분이 두드러지게 강조될 수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이 세 요소를 빠뜨리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맞다. 대상 자료에 대해서 바르게 이해를 하고 거기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연계시켜 주체적으로 표현하고 평가하는 것이 서평의 주된 내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말이 그렇지 이게 그렇게 쉬운 일인가? 또한 주관과 객관이 그렇게 무 자르듯 잘라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서평을 쓸 때는 이 책이 어떤 책인지 간단하게 소개하는 것은 필요하다. 이때, 포인트나 캐릭터, 테마를 강조해서 적을 수 있다. 그리고 이 책이 다루는 테마와 메시지는 무엇인지를 말하는데 이 부분에서 백인백색으로 드러나게 되게 또 그렇게 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조금 눈치가 빠른 독자라면 책의 주요 캐릭터와 이야기의 진행 방식을 이해하고 그것을 설명하는 글을 쓸 수도 있겠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이 책에 대한 자신의 감상과 평가다. 이때는 인용구를 사용하여 감상과 평가를 더욱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겠다.
이번 강의는 차근히 단계를 밟도록 설계했다. 글쓰기를 처음으로 혹은 아주 오랜만에 해보는 사람들이 글쓰기의 기본기를 먼저 배우고 나서, 책을 읽은 '나'가 중심이 되는 글, 내가 읽은 그 '책'이 중심이 되는 글, 그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리는 어떤 생각을 했고 그 안에서 '나'는 어떻게 변했는지를 살펴보는 글의 식으로 단계를 밟아 가게 했다.
글은 읽는 사람이 누구인가, 대상독자에 따라서 달라져야 한다. (도서관에서 와서 가볍게 책을 고르는 사람인가, 학문적 성취나 자신의 깊은 사유에 더 깊은 성찰을 더 하고 싶어서 책을 알아보는 사람인가......)에 따라 서평의 방법과 깊이도 달라지게 되어 있다.
도서관 서평단의 글은 일단 읽는 재미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깊은 의미와 분석으로 쉽게 읽기 어렵지만 누군가는 꼭 써 주어야 하는 서평은 그 '누군가'가 써 주시기를 바라면서 우리는 "내가 이렇게 재미있게 읽은 책을 당신도 재미있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어요" 하는 마음으로 글을 썼다. 그 글들이 도서관 이용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올해도 정원이 다 찼다. 올해는 대학생 수강생도 오셨다. 더욱 긴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