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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oom Jul 12. 2021

여행, 그 강렬한 기억

먹고 뜯고 씹고 즐기고

영화에서 가끔 소재로 활용되는 순간순간을 눈으로 사진 찍듯 기억하는 초능력자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이 기억이 정말 100% 확실한 기억인지 스스로에 의해 편집된 기억인지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많은 분들이 그러듯 여행을 아주 사랑했었다. 여행을 비일상적인 장소로 떠나는 것이기에 강렬한 기억이 수반될 수밖에 없는데 개인적으로는 아주 흥미로운 점이 있다.

스위스 : 렌터카를 타고 인접한 프랑스, 독일 국경을 넘나들며 깨끗한 호텔에서 지냈다.


멕시코 : 2달이 조금 안 되는 기간 동안 머물며 한 달 정도는 해변에서 나머지는 소도시를 떠돌며 거지꼴을 못 면했다 


두 여행 모두 다른 맛으로 즐거운 기억으로 남았지만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에서 국내의 큰 여행 커뮤니티 중 하나의 이름처럼 '여행에 미치다.'가 되어 버린 것은 역시 거지꼴을 면치 못했던 멕시코 여행이었다. 


주변에 여행에 빠져있는 사람들을 혹은 여행지의 기억이 돌아와서도 가치관에 영향을 주는 수준으로 추억에 빠져 있는 사람들을 대부분 오지? 험지?라고 부르는 곳을 다녀온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물론 아주 힘들고 다시는 가지 않은 곳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내게 유럽이 그림 같은 곳이지만 무색무취였다면(물론 배낭여행의 유럽은 또 다른 맛이었다) 멕시코를 떠올리면 총천연색에 달고 시코 메케한 냄새와 시끌벅적한 소음과 운율이 들려온다.


인간은 크게 동물이라는 관점에서 안락함을 추구하는 게 당연한 것 같은데 왜 강렬한 자극을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그 맛을 잊지 못하고 살아갈까. 그 강렬한 자극도 말초신경의 자극이 아닌 쾌적한 생존의 반대편 저 멀리 어딘가에 있는 습하고 주름진 느낌을 그것을. 덥고 후덥지근한 골목과 지저분한 노점상, 온몸 가득 까슬거리던 모래 알갱이 달갑지만은 않던 이국의 냄새가 향수처럼 그립다.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기 + 엄마로 살아가기를 하느라 예전과 같지는 않지만 가끔 그리울 땐 랜선 여행을 떠난다. 만일 비슷한 향수를 가진 분들이 계신다면 추천.


1. 이건 개인의 취향인데, 영화 비포선셋, 비포 선라이즈, 비포 미드나잇 시리즈를 좋아해 유튜브로 사운드트랙을 검색해 스쳐 지나가는 장면들과 멍하게 보고 있으면 나도 기차에 올라탄 기분.

좋은 ost가 많은데 물론 중요한 씬이 되는 왈츠곡도 좋지만, honeymon의 가사와 멜로디가 좋다.( https://youtu.be/B7Z3RxmmmyA)

이유는 모르겠지만 좋아하는 장면. 외부의 풍광인 나오진 않지만 식당의 소음도 두 사람의 포즈도 대화도 좋다.


2. 유튜브에 city sounds를 검색하면 생각보다 다양한 도시의 소음이 나온다. 영상을 보며 다른 음악을 들어도 좋고 소리를 들으며 다른 사진이나 영상을 봐도 좋다.

화면 안으로 들어갈 뻔했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그리고 다시 우리의 일상을 찾을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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