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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oom Jul 13. 2021

미운 아기오리 : 이상한 아기오리

나는 너 안 미워.

햇살이 아름다운 계절이 되면 숲은 한층 더 분주해진다.


 하늘에서 땅 그리고 물속까지 사랑의 향기가 넘실거리고 연못 한 편의 소박한 둥지에선 엄마 오리가 알을 품고 있다. 곧 귀여운 아기 오리들이 알에서 깨어나 '꽥꽥' 소리를 내며 귀여운 궁둥이를 '흔들흔들' 줄을 지어 다닐 예정이다.


 첫 번째 알이 '토독' 하고 깨지지는 것을 신호로 예닐곱 개의 알에서 연이어 귀여운 부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엄마 오리는 혹여 나오지 못한 아기가 있나 연신 두리번거리다 실금이 가 있는 다른 알보다 커다란 알을 발견하고 도움을 준다. '토독' 이 아닌 '쩍' 하고 갈라지는 소리가 나고 다른 형제들과 크기도 색도 조금 다른 막내가 세상으로 나왔다.


 사랑의 향기가 넘실거리던 곳은 오리 둥지뿐만이 아니었다. 커다란 떡갈나무 아래 포근한 보금자리에선 노루 형제가 걸음마 연습을 하고 있고, 떡갈나무 꼭대기의 독수리 둥지엔 아기 독수리가 부리를 뾰족 내밀고 간식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연못가에 위치한 오리 둥지 아래 물속에선 갓 태어난 아기 잉어들이 분주히 지느러미를 움직이고 있다.


오리 형제는 처음 만난 세상을 조심스럽게 하지만 호기심 넘치는 눈으로 관찰하던 중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 얘들아 막내가 조금 우리랑 다른 것 같지 않아? "

" 맞아, 크기도 색도 깃털 모양도 우리와 달라."

" 다른 건 이상한 거야. 막내는 이상해. 앞으로 막내를 미운 오리라고 부르자."

한바탕 오리 둥지에선 소란이 벌어졌지만 엄마 오리가 먹이를 가지고 귀가하자 잠시 이야기를 멈추고 식사에 집중하며 소란은 이내 지나갔다.

"애들아, 내일은 숲 학교에 입학하는 날이야. 모두 저녁 먹고 나면 바로 잠자리에 들어야 해."

 엄마 오리의 말에 오리 형제를 저녁을 먹고 설레는 마음으로 이른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이 밝고 기다리던 입학식 날. 숲 학교 입학식은 모두가 참여할 수 있도록 연못 가에서 열렸고 아기 노루, 아기 독수리, 아이 잉어 그리고 아기 오리들이 참석했다.


 다른 동물들을 처음 만난 아기 동물들은 대화를 시작했다.

"너는 날지 못하니? 이상해." 아기 독수리

"너는 헤엄을 못 치니? 이상해." 아기 잉어

"너는 달리지 못하니? 이상해." 아기 노루

나와 다른 것은 이상했고 모두 이상한 점 투성이었다.


 모두가 혼란스럽던 중 갑자기 한쪽 구석에서 우렁찬 아기 오리 소리가 들렸다. "우린 날고, 헤엄치고, 달릴 수 있어!"


 정적이 흐르고 무리 중 누군가가 외친다. "그럼 대결을 해보자." 입학식은 순식간에 체육대회로 바뀌었다.

첫 번째 종목인 '높이 날기' 선수로 아기 독수리가 출전했고 오리 형제 중 가장 날렵한 오리가 출전했다. 하지만 시작과 동시에 눈 깜짝할 새에 하늘 높이 점으로 사라져 가는 아기 독수리에게 큰 실력차로 지고 말았다.

두 번째 종목은 '오래 잠수' 대표 선수로는 아기 잉어와 오리 형제 중 가장 물장구를 잘 치는 오리가 나섰다. 결과는 이번에도 물밖으로 도무지 고개를 내밀지 않는 잉어에게 지고 말았다.


 자존심이 걸린 마지막 대결에 어떤 선수를 내보내야 하는지 오리 형제들을 회의를 시작했고 심사숙고 후 결정된 마지막 선수는 바로 조금 다른 미운 오리, 막내 오리.

"미운 오리는 우리와 다른데, 이런 오리가 우리를 대표할 수 있을까?"

"우리와 조금 달라서 조금 이상하지만, 다른 동물들은 우리와 더 많이 달라서 더 이상해."

"맞아, 이 중에서는 우리와 제일 가까우니 미운 오리라도 오리는 우리 편이야."

"미운 오리가 체구가 가장 크니 우리를 대표해서 대결 선수가 되어줘."


 세 번째 종목인 "빨리 뛰기" 종목은 노루 그리고 미운 오리가 출발점에 서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미운 오리는 열 발자국씩을 앞서 달려 나가는 노루에게 형편없이 패했다. 모든 대결이 끝난 후 숲 학교 친구들을 오리 형제를 마구 비웃으며 돌아갔다.


 사랑이 넘쳐나며 반짝이는 숲은 서로를 이상하게 바라보고, 비난하는 아기 동물들의 소리에 점점 반짝임을 잃고 바스락 소리를 내며 말라갔다. 그러던 어느 날 숲에 불이 났고 온 숲을 태워버릴 기세로 활활 타올랐다. 이를 제일 먼저 발견한 오리는 빠르진 않지만 자신의 속도로 열심히 달려 노루 집으로, 높이 날진 못하지만 최선을 다해 날아 독수리 집으로, 오래 잠수하지 못하지만 힘을 내어 물고기 집으로 이 소식을 전했다. 오리 형제 덕에 숲 속 동물 친구들은 제시간에 산불을 피할 수 있었다.


 큰 산불이 지나가고 잿더미가 된 숲 학교 자리에 모인 동물친구들은 오리 형제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지난번 대결 결과를 두고 비웃었던 점을 사과했다.


 어느새 우아한 흰 날개가 생긴 미운 오리 아니 백조가 대답한다.

"다른 것은 밉지도 이상하지도 않아. 우리의 다른 점은 각자를 특별하게 그리고 우리가 함께 할 때 서로를 더욱 소중하게 만들어줘. "


 서로를 향한 적대심을 거두고 하나 되어 어울리는 숲 학교 동물 친구들의 위로 아름다운 햇살이 비치고 잿더미를 비료 삼아 다시 반짝이는 새싹이 돋아나기 시작한다. 여전히 햇살이 아름다운 계절이다.



글을 쓰며 떠오른 건

1. 신경 쓰이는 흉터가 있는데, 친구가 그 흉터를 발견하고 '특별하다'라고 말해줬던 것

2. 이상(異常), 이상=밉다가 아닌걸. 심화되는 듯한 그룹 짓고 분열시키는 요즈음의 사회 미움들 멈춰!

3. 선긋기 속 더 다름에 묻힌 덜 다름. 갑자기 분위기 우리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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