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목욕하고 나와서 '무섭다'라고 이야기하는 아기를 보며 왜 무서울까 고민하다 이불속에 포근하게 넣어주고 "이제 괜찮니?" 라고 물었다. 무서움 = 추움 의 감정인 걸로 잠정 결론이 났고 '오들오들'이라는 단어를 배운 아기는 아이스크림을 급하게 먹을 때에도 목욕을 마치고 에어컨이 켜진 거실로 나올 때도 사용한다. "엄마 나 지금 오들오들한 기분이야."
많은 사람들의 평가가 엇갈리는 작가인 알랭 드 보통을 가장 존경스러운 작가는 아니지만 좋아하는 작가의 범주에 넣고 있는 건 '감정'에 대한 면이다. 글은 말에 비해힘이 들어가기 마련이라 (물론 대부분의 분야의 고수들은 힘을 빼는법을 먼저 배 운다곤 하지만 ) 그에 대한 비판은 '흠 그럴 수도 있지' 라고 생각한다.(물론 책 내용 중 작자 시점의 말이 tmi) 내가 좋아하는 면은 조금의 웃음 포인트와 큰 공감 포인트. 모두 아는 감정인데 그게 또 말로 설명하기는 애매하거나 어려운 부분을 기가 막히게 '맞아 나 이 느낌적인 느낌 알아.'라는 생각이 들게 글로 쓴다.
알랭 드 보통의 책 중 유명한 사랑 시리즈들도 그런 면에서 좋지만 '공항에서 일주일은'은 "아, 나 왠지 모르게 공항 냄새 좋아 그 왜 공기와 전광판 있잖아"의 '왠지 와 그 왜'를 타인을 통해 글로 이해하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다시 현재의 생각과 고민으로 돌아와 난 알랭 드 보통은 아니지만 내 아기만을 위한 맞춤형 미니 알랭 드 보통은 필연적으로 돼야한다. 그래서 열심히 '지금 그 기분은 사랑이야 행복이야 슬픔이야 속상함이야' 를 설명하려 노력 중이다.
3n개월 인생 얕잡아 보면 안된다. 사람 마다 짊어지고 있는 무게는 다를테니스트레스 받는 일들이 분명 많을꺼다. (까까를 제한한다던지, 물건을 못 던진게 한다던지 etc) 그럴때는 "아기야 속상했어? 그게 속감정이야" 까진 하겠는데 그 뒤가 문제다. 세상만사 내 마음대로 다 되지 않다는 걸 서서히 알아가는 3n개월 아기에게 부정적 감정도 중요한 감정 중 하나이니 그 감정이 뭔지설명은 해주었는데 "So what????"
그게 기분 나쁜 감정이야 그런 감정이 생길 수도 있어. 그 다음 할말이 ...
나조차 스트레스 상황일때 확실한 해결책을 가지고 있지 않은데 그 기분을 어떻게 풀고 전환해야하는지 방법을 제시하지못해 당황스럽다. 친구들 만나 흰우유 한잔하며 이야기해보라고 할수도 없고..
정말 맛있다! (미미) 반짝반짝
슬픈건 정말 마음 아프다 엉엉 흑흑 흐어엉
행복하고 신난다 깔깔깔 하하하
이렇게 삶에 충만하게 세포가득 감정을 느끼며 살기를 원하는데 감정적인 사람이되어 본인이나 주변인을 괴롭게 만드는건 원치않는다.
3n년을 산 내가 3n개월을 산 아기에게 뾰족한 수를 전수 해주지 못해 조금은 부끄러운 스트레스 대응. (굳이 꼽자면 자고 나면 기분이 나아지는 편인 것 같다. 하지만 그는 자라는 말을 세상에서 제일 제일 싫어 한다.)
이른 아침 자다깬 맨 얼굴의 엄마와 입가에 쵸코묻힌 아기 몰카 널 바라볼땐 저런 표정이구나.
나를 구원하러 온 악마이자 천사.
오늘도 그냥 저냥 살던 내 머릿속에 돌맹이를 냅다 던진다.
당연하게 느끼고 뱉던 감정이 가르쳐야할 것 이라 충격이고 그 감정을 말로 정의하며 같이 다시 배우는 느낌이라 충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