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면서 : 나에게 드라마 같은 일이 일어나다
드라마를 보면 극중 인물이 단순한 증상으로 병원을 갔다가 의사가 "암입니다"라고 하면서 드라마 내 갈등요소가 시작되기도 합니다. 사실 드라마는 극적인 긴장감을 가지고 극중 인물이 전혀 다른 어려움을 맞닥들이게 하기 위해서 이런 장치를 쓰는 것입니다.
그리고 2022년 8월 30일 저에게도 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실제로.....
물론 드라마보다는 좀 디테일한 면에서는 달랐습니다. 의사가 시간이 급하다면서 일단 수술부터 하자고 하고, 암일 가능성이 크기에 일단 배를 열어보고 적출할 부분을 적출하고 만약 최악의 상황이라면 그에 맞는 수술로 바로 넘어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네 드라마랑 다르더라구요. 드라마에서는 암이라고 알아서 인물들이 갈등할 시간이 있었는데 저는 일단 갈등할 시간이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드라마와 비슷한 것도 있었는데 의사의 말을 듣고 뒤통수를 한대 맞은 것같은 느낌이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어떻게 해야 좋을지 판단이 안서서 힘들었던것도 많았습니다.
CT결과를 화요일날 받았고, 수요일날 검진을 받고 수술해야한다는 소리를 들었고 다음날 월요일날 수술을 했습니다.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 제가 판단할수 있는 것이 거의 없더라구요. 다행히도 병은 최악의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좋은 것이 좋은 것이라는 말대로 그간 화나고 어이없고 그랬던 모든 감정이 사라졌습니다. 그냥 좋은 생각만 들고 지금이라도 건강을 챙기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이 글은 아직 제가 혼란스러웠을때 쓰기 시작했었습니다. 과연 여기서 그냥 수술을 해야하나? 더 나쁜 상황이라면 병원을 더 알아봐야하나? 이 의사가 나의 병을 잘 치료해줄수 있나? 최악의 상황이라면 어떻게 하지? 등등 온갖 생각이 다 들었을때 쓰기 시작했었습니다. 적어도 글을 쓰면 생각이 정리가 될 것 같아서 말입니다. 그래서 처음 썼던 글은 그런 혼란한 마음이 담겨있었습니다. 하지만 덕분에 감정적인 이야기도 너무 많이 담기게 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살아가면서 내가 큰병이 걸릴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분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저도 그런 사람중 하나였습니다. 그냥 남들보다 편두통이 좀 심하고, 소화가 좀 안되고, 불안장애가 있는 것을 빼면 나머지는 건강한 상황이라고 여겼었습니다. 그리고 점차 병의 증세가 시작되었을때도 그냥 별것 아니라는 생각으로 넘어갔었습니다. 그리고 견딜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서 병원에 가고 이렇게 하늘이 무너지는듯한 느낌의 이야기를 듣기도 합니다.
처음에 이야기를 들었을때 감정적으로 힘이 들었고 글을 쓰면서 감정을 정리했었습니다. 그리고 결과가 좋던 나쁘던 이 이야기를 글로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과가 나쁘다면 글을 쓰면서 좀 더 객관적이 될수 있다고 생각했었고, 결과가 좋다면 그냥 해피엔딩이 될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저의 이야기는 다행히도 해피엔딩입니다. 물론 해피엔딩을 맞기 위해서 여러가지 일들이 있었고 울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했고 체념하기도 했었습니다만 해피엔딩은 좋은 것이죠. 그리고 지금부터 그 해피엔딩을 위한 이야기를 시작해볼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