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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이 있는 풍경

by 구직활동가

여행은 ‘서서 하는 독서’라고 들었다. 일상과 떨어진 시간과 공간에서, 자연스레 다양한 생각과 감정이 피어오르기에 그리 표현한 게 아닐까. 이를 소중히 기억하려 사진을 찍거나 글로 기억을 기록하는 일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대개 우리는 구경하거나 놀러 갈 때 사진을 찍는다. 당장 아름다운 풍경은 물론이고, 우리 모습을 기록하며 열람하고 싶기 때문이다. 이는 여행자의 바람직한 태도로 전파된다.



여기 축제가 있다. 어떠한 물체가 어두운 밤에 빛을 뿜으며 움직인다. 사람들은 이 밝은 행진을, 아름다움이라 생각하여 저마다 휴대폰으로 담는다. 현장을 체험할 수 있는 사진이다. 조금 흔들려도, 초점이 맞지 않아도 즐거운 분위기가 느껴진다. 행사를 즐기는 모습에서 다양한 감정을 읽을 수 있다. 설레고 즐겁고, 환희가 펼쳐지는 표정이다.


한 발 짝 더 다가가 보자. 행사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사람을 발견할 수 있을까. 시민이 즐기는 그 순간에도 제 자리에서 묵묵히 일하는 사람이 있다. 가끔 우리는 그들을 ‘투명인간’으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즐거움을 소비할 수 있는 지금은, 일하는 다른 이가 있기에 가능하다. 내가 돈을 지불하여 서비스를 이용하니 그들 또한 자기 직업을 유지하며, 월급 받는 노동자로 생활하는 게 아니냐고 물을 수 있겠다. 맞다. 그렇다면 우리도 마찬가지다. 그들과 직업, 일하는 시간, 장소가 다른 것이지 우리는 대부분 노동자다.


노동은 신성한가. 일해야 삶을 살고, 하루를 버티니 ‘목숨값’이 아닐까. 이 목숨값으로 각 가정이 돌아간다. 그러니 일하는 사람에게 삯을 잘 챙겨줘야 한다. 월급은, 또 일당은 한 사람만 생활하는 데 필요한 돈이 아니니까.


서로 어여삐 여겨 보듬어주면 좋겠다. 내 노동이 소중한 만큼, 언젠가 다른 장소에서 만날 다른 이의 노동도 따뜻하게 봐주면 어떨까. 행여 그가 일에 힘에 부쳐 입꼬리가 내려갔거나 인상을 쓰고 있더라도, 우리가 조금 더 웃어주자. 그러면 그 사람도 나중에 나에게, 또 내가 직접 모르지만 나와 가까운 사람에게 웃어줄 것이다. 그렇게 믿으면 세상이 더 따뜻해질 것 같다. 언젠가 일하는 모습을 옆 동료에게 찍어달라고 부탁해 보자. 어떤 옷을 입으며 일했는지 나중에 살펴보면 추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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