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죽공방이야기
왕십리 공방 하프타임 크래프트에는 주문 판매 되는 몇 개의 제품들이 있어요. 그중에 장지갑도 있는데요. 원래는 장지갑이 없었답니다. 제가 장지갑을 쓰지 않아서 그런지 이상하게 안 만들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처음 장기갑을 제품 라인에 넣게 된 사건이 있었어요.
어느날, 공방 옆 가게에 식품을 납품하는 사장님께서 공방에 방문하셨어요. 자신이 즐겨 쓰는 지갑이 있는데 이젠 너무 낡아서 쓰기 힘들다며 똑같이 하나 만들 수 있겠냐고 물어보셨어요. 그리곤 자신이 쓰고 있는 지갑을 꺼내셨는데….
“우와~ 사장님, 진짜 낡았네요. 얼마나 사용하신 거예요?”
“글쎄요... 기간은 잘 기억 안 나는데, 그거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샀던 거예요.”
“네?!!!!”
그렇게 듣고 보니 지갑의 상태가 오히려 좋아 보이더군요. 아마 제가 본 실사용 중인 제품 중 가장 오래된 제품이 아닐지 싶더군요. 당시에 정말 좋은 가죽으로 만든 제품을 구매하셨던 게 아닐지 하는 생각을 해보았답니다. ^^
앞으로도 그만큼 오래 쓰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제작이 들어갔어요. 조금 거칠게 사용하시는 것 같아서 가죽은 뷰테로 브라운을 사용하기로 하였어요. 하드타입 가죽으로 여러 조건에서 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가죽이에요.
지갑에 포켓이 참 많았어요. 너무 무거워지는 것은 아닐지 싶어서 포켓을 다 사용하시는지 여쭈어봤더니 다 필요하다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예전 지갑과 똑같은 구조로 만들었답니다. 베지터블 가죽이기 때문에 굳이 엣지코트를 올리지는 않았어요. 대신 포인트를 주기 위해 진한 갈색으로 염색하였어요.
참 만족스러워하셔서 저도 기분이 좋았던 작업이었답니다. 그리고 하프타임 크래프트에 새로운 제품군이 하나 추가되는 작업이 되기도 하였지요. 그 이후에도 자주는 아니지만 찾아 주는 분들이 간간이 있는 제품이 되었답니다. 지난번 포스팅에 쓴 적도 있는데 이 제품을 변형한 제품을 만들기도 했고요. ^^
제가 가죽 제품을 만드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기 때문이에요. 제품 안에 세월이 있고 추억이 있는 그런 제품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그때 그 가죽 지갑이 받으신 분과 그런 이야기를 함께하는 지갑이 되고 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