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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끝물, 애 셋 둔 아줌마의 도쿄 전직 일기(2)

아무것도 없고 아무도 부르지 않는

by 김민정

너무 쉽게 나이가 들었다. 나이를 셀 시간도 없이 지난 20년을 보낸 것 같다. 대학원에 다니고 아이를 낳고 키웠다. 그리고 나는 세상의 어딘가에 툭 던져졌고 거기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벽은 높고, 진입할 곳은 없고, 모두가 나에게 나이가 들었다, 여자는 아이를 키워야 하니까 파트타임이 적절하다, 때로는 너무 고학력이다, 또 이런 일본의 사상가와 작가를 알다니, 그런 사람은 그냥 주부로 사는 게 더 좋을 것이다, 라는 말도 나는 취업전선에서 과거에 들은 적이 있다. 내가 모 사상가를 안다는 것이 취업에 걸림돌이 되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그러고 보면 일본은 공부를 많이 한 사람에게 결코 호락호락한 나라가 아니다. 차라리 모르거나 중간쯤 되는 사람을 가장 선호한다. 나서지 않고 바른말하지 않고 뭘 바꾸려고 하지 않고 그저 순응하는 자, 그것이 성살함의 끝판왕이라 생각되는 게 아닐까.


가끔 엄마가 보고 싶다. 나는 부모도 모두 돌아가셔서 없고, 당연히 나 혼자 아이를 키웠고(남편은 정말 의미가 없더라), 돈도 벌었다. 아무도 나를 위로해 주지 않았다(남편은 정말 의미 없더라). 남편에게 의지도 하지 않았다(남편은 정말 의미가 없더라).


도쿄는 이제 겨울이 시작되었고, 나는 일단 원서를 넣어봤고, 이력서도 안 보냈는데, 불합격 통지를 받은 곳들을 일단 적어 두겠다.


일본아스펙트코아 주식회사(어떤 회사인지는 잘 모르겠고 업종과 일 내용이 나랑 맞는 곳이 있었다)

JYP

CJ올리브영


불합격 통보 리스트는 앞으로 얼마나 더 늘어날까.

과연 내가 취업을 할 수 있을까.


아이는 지금 기말고사 시험 공부를 하고 있고, 나는 번역을 하다가 잠깐 취업문을 두드리려고 했는데, 이력서에 쓸 것도 많아 일단 주말로 미뤘다.

내가 하고 싶은 일도 아직 찾지 못했다.

뭔가 딱 맞는 무언가가 있었으면 좋겠고 없으면 계속 강사일하면서 파견사원으로 일하는 결국, 비정규직으로 살다 비정규직으로 죽으면서 이런 글을 계속 쓰게 되겠지.


고학력 워킹푸어의 삶. 결국 삶은, 뭐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를 내가 몸소 보여주게 될 것 같다.


엄마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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