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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상엽 Aug 26. 2019

모든 실패가 성공의 어머니인 것은 아니다

나는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매일매일 크고 작은 의사결정과 실행을 한다. 돌이켜보면 그 의사결정과 실행이 결과적으로는 최선의 그것이 아니었던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에게 성공이란 아주 높은 기준을 충족시켜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굳이 나의 일상을 중간 상태 없이 성공과 실패 단 둘로 단순화한다면, 내 일상의 대부분은 실패라고 말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내가 실패를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실패가 성공보다 낫기 때문이 아니다. 그저 삶에서 실패가 성공 보다 흔하고 따라서 실패를 잘 관리하는 것이 보다 나은 삶을 꾸려가는데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선현 중 누군가는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말했다. 이 말을 잘못 해석했을 때 많은 오해가 생긴다. '실패도 잘 관리한다면 아주 무가치한 것은 아니다'라는 의견을 좀 더 긍정적이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서술했거나(나도 이 의견을 부정하지 않는다) 또는 실패로 점철된 일상에 사람들이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적어낸 위로의 문장이었을 것이다.  나는 이 문장이 '실패도 썩 나쁘지 않은 결과다' 또는 심지어 '실패가 성공보다 가치 있다'라고 해석되는 것을 철저히 경계해야 한다고 믿는다. 이런 잘못된 해석이 그저 그런 실패를 용인 가능한 것으로, 스트레스 없이 편안하게 받아들이게 만들기 때문이다. 나는 많은 사람들이 실패의 큰 덕목으로 여기는 '배움과 성장의 기회' 또는 '성공으로 가기 위한 과도기의 단계'라는 관점을 실패의 일부로 포함하더라도, 대부분의 경우에 성공의 경험이 실패의 그것보다 더 낫다고 믿는다. 10%, 20% 나은 것이 아니다. 아주 보수적으로 봐도 10배 이상 우월하다. 성공의 경험은 그 자체로 가치있을 뿐만 아니라 계속 성공을 하고 싶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여전히, 나의 삶 대부분은 실패로 점철되어 있기 때문에, 실패를 더 나은 의미 있는 그것으로 만드는 노력은 중요하다. 이를테면, 나의 경우에는 이런 것들이다.   


1. 실패를 인정한다:  믿을 수 없겠지만 인터뷰나 평가 리뷰, 투자 검토 등을 통한 나의 경험에 따르면 매우 많은 사람들이 객관적으로 실패라고 판정된 결정과 실행을 경험한 후에도 자신이 실패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에 그치지 않고 '나는 내가 선택한 방법에 전혀 후회가 없으며, 같은 상황에 처하더라도 같은 결정과 실행을 하겠다'라고 말한다. 실패는 약속한 또는 기대된 수준의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한 것을 의미하며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했을 때 이 과정을 가치 있게 만드는 방법은 단지 실패로부터 배우는 것뿐이다. 실패로부터 배우는 가장 첫 번째 단계는 나의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다. 


2.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무엇이 달라야 하는지 고민한다: 1번과 연결되어 있는 항목이다. 앞서 여러 번 언급한 것처럼 실패는 긍정적인 임팩트를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많은 경우 오히려 기회비용의 손실을 포함한 부정적인 임팩트를 만든다) 배움과 성장이 없다면 어떤 가치도 없다. 이것은 측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결과로만 판단할 수 있다. 즉, 유사한 상황에서 동일한 실수를 반복하는지 그렇지 않은지로만 판단할 수 있는데 이것은 시간이 많이 걸릴 수 있고 이것이 검증되지 않는 사이 또 다른 무가치한 실패들을 반복해서 경험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실패로부터 무엇을 배웠는지 또는 같은 상황에 다시 처한다면 무엇을 다르게 할 것인지 스스로 묻고 정리하는 것이 실패를 가치 있게 만드는 또 다른 방법이 될 수 있다. 이 과정을 통해서 1) 그 결정이나 실행에 앞서 어떤 정보가 더 필요했는지 2) 내게 어떠한 다른 선택지가 있었으며 각각의 장단점은 무엇인지 등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것은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실패로부터 배우는 방법을 훈련하는 데에도 유용하다.   


3. 최선을 다한 실패와 그렇지 않은 실패를 구분한다: 최선을 다하지 않은 실패는 어떤 경우에도 무가치하다. 실패했기 때문에 성공으로부터 기대했던 임팩트를 만들어내지 못했으며,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도전과 고민, 승부욕도 없었기 때문에 배움이나 성장도 매우 제한적이다. 아쉬운 것은 많은 사람들이 최선을 다하지 않은 실패를 반복하면서 '나는 최선을 다하지 않았으니까 실패한거야. 정말 열심히 했으면 실패할리 없어' 같은 변명을 만들고 또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와 같은, 실패의 가치를 미화한 문장을 잘못된 방식으로 해석하면서 스스로를 위로한다는 점이다. 이런 무가치한 실패들이 누적되면 성취로부터 비롯한 보람과 성장을 맛보지 못하고 배움 없이 그저 실패와 패배감에 익숙해진 사람만이 남는다.  


4. 실패의 크기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실패의 총합(F)을 횟수(Q)와 리스크(R)의 함수로 단순화한다면 Q를 높이고 R을 줄이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성공한다면 임팩트를 만들고, 성취의 보람을 느끼고, 성장과 배움의 기회를 만들 수 있는 반면, 실패하더라도 본인과 조직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에서 수습하고 또 다른 실행의 기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최대한 빨리 결정 & 실행해서 빨리 결과를 확인하고(& 배움을 얻고) 또 다른 실행을 하는 방식으로 도전을 이어갈 수 있다. 


반대로 많은 리소스가 투입된 R이 큰 시도라면 반드시 성공시켜야 하며, 적어도 실패했을 때 최악의 상황에 대한 계산이 완료되어 있어야 한다. 따라서 결정과 실행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R이 큰 실패를 하면 또 다른 실행의 기회를 가지지 못할 수도 있고 특히 회사로부터 큰 규모의 의사결정권과 많은 리소스를 위임받은 리더십 포지션에 있는 사람이라면 그 실패를 통해 본인뿐만 아니라 회사의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 R의 크기는 상대적이기 때문에 회사의 규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어떤 회사는 100억 원 정도의 실패도 감내할 수 있는 시도일 수 있고 어떤 회사에는 1억 원짜리 실패도 회사의 존폐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Amazon은 이것을 one way door vs. two way door decision이라는 방식으로 설명하고 있다.  


“We think about one-way doors, and two-way doors. A one-way door is a place with a decision if you walk through, and if you don’t like what you see on the other side, you can’t get back. You can’t get back to the initial state. A two-way door, you can walk through and can see what you find, and if you don’t like it, you can walk right back through the door and return to the state that you had before. We think those two-way door decisions are reversible, and we want to encourage employees to make them. Why would we need anything more than the lightest weight approval process for those two-way doors?”


The peculiar traits of great Amazon leaders: Frugal, innovative and body odor that doesn’t smell like perfume /Geek Wire 


내 의견을 다시 한번 정리하자면, 


- 성공은 언제나 실패보다 낫다. 그 경험을 통한 배움과 성장을 포함하더라도 이 문장은 대부분 옳다. 

- 성공은 희소하고 실패는 훨씬 흔하다. 따라서 실패를 잘 관리해서 가치 있게 만드는 노력은 여전히 중요하다.

- 실패를 인정하는 것, 실패로부터 배우는 것, 실패의 크기를 줄여 많은 도전의 기회를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역설적이지만 성공하려고 죽을힘을 다했을 때 경험한 실패만이 의미 있다. 실패할 것처럼 일하고 경험한 실패는 아무것도 배울 것 없는 무가치한 시간과 자원의 낭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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