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상엽 Sep 29. 2019

자영업과 오프라인의 위기가 아니다

많은 이들이 자영업과 오프라인의 위기를 말하고 있다. 정말 그럴까. 나는 그런 의견에 공감하지 않는다. 만약 그게 무엇이든 어떤 위기가 실재한다고 가정한다면, 나는 이것이 오프라인 또는 자영업의 위기가 아니라 환경과 시장의 변화를 앞에 두고도 혁신하지 않고 도전하지 않음으로써 직면하게 되는, 순응(應)과 안주(住)의 위기라고 믿는다. 그리고 이런 종류의 위기는 비단 2019년에 국한된 것이 아니며 시대를 막론하고 존재해 왔다.


얼마 전 쿠팡이 발행한 2019년 쿠팡 미니기업 성장 리포트에 따르면 새롭게 급부상하고 있는 온라인과 모바일 플랫폼을 활용하는 자영업자 및 미니기업(이하 SMB)는 기술적 & 물리적 인프라를 제공하는 플랫폼 그 자체보다 오히려 더 크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음을 아주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새롭게 등장한 온라인 플랫폼 회사들은 각각의 사용자 and/or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고 각자가 조성 중인 생태계의 경쟁력과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자신의 생태계에 참여해 고객들에게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여러 비즈니스 파트너들의 효율을 높이고, 비즈니스 파트너들이 더 많은 고객들에게 각자의 서비스와 제품을 노출 & 판매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것은 비단 쿠팡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온라인 생태계 조성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기업들, 요컨대 아마존, 구글(유튜브), 페이스북(인스타그램), 알리바바, 텐센트 등 글로벌 기업들 뿐만 아니라 네이버, 배달의 민족, 직방 등 국내 기업들까지 모두 비즈니스 파트너들이 보다 많은 고객들에게, 보다 효율적으로 그들의 제품과 서비스를 전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사운을 걸고 대규모의 과감한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어떤 SMB 기업가들은 일찍이 이런 환경과 트랜드의 변화를 읽어내고 플랫폼 기업의 투자와 인프라를 스스로의 비즈니스 효율과 스케일에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방향을 전환하거나 이에 부합하는 새로운 창업을 이어가는 방식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큰 성취를 일궈내고 있다. 그들에게 이런 변화는 위기가 아니라 기회이다. 


F&B의 영역에서는 오프라인 매장이 아예 없거나 플래그쉽 스토어 역할을 하는 상징적인 수준의 오프라인 매장만 운영하면서 대부분의 주문을 음식 배달 서비스에 기반해 소화하는 식당들이 늘어나고 있다. 우버의 창업자인 트래비스 칼라닉(Travis Kalanick)이 우버 대표이사에서 물러나 후 창업한 City Storage Systems의 클라우드 키친 아이디어도 이런 트렌드를 노린 비즈니스이다. 부동산 중개업도 마찬가지이다. 네이버 부동산과 직방 등의 부동산 관련 서비스들이 늘어나면서 임대료가 저렴한 오피스텔 구석에 중개소를 차린 후 부동산 관련 서비스를 통해 매물 정보와 콘텐츠를 제공하고, ROI를 따져가며 해당 매체가 제공하는 광고 상품에 마케팅비를 집행해 고객을 확보하는 중개업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모두가 이런 혁신과 기술의 결과물을 향유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아직도 길거리에 나서면 새로 오픈한 헬스장의 전단지를 몇 장씩 받는다. 여전히 어떤 예비 사장님들은 고객의 수요가 확인되지 않은 장소에 큰 초기 투자와 실패의 위험을 각오하고 테이블로 가득한 화려한 인테리어의 식당을 개점을 준비 중이다. 어떤 중개사들은 여전히 목 좋고 그래서 비싼 아파트 단지 1층에 자리를 잡고 모객을 하고 있다.


위에 적은 글들을 보며 온라인만이 정답이고 오프라인에는 희망이 없는 것처럼 느꼈다면 조금 다른 예를 들어보려고 한다. 어려운 경기와 치열한 경쟁에도 불구하고 어떤 식당들은 줄을 서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손님들이 즐거운 얼굴로 기다리고 있다. 그것이 비단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하는 방법만이 아니더라도, 그들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또 다른 고민과 시도와 노력을 하고 있을 것임을 확신한다. 


자영업과 오프라인의 위기가 아니다. 혁신하지 않고 도전하지 않음의 위기이다. 반대로 기존의 환경과 조건에 순응하지 않고 변화하는 시장과 기술의 트랜드를 잘 읽어낼 수만 있다면 오히려 예전보다 더 적은 위험을 감수하고 더 적은 비용만을 쓰면서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는 기회들은 오히려 늘어나고 또 커지고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