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의 그늘에 가려진 팀 쿡의 매력에 관하여
쿡은 잡스의 유산을 보전하며 ‘내 안의 모든 것, 내가 가진 모든 것을 회사에 쏟아붓고자’ 노력하겠지만 결코 잡스와 같아지는 것을 목표로 삼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현재 애플의 수장 팀 쿡의 자서전이다. 애플 전문 저널리스트로 20년 동안 애플의 취재한 ‘린더 카니’라는 사람이 썼다. 책을 구입한지는 꽤 됐는데 생각보다 두꺼워서 순서대로 읽다간 포기할 것 같아, 책을 펼쳐 마음이 가는 챕터를 나눠서 읽다보니 많은 시간이 걸렸다. 책을 읽은 이유는 애플의 주주로서 팀 쿡에 대해 너무 무지했지 때문이다. 나는 가급적 투자한 기업에 관한 책이 있으면 시간을 내서 읽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특히 자서전 같은 경우는 평소에 알 수 없었던 특정 인물의 과거나 생각들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100%는 아니지만 그에 대한 궁금증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
보통 애플을 떠올리면 잡스를 얘기하거나 아이폰을 언급하지만 팀 쿡을 얘기하는 경우는 드물다. 최근 5년간 두 사람의 구글 검색량을 비교해보면 여전히 잡스가 팀 쿡 대비 높은 검색량을 보이고 있다. 팀 쿡 입장에서는 조금 자존심이 상할 정도의 차이를 보인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잡스는 2011년 10월에 세상을 떠났다. 당시 기억으로는 잡스가 췌장암을 치료한다면 우리 아버지도 완치할 희망이 보이지 않을까 라는 작은 희망을 가졌던 것 같다. 여튼, 데이터만 보면 사람들은 아직도 잡스를 그리워하고 있다.
하지만 애플의 시가 총액이 2조 달러가 되기까지 애플이라는 배를 이끌어 온 주역이 바로 팀 쿡이라는 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제품을 만들기도 어렵지만 그걸 제 값을 받고 팔아서 주주에게 투자에 따른 이익을 돌려주는 게 기업의 주요 과제인데 팀 쿡은 비용과 리소스를 최적화하는데 전 세계 1인자다. 잡스는 이 부분에서 당시 최고였던 팀 쿡을 직접 찾아가 세상을 바꿔 보자며 스카웃을 제안했고, 팀 쿡은 잡스와 함께하면서 기업의 운영 측면에서 최고 자리에 오르게 된다. 잡스가 제품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건 팀 쿡의 영향이 절대적이었다. 팀 쿡은 잡스와의 면담 겸 인터뷰 자리를 이렇게 회상한다. 뛰어난 인재를 영입하려면 돈 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다. 돈을 뛰어넘는, 자신의 꿈을 함께 실현시킬 수 있다는 청사진을 보여줘야 인재들은 움직이는 것 같다.
그가 말하는 방식, 그와 나 둘만 앉은 방안에서 형성된 모종의 케미, 그런 걸 느끼면서 이 사람이라면(잡스) 함께 일할 수 있겠다는 걸 알았지요. 당시 애플에 쌓여 있던 문제점들을 보며 내가 기여할 부분이 있겠다는 생각부터 들었습니다.(중략) 나는 직감적으로 애플에 합류하는 것이 창의적인 천재와 일할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라는 걸을 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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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최근 5년간 매출 비중 그래프를 보면 여전히 아이폰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전체 매출 비중에서 서비스 부분이나 애플워치나 에어팟 같은 엑세서리 파트의 수익 비중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최근 재택근무하는 사람이 증가하면서 맥북을 비롯한 아이맥 매출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 과정에서 수요에 따른 재고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게 중요한데 팀 쿡은 워낙 숫자에 밝고 현장 경험이 풍부해서 타사 대비 영업 이익을 많이 남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애플은 브랜드 충성도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기업이다. 한번 애플 생태계에 들어오면 빠져나가기 힘들다는 걸 대부분의 아이폰 유저들은 경험했다.
그가 포용성과 다양성에 대해 신경쓰고, 환경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팀 쿡이 단순히 게이여서가 아니라 기업에 대한 가치관이 잡스보다 한 단계 나아갔기 때문이다.
나는 기업이 상업적인 것만을 다루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에게 기업은 사람들의 집할일 뿐이다. 사람이 가치관을 가져야 한다면, 기업 역시 가치관을 가져야 한다.
나는 이 부분에서 팀 쿡이 잡스만큼이나 멋지다고 생각했다. 물론 임팩트는 잡스에 비할 바 아니지만 나서기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팀 쿡의 성격상 앞으로도 그의 매력을 모르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을 것이라 생각된다.
한편으론 잡스가 지금까지 건강했다면 애플워치가 지금과 다른 모습이었을까 라는 생각도 든다. 참고로 애플워치는 잡스가 죽고 난 뒤 그의 입김이 닿지 않은 팀 쿡의 첫번째 결과물이다. 여전히 사람들은 잡스를 추모하고 기억하지만, 애플이 지금의 위치에 있기까지 팀 쿡이 없었다면 불가능하지 않았을까. 애플카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세상에 나올까. 애플은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기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