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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yros Feb 28. 2024

남들 앞에 서야 한다는 부담감

부담감을 떨쳐내는 방법은 완벽에 가까운 준비와 연습뿐

어제 오프라인 교육을 6시간 동안 했다. 코로나가 끝나면서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 교육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개인적으로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 교육을 선호한다. 사실 오프라인이 교육이 온라인보다 육체적으로는 힘들다. 하지만 현장에서 느껴지는 강의 분위기와 수강하시는 분들의 눈빛을 비롯한 질문들 이런 요소들이 난 좋다.


보통 종일 강의를 하면 강의를 담당하신 분과 점심을 같이 한다. 그때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영업 기회도 생기고 고객사의 알 수 없었던 이슈 등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니 온라인 교육에서는 카메라를 통해 아무리 얼굴을 드러내고 서로 마주한다 해도 뭐라 설명하지 못하는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사실 난 전문 강사가 아니다. 프로젝트를 하면서 어쩌다 교육까지 하게 되었는데 그게 이어지면서 요새 교육을 자주 한다. 그렇다고 남들 앞에 나서는 걸 좋아하는 스타일도 아니다. 학창 시절에 남들 다 하는 반장 한번 못해봤다. 부반장을 한번 한 적이 있는데 그것도 추천으로 억지로 된 기억이 난다. 아마 예전부터 알고 지낸 고향 친구들한테 내가 강의를 종종 한다고 얘기하면 믿지 않을 것이다. 부끄러운 상황이 발생하면 누구보다 얼굴이 먼저 빨개진다. 그런 내게 남들 앞에서 6시간 동안 강의를 하라는 건 엄청난 부담이다. 근데 그렇게 수십 번을 하다 보니 익숙해졌다. 인간은 역시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내게도 슈퍼 적응력이 있었구나.


구글 코리아에 처음 방문하는 날 발표까지 하게 될 줄이야


얼마 전에 구글 코리아에서 GA4 파트너 리셀러를 초대해서 세미나를 진행했는데, 구글에서 케이스 스터디 관련해서 한 꼭지 발표를 맡아달라고 부탁을 주셨다. 부탁을 좀처럼 거절하지 못하는 스타일이라 마지못해 수락을 했다. 최근에 부탁을 거절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을 구매할 정도로 거절을 하지 못하는 병(?)이 있다. 이런 내 모습을 와이프는 이해하지 못한다. 그냥 단칼에 거절하면 몸과 마음이 편한데 왜 그러지 못하냐고 한다. 나도 거절을 하고 싶은데 안 되는걸 어쩌겠니..


프로젝트를 하면서 느꼈던 점과 실무를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들을 정리해서 알려드렸다. 그날 신기했던 건, 발표 시간이 짧아서였는지 청중에 고객사가 아닌 파트너사 밖에 없어서인지 전혀 떨리지 감정을 느낄 수 없었다.


뭐지, 내가 왜 안 떨고 있지…??
남들 앞에 서는 걸 이제 즐기고 있는 건가.
전날 새벽 늦게까지 일을 해서 긴장을 못느끼나.


곰곰이 생각해봤다. 결론은 자신감이었다.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았으면 자신감이 없어서 여유를 부릴 수 없었을테고 준비를 제대로 했으니 그런 여유가 나오지 않았을까. 같은 내용을 수십 번 반복하다 보니 익숙해져서 보지 못했던 부분을 볼 수 있었을 것이고 그게 수강생 분들의 만족도에 반영되지 않았을까.


몸은 힘들더라도 교육 자료를 항상 업데이트하고 고객사 맞춤형으로 준비하고 그게 결국에는 내게 도움이 되었다는 걸 최근에야 깨닫게 되었다. 최근에 신수정 님이 쓰신 '커넥팅'이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인상 깊었던 구절을 인용하며 글을 마무리하고 싶다. 힘들 때마다 몇 번씩 다시 보는 구절이다. 읽으면 힘이 되고 이상하게 용기가 생긴다.


그저 즐거움만 얻길 원한다면 그것은 취미로 간직하는 편이 낫다. 그것으로 프로나 최고가 되기 어렵다. 최고가 되는 사람은 지루함과 똥 덩어리에 굴하지 않고 때로 의무감으로, 때로 책임감으로, 때로 막연한 희망으로, 때로 소소한 보람과 성취감으로, 때로 작은 성장의 뿌듯함으로, 때로 동료애로, 때로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미션과 뜻으로 매일매일 의도적으로 훈련하면서 무소의 뿔처럼 전진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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