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업무를 보다가 5시가 되면 윤우를 하원시키고 다시 일을 시작한다. 일을 다시 시작한다는 건 굉장한 집중력이 요구된다. 도둑맡은 집중력이라는 책을 보면 어떤 일을 하다가 일을 멈추고 다시 그 일에 집중하려면 자그만치 30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나온다. 단순업무가 아닌 이상 제안서를 쓰거나 데이터를 분석하는 경우 모든 게 다 스토리가 있기 때문에 전후 맥락을 고려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숫자를 놓치고 적절치 않은 단어를 사용하게 되는 실수를 저지른다.
어제도 어린이집 하원과 동시에 방으로 들어와서 업무를 이어서 했다. 그러다 저녁 시간이 되었고 윤우는 아빠에게 밥을 같이 먹자며 칭얼댔다.
윤우야 조금만 이따가 먹을게, 엄마랑 먼저 먹고 있어~
업무에 집중하다 보니 30분이 훌쩍 지나갔고 윤우는 다시 방으로 찾아왔다.
아빠 놀아줘요, 아빠랑 놀고 싶어요.
윤우야, 진짜 미안한데 이것만 하고 아빠 나갈게.
잠깐만 헬로 카봇 보고 있을래??
윤우는 거실로 가면서 혼잣말을 했는데 나는 그 말을 듣고 노트북을 덮을 수밖에 없었다.
아빠, 정말 너무해!!
순간 멍~한 감정과 미안한 감정이 뒤섞였다. 일은 애들 재우고 다시 할 수도 있는데 뭐하자고 이런 실망감을 줬는지.
어린 시절 나는 아빠한테 놀아달라고 한 기억이 없다. 기억을 못 하는 건지 진짜 없는 건지 확실치 않지만 왜 그런 말을 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새 윤우는 말문이 트이고 이전에 하지 못했던 대화가 되어서 너무 좋다. 그래서 더 많은 놀이를 같이 할 수 있고 서로의 감정을 얘기할 수 있다.
미안한 마음에 침대에서 윤우를 꼭 안아주며 미안하다고 했다. 윤우는 처음에는 사과를 받아주지 않더니 다음에는 그러지 말라는 얘기까지 했다. 놀랍다.. 언제 이렇게 컸지.
아이와 놀아줄 수 있는 시간은 시기가 있다고 한다. 조금만 더 크면 훨씬 편해진다고 하는 분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아이가 5살만 되어도 친구랑 놀려고 해서 부모는 육체적으로 이전보다 덜 피로하다고 얘기하신다. 그러니 지금 과하게 같이 놀아줘도 된다고 덧붙이신다. 같은 실수 반복하지 말자고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