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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yros Mar 16. 2024

두 아이의 아빠로 사는 요즘

육체적으로 힘들지만 정신적으로는 행복합니다 :)

나는 예나 지금이나 아침의 고요한 이 순간이 좋다. 3분 전 아침 7시, 조금 있으면 첫째가 깨어날 시간이다. 아이 둘을 키우는 부모는 시간을 정말 잘 쪼개서 써야 한다. 하고 싶은 걸 많이 포기해야 하고 그럼에도 하고 싶은 걸 하려면 잠을 줄이거나 부모가 서로에게 시간을 주는 나름의 룰(?)을 세워야 한다. 무엇보다 서로에게 더 많이 배려하고 힘이 되는 말과 행동들을 많이 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육체적으로 힘든 상태이기 때문에 신경이 날카로워서 다툼이 생기기 쉽다.



두 달 전 둘째 딸 윤서가 태어났고 지난주 50일 촬영을 하고 왔다. 감사하게도 벌써부터 통잠을 자고 있다. 이런 효녀가 없다. 가끔 새벽 3~4시에 깨어나긴 하지만 최근 1주일 사이에는 11시에 잠이 들면 아침 5시에 깨어난다. 정말 감사할 따름이다. 감사하게도 회사의 복지가 배우자 출산휴가 1달이라 처음에 2주를 쓰고 남은 2주를 최근에 쓰는 중이다. 배우자 출산휴가는 육아를 위해 남편에게 주는 휴가인데 이거 법을 개정해서 1달로 못을 박았으면 좋겠다.


둘째가 태어나고 아내가 조리원을 퇴소한 이후 첫 3주는 관리사 선생님이 둘째 돌봄과 집안일을 해주셨다. 첫째 때는 금액이 부담돼서 장모님의 도움을 받았는데, 3년이 지나니 육아 관련 지원책이 많이 생겼다. 둘째 출산 가정의 경우 지원을 해주기 때문에 나가는 돈은 있지만 큰 부담은 되지 않았다. 이런 훌륭한 정책은 첫째 둘째 가리지 않고 그냥 지원해주면 참 좋을 듯싶다. 그렇지 않으면 여기저기서 나가는 돈들이 너무 많다.



둘째는 딸이라 그런지 울음소리가 첫째만큼 크지 않고 조금 얌전한 편이다. 첫째를 키우면서 너무 많이 안아줘서 둘째는 10번 울면 2~3번만 안아준다. 처음에는 마음이 아팠지만 시간이 지나니 적응이 됐다. 안아주면 버릇이 돼서 나중에 힘들다는 걸 첫째를 통해 절실히 깨달았기에 둘째는 미안하지만 안아주는 횟수를 줄이고 있다. 다행히 별일 없이 잘 지내고 있다. 둘째가 태어나기 전 아내와 했던 첫번째 다짐이었는데 어느 정도 잘 지키고 있는 느낌이다.



첫째는 일어나면 둘째부터 챙긴다. 잘 자고 있는지 챙기는 모습이 한없이 귀엽다. 둘째가 태어나면서 우리 가족의 행복한 순간들과 웃음소리는 더 많아졌지만, 육체적으로는 더 많이 힘들어진 건 사실이다. 대상포진이라는 병도 이번에 처음 걸렸다가 다행히 잘 회복을 했다. 첫째가 이제 38개월이라서 편하다 싶은 순간에 둘째가 태어난 것이니 다시 처음부터 시작인 셈. 나중에 아이들끼리 서로 노는 그 이상적인(?) 마치 꿈만 같은 순간을 상상하며 버티고 있다. 남매는 따로 노는 경우도 많다는 얘기가 있어 우리 아이들은 제발 사이가 좋고 쿵짝이 맞기를 기도하고 있다. 아빠는 너희의 중재자 역할이 하고 싶다구..^^ 여하튼, 둘째를 가진 건 간절함의 여부를 떠나 우리의 결정이었고 후회는 없다. 세상에 빛을 보게 해줬으니 부모로서의 책임을 다할 뿐이다.


배우자 출산휴가를 쓰면서 기존에 있던 주택담보대출 이자를 낮추기 위한 신생아 대환 대출 신청을 하려고 은행을 다녀오거나 아기 예방 접종을 하거나 각종 챙길 것들을 챙기고 있다. 다음 주 금요일부터는 다시 일을 시작하는데 너무 힘들면 2시간 단축 근무를 신청할 생각이다. 그나마 회사가 재택이 자유롭고 근무 시간이 유연해서 육아에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너무 벅차면 일보다는 가정에 우선순위를 두고 싶다. 돈이야 뭐 나중에도 벌 수 있지만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지금 뿐이고, 육아의 부담을 아내에게 전가시키고 싶지 않다. 회사는 내가 없어도 잘 돌아갈 것이며 회사 걱정은 연예인 사생활 걱정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요즘 육아를 하면서 드는 생각은 두 가지인데, 할머니가 근처에 살지 않으면 둘이 아이를 키운다는 건 꽤나 힘들다는 거, 아이 셋은 1억을 준다 해도 내 인생에 없다는 거. 하나 더 추가하자면 워킹맘으로 일하는 모든 여성들을 존경한다는 거. 대한민국 출산율이 0.5명이라는 건 아이를 키우기 위한 환경이 나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와 나를 둘러싼 구성원들이 육아를 도와주는 환경이라면 개인적인 생각인데 더 많은 사람들이 아이 갖는 걸 고민하지 않을까 싶다.


부모수당이나 세금 감면처럼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금전적 지원, 육아휴직이나 단축 근무 같은 정책적 지원을 넘어 관련 법까지 개정하는 것, 나아가 이게 가장 중요한데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부모를 향한 주변 사람들의 배려가 더해진다면 대한민국 출산율은 지금보다 2배, 적어도 1.5배 이상 좋아질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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