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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나비 Dec 02. 2022

12월

2022년 12월에..

12월은 계절의 끝과 달력의 끝이 맞닿아 있다. 12월의 뒷자리를 생각하면 정리며 끝이지만, 12월 자체는 늘 시작과 같은 느낌을 준다. 겨울 방학이 시작되기 때문에 그런 건지도 모른다. 유년 시절의 겨울 방학의 시작은 언제나 설레고 따뜻했다. 춥지만이 아니라 춥기 때문에 따뜻한 계절이 12월이었다.


올해 12월로 걸어 들어가는 길은 외롭고 추웠다. 혼자라서 그랬던 게 아니라 내 마음속에 온기가 거의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주 조금이라도 남아 있어 다행이다. 남아 있는 아주 조금의 온기가 나를 살아가게 만든다. 행동하게 만든다. 해오던 모든 걸 포기하고 싶던 마음에 작은 불씨를 붙인다. 여기서 이렇게 살 수는 없다고, 반드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내게 알려 주는 것 같다.


달력이나 시계라는 것에 결코 의존하지 않는다. 그것들은 단지 눈금을 그어주는 것뿐이다. 알아보기 쉽게. 그리고 약속을 지키기 쉽도록 도와주는 거다. 실재하는 세월은 1이나 12라는 숫자로 표현될 수 없는 그 무엇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대장님이 왜 12월을 주제로 주셨는지 곰곰이 생각해 본다. 그건 분명히 이 2022년이 우리에게 의미가 있는 해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이 해를 마무리해야 하는 시점에서 12월은 정점의 시간이기도 하다. 곧 다시 1월이 시작되기에 2023년을 위한 충전이 필요한 시점이다.


능동적으로 내 삶을 주관해서 살지 못했다. 그것 또한 꽤 중요한 역할이긴 했지만, 늘 함께 있는 사람, 사람들의 기분을 살피고 그들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또 무엇을 감당할 수 있는가 고민했다. 그리고 남은 여백에 혼자서 할 수 있는 아주 자그마한 것들을 그려 넣기도 했다. 그렇지만 늘 그럴 수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런 자잘한 그림이나마 조금씩 늘어가고 있는 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할 수 있을 듯.


꼭 그렇게 해야만 하는가라고 묻는다면 나는 어떤 대답을 해 줄 수 있을까. 지금까지도 별 탈 없이 살아왔는데, 굳이 왜 너를 바꾸려고 하느냐고 묻는다면 난 얼굴이 좀 붉어질 것 같다. 온전히 나만을 위한 삶이란 걸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스스로 보람을 찾으면서, 힘들더라도 일을 해서 번 돈이 내 수중에 있다면 그럴 수 있는 가능성이 훨씬 커질 거라 생각한다. 그 일이 무엇이 되었든 말이다.


다시 12월로 돌아와서, 이번 12월은 내게 의미가 깊은 시간이 될 것이다. 물론 어떤 의미가 될지는 아직도 모른다. 지금까지 와 다른 시간과 세계가 펼쳐질 것이다. 나는 기뻐하거나 슬퍼할 것이고, 성취를 느끼거나 좌절감에 빠질 것이다. 불안이 설렘을 훨씬 능가하고 있다. 지금 나의 마음 상태는.


12월엔 간절히 가고 싶은 곳을 여러 곳 다녀오고 싶다. 간절함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들어온다. 마음속 깊이 원하고 바라던 것을 비로소 할 수 있는 달이 12월이 아닐까. 모든 것을 정리해 나가고 마무리해나가는 중에 그곳으로 몸과 마음을 함께 향하고, 또 한 동안 몸과 맘이 함께 거기에 머물다 보면 마음이 경건해지고 바라던 것들을 잠시 마음에 품을 수 있을 것이다. 영원하다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영원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존재할 뿐이다. 거기에 그 마음을 담고 가서 잠시 머무르다가 그 마음을 흔연히 내려놓고 오면 좋을 것 같다.


해마다 12월이라 별달리 하는 일이 없었다. 그래도 올해 12월에 해보고 싶은 것은 오래도록 보고 싶었던 사람의 얼굴을 오래도록 눈에 담는 것이다. 보고 싶다, 그립다 라는 말을 혈연에게 밖에 해본 적이 없다. 그것도 가슴속 깊이 묻어두고 아주 조그맣게 나만 들릴 정도의 소리로 얘기해본 것 같다. 혈연이 아닌 소중한 인연들을 하나둘 날짜 정해 만나보고 싶다. 어제 내게 남은 삶이 하루뿐이라면 어떨까 생각해 봤는데, 올 12월은 하루하루를 내게 남은 마지막 날이라 생각하며 소중히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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