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와 솔로몬 성전의 가난한 전우들

by 조 용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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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즈 강변으로부터 한 블록 안쪽 길을 따라 걷는다. 도시의 다른 곳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보도블록, 행인, 공사 중인 인부들. 특정할 것 없는 길을 우두커니 걷다가 우측에 오래되어 보이는 큰 나무문이 있다면 제대로 찾은 것이다. 이렇다 할 표식이나 안내도 없는 그 안쪽으로는 좁다란 골목길이 깊숙이 나 있다. 이따금씩 누군가 드나든다. 연습 중인 성가 소리가 미세하게 흘러나오자, 확신을 가지고 문을 지난다. 성전 기사들의 템플 교회다.

암갈색 돌들로 지어진 이 건물은, 십 이세 기경에 세워진 교회당이다. 야트막한 안뜰 중앙에 세워진 높다란 기둥 위, 비로소 한 마리의 군마 위에 탄 두 명의 기사상이 있다. 다시금 시선을 돌리면, 관광 중인 무리, 군데군데 돌로 된 벤치에서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 나무 아래서 새파란 잎사귀들을 바라보는 노인도 있다. 언뜻 이 모든 이의 복식만 바꾼다면 수세기 전 그 모습과 특히 다를 바가 없어 보이는 오후다. 양식과 기술은 발전하였을지 모르나, 사실 인간이라는 존재가 갈망하는 것은 여전히 십 이세기 그때와 같다고 할 수 있다. 가슴에 검을 꼭 쥔 형상으로 반듯이 누운 기사의 조각이 그 사실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었다. 변하지 않는 단순하고 정확한 사실이 있다면 저 차갑게 누운 기사와 찢긴 양피지뿐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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