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는 매스미디어와 이별하는 대중 (그리고 그 중간에서 일하고 있는 나)
“매스미디어를 경유하여 정보를 통제하는 종래의 ‘광고’는 소멸된다. 매스미디어의 기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홍보’도 비오톱이 무수히 생겨나는 와중에 의미를 잃게 된다. 광고도 홍보도 판매 촉진도 드디어 일체화되어 ‘어떻게 적합한 비오톱을 찾고 유용한 정보를 발신할까?’와 같은 고민을 가지고 포트폴리오를 짜고 분산시키고 적합한 컨설팅을 해줄 수 있는 광고 기업만이 살아남을 것이라 나는 생각한다.” (맺음말)
-<큐레이션의 시대> 중 인상깊었던 구절
미디어업계에서 일해온지 어느덧(누더기처럼 너덜너덜한 경력이지만) 3년이 지나고 있다. 모 케이블 채널에서 시사/교양 방송 프로그램 마케팅을 한 것이 1년 반, 그러다 '뉴스를 전하고 싶어!'라며 아나운서/기자 준비를 하고 뉴스서비스 스타트업에서 에디터로 일한 것이 근 1년, 그리고 지금 다시 방송업계로 돌아와 콘텐츠 홍보/마케팅을 6개월(은 글 쓴 시점에, 어느덧 1년 10개월)동안 하고 있는 것이다.
짧은 기간이지만 그 동안 미디어의 변화는 급진적이었다. 그 시간 동안 내가 보고 느꼈던 것들을 정리해본다.
불과 몇 년 동안 많은 것이 변했다. 모 케이블채널의 초창기 공채 사원으로써 'TV 프로그램 마케팅'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콘텐츠 마케팅'이라는 개념은 참으로 생소한 것이었다. 프로그램 구성부터 비주얼 기획, 프로그램 제작 그리고 방송 후 이슈화 모두가 PD, 제작진의 전유물이었고 그렇게 만들어 놓은 방송콘텐츠를 대중에게 다시 팔아야 하는 마케팅이란 겉도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그런 것이었다.
하지만 일을 시작하고 불과 몇 개월 만에 방송 마케팅은 프로그램 기획과 컨셉 구성에 참여하기 시작했고, SNS를 통해 따로 콘텐츠 소비자들과 만났다. 방송 콘텐츠와 채널(TV채널을 비롯 온라인 상의 콘텐츠 플랫폼까지)이 다양해지면서 콘텐츠를 소비자의 요구에 맞게 제공할 필요가 있었고, 그 역할을 마케팅이 하게 된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때 콘텐츠마케터들이 TV채널의 매스 커뮤니케이션을 타깃화, 개인화시키기 시작했다 생각한다.)
한편 그 과정에서 가장 눈에 띄게 성장했던 것이 '페이스북'이라는 플랫폼이었다. 지금의 피키캐스트, 몬캐스트 등의 기반이 된 '세웃동(세상에서 가장 웃긴 동영상)', '남동(남자들의 동영상)', '여동(여자들의 동영상)', '피키캐스트'는 당시 페이스북에서 자라난 강력한 콘텐츠 플랫폼이었고, 콘텐츠 마케팅에 있어 이들과의 협업은 가장 효과적인 수단 중 하나였다. 프로그램별 페이지를 만들어 콘텐츠 소비자들과의 유대관계를 형성하고 그들이 이 프로그램에서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은 필수였다.
이 때부터 TV채널과 콘텐츠 소비자의 이별은 시작됐던 것이 아닐까. 하나의 채널에 집착할 필요가 없어졌던 것이니까.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보자면 나는 당시 조금 더 진지한 것, 본질적인 것을 해보고 싶었다.(그것이 그 때는 단지 뉴스 뿐이라고 생각했던 것..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그래서 기자 준비에 돌입했고, 흔히 이야기하는 상식 공부, 논술 준비에 몰두했다. 무엇을 위해 그 공부를 하는지도 모른채. 단지 시험에 합격해야 하니까.
하지만 그 과정에서 느꼈던 아이러니는 외면하려 해도 떨칠 수 없는 것이었다. 종이신문을 사들고 카페에 앉아있는 젊은이들은 '십중팔구 언론시험 준비생'이라고 여길 정도로 우리 세대 그 누구도 종이신문을 사서 보지 않았다. 심지어 방송뉴스조차 챙겨보는 이들이 드물었다. '언론사 시험에 나오니까' 챙겨봤던 것이지, 꼭 오늘의 뉴스를 방송을 통해 봐야한다는 인식은 '언시생' 사이에서도 생소했다.
그런 와중 신문 지면에는 '언론의 위기', '뉴미디어 시대', '디지털 혁신' 기획기사가 계속해서 실리고 있었다. 논술 시험에도 '뉴미디어 시대, 언론이 가야할 길'을 묻는 문제가 대부분이었다. 변화하는 미디어의 흐름을 인지하면서도 구조적 변화를 이루지 못하는 언론에 의구심을 가지게 됐고, 20대를 위한 어느 모바일 기반 뉴스 서비스를 알게 된 것은 그 즈음이었다.
그 곳에서 뉴스에디터로 일하는 동안 타깃화된 콘텐츠의 중요성, 그에 따른 광고모델의 변화를 몸소 겪었다. 대중을 위한 서비스는 아니었지만 그 서비스는 이용자들의 전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뢰관계를 형성했고, '추천'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도 전파할 수 있는 뉴스서비스였다. (무분별한 광고를 통해 콘텐츠의 특성을 흐리게 만들지 않은 것도 주요했던 것 같다.) 독자와 1:1 관계를 형성하려 노력하며 그들의 피드백을 즉각적으로 반영해 서비스를 최적화하는 곳이었다. 대표님과 운영진은 A/B 테스트를 통해 어떤 쪽이 조금 더 우리 타깃 유저들에게 좋은 구성인지 알아보고 그들의 행동패턴을 분석하려 노력했다. 또 에디터들에게는 최적화된 콘텐츠 업로드 CMS(Contents Management System)를 제공했다. 미디어 영역의 변화에 맞게 서비스를 분자화, 개인화시키는 서비스였다.
그렇게 뉴미디어 생태계를 알아가기 시작한지 1년즈음 됐을까, 나는 다시 방송으로 돌아가게 된다. 뉴스라는 방송 콘텐츠를 새로운 미디어에 맞춰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
.
.
.
**그리고 약 1년 4개월 뒤_ 지금 현실은,
TV 안에 머물렀던 콘텐츠들은 이제 다양한 채널을 통해 그만큼 다양한 콘텍스트(맥락)로 이용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 범위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뉴스만큼은 그 범위 확대가 쉽지 않은 듯 하네요. 대형 언론 중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자연스럽게 이용자들의 삶에 안착한 경우는... JTBC, 그리고 SBS 정도인 것 같습니다.(다른 곳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그 외에는 오히려 대형 언론사의 브랜드를 숨기고, 완전히 새로운 타깃에 맞춘 뉴스 서비스를 론칭한 경우만 소소한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그들보다는 태초부터 확실한 색깔로 탄생한 '닷페이스' 등의 뉴미디어가 더욱 성공적으로 영향력을 확보해나가고 있는 것 같네요.)
저는 이 언론사에 들어오면서 '뉴스'를 다룰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러지 못 했습니다. 기성 언론사에서 뉴스라는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는 벽은 참으로 높았네요. 아쉽지만 저는 지금 제가 첫 번째 회사에서 했던, TV 콘텐츠의 소통채널을 다각화하고 그에 따라 콘텐츠의 맥락을 변화시키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마저도 손이 달려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역시 콘텐츠는 사람을 갈아서 만드......)
새로운 미디어의 소통방식에 대한 고민은 지금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 궁금해지네요. 제가 앞으로 어떤 길을 가게 되고, 어떤 글을 쓰게 될지!
이상 현재까지의 '미디어 변혁기' 썰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