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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고재비 Sep 25. 2018

에듀테크를 위한 테크 처방전

'에듀'와 '테크'의 의미있는 만남

교육공학이라는 학문을 처음 접하게 되면, 학문의 정의에 대해 가장 먼저 배우게 됩니다. 분야에 대한 정의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여러 번 달라졌지만, 대 부분의 정의는 교육 공학의 '처방적' 성격을 전제하고 있습니다.  교육공학은 교육에 '과학적/체제적'으로 접근하여 적절한 '개발, 실행, 평가'를 하는 학문이다... 이런 식이죠. 문제 상황에서 교육적인 처치를 취해주기 위해 사회과학적인 방법을 논리적으로 적용한다는 말입니다.(정확한 정의는, 위키피디아를 참고해주세요)


교육을 '처방'한다는 것...

우리는 과연 답을 찾을 수 있을까요?


인간이 다른 인간의 인지적, 정의적 영역을 진단하고, 목표한 바를 위한 '처방'을 한다는게 얼마나 가능한 일일까요?


 일반적으로 '처방'이라는 단어가 가장 많이 쓰이는 장면은 아마 병원일 것 같습니다. 이 경우 처방이란, 의사가 환자를 진찰하고, 병명을 진단하고, 의학적인 해결책을 처치해주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약국에 가서 제출하는 것도 '처방전'이라고 부르죠. 그럼 교육을 '처방'해 준다는 것을 어떤 것을 의미할까요? 아무래도 교육자가 교육 받는 사람들의 상태를 진단하고, 적절한 교육척 처치를 내려주는 과정을 의미하겠죠?  많은 사람들이 교육학이나 교육공학을 공부하고자 마음 먹을 때는, 이 '처방'이라는 것에 대한 큰 기대를 품고 옵니다. 특히 교육 업계에서 일을 했지만, 교육학에 대한 이론적 기본기가 없는 사람이 '나 대학원에 갈까봐.'라고 말하면서 이 '처방하는 법'을 배우고 싶다고 말하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교육학을 배운 사람이 의사처럼 진단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그렇다고 모든 의사가 다 제대로 진단하는 건 아닙니다), 교육학 이론을 갖추고 있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명쾌한 진단력을 갖추지 못해요. 우선, 의사는 교육학 공부하는 분들보다 더 오랫동안 제도권 내에서 빡센 수련을 합니다. 전문의가 되려면 10년은 필요하지 않나요? 더군다나 즉각적으로 결과를 내어주는 다양한 영상 진단 장치, 검사들의 도움을 받고요. 그럼에도 객관적인 데이터, 경험적인 지식(학회에 보고된 지식들)을 바탕으로 노련하게 해석해 내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그런데, 교육적 처방을 내려야 할 때는 의사처럼 훌륭한 진단 장치를 활용할 기회를 많이 가지지 못해요. 객관적인 데이터를 경험적으로 해석하려는 시도는 온라인 학습의 결과가 데이터로 남은 21세기에 와서야 겨우 태동하려고 하는 수준입니다. 거기다 인간의 정신과 마음이란 얼마나 복잡한 것일까요? 그리고 우리는 타인을 성장시키기 위한 판단을 쉽게 해도 괜찮은 걸까요?




에듀테크를 위한 테크를 처방한다는 것


교육공학 분야에서 가장 최신의 트렌드인 '에듀테크'에 대한 부분으로 논점을 좁혀 봅시다. 앞서 교육공학은 그 분야에 '처방적인' 성격을 전제하고 있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무엇을 처방하냐면, 가장 포괄적으로는 교육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의미하는 처방하는 것이고, 이 방법이라는 것에는 교수/학습 방법론과 학습적 도구가 포함됩니다. 에듀테크라고 우리가 부르는 것들은 다양한 학습적 도구 중에서도 IT 기술을 활용한 학습적 도구/서비스/ 플랫폼을 의미한다고 현실적으로 정의내려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협회가 인정한 정의는 아닙니다)


즉, 최근 교육에서 처방을 내리는 영역에서는 어떤 에듀테크를 개발하고 사용할 것인가..라는 고민이 당연히 포함됩니다. 문제를 인식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그리고 개인의 학습 효율성, 효과성을 높여주기 위한 서비스를 개발하는 과정에서요.


새로운 에듀테크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는 대개 다음과 같은 과정으로 '테크'가 처방되어 왔습니다.


1. 교육학적으로 잘 정립된 학습 이론을 그대로 시스템에 적용하는 방식

  - 저 역시 논문을 쓰기 위해서 서비스를 하나 개발해야 하나? 라고 고민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학계에서는 이미 오랫동안 정리한 이론적인 학습 방법이 있습니다. '온라인 환경에서 XX를 증진시키는 학습 플랫폼 설계 연구'와 같은 제목의 논문은 수 없이 많이 찾아볼 수 있죠. 위의 XX에는 어떤 것이 들어가도 좋습니다. '창의성을 증진시키는 플랫폼 설계 연구'는 어떨까요? 그 자리에 협업 능력, 비판적 사고력이 들어간다면요...?


 이 부분은 최근 교육공학에서 끊임없이 언급되는 주제들이고, 학습의 목표나 학습 환경(EX. 온라인 토론 학습 환경, 창의적 융합 교육 환경 등등...)에서 약간 구별되는 수준에서 수 많은 프로토타입이나 목업이 많이 개발되어 있습니다. 많은 경우 논문을 한 번 쓰고 나면 그 생명을 다 하는 경우가 많고, 실제 운영되지 않는 에듀테크가 많습니다. 이 경우, 에듀테크를 설계한 연구자는 자신의 창작물이 너무나 사랑스러운 나머지 '이런걸 네OO 나 삼O같은 곳에서 투자해서 계속 운영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일은 여간해선 일어나지 않습니다.


2. 만들어진 기술을 교육에 적용해서 써보면 어떨까하고 바로 적용하는 방식

 - 공학계에는 서비스 구현이 1번에서의 접근 보다 훨씬 간단합니다. 똑똑한 개발자는 어느날 갑자기 '요것 괜찮겠는데~?' 라면서 하루 아침에 뚝딱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도 있습니다. 이들의 접근은 1에 비해 훨씬 경험적이고, 실용적이며, 무엇보다 빠릅니다.


 Udacity라는 서비스가 처음 등장했을 때, 재생되는 비디오 안에서 radio box를 체크하는 방식의 퀴즈가 구현되었습니다. 이전까지 우리에게 익숙했던 것은 동영상 학습을 모두 완료한 후에, 퀴즈를 보는 방식이었죠. 퀴즈를 언제 보는지가 그렇게 중요한가요? 그것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동영상 안에서 퀴즈를 볼 수도 있다는 사실은 전 몰랐습니다. 기술을 몰랐거든요.


문송하게도, 동영상 중간에 퀴즈가 들어갈 수 있다는 생각을 못 해서 만들 수 있을 줄도 몰랐다


 한 때 이슈가 되었던 중국의 인공지능 교실은 어떤가요? 안면인식 기술을 이용해서 학생의 출석을 체크하고, 학생의 표정을 딥러닝으로 분석해서 수업에 대한 집중도 등을 분석하고 교사에게 '저 학생은 지금 주의를 기울이고 있지 않아'라는 ALERT를 준다면요?

 

 개념적으로 쉽게 이해를 위해 양극단을 설명했습니다만, 사실 이론적으로 훌륭하며 상업적으로 성공한 에듀테크 서비스들은 저 중간의 어디쯤엔가 있을 거에요. 극단적인 1은 상용화가 되기 어렵다는 단점 때문에 세상의 빛을 보지 못했을 터이고, 극단적인 2는 상용화된 서비스 개발도 빠르게 가능하고, 직관적이지만, 학습의 다양한 측면을 이해하는 것은 아무래도 다소 부족할 수 있습니다. 이럴때 수익을 내야 하는 상황이면 이상한 마케팅 용어가 등장하기도 하는 거죠(한 번 보면 절대 잊지 않는 영단어 암기법, 하버드 10인이 인정한... 하...).


 기술을 TOO MUCH로 쓴다는 비난도 피하기 어렵죠. 실제로 중국의 인공지능 교실은 '학생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한다'며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았으니까요. 개인적으로는 통제를 위해 저런 기술을 적용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기술이 있고, 교육에도 써 보면 좋을 것 같으니, 누군가 시도해 본 정도가 아닐까요? 어쨋거나 기술을 TOO MUCH로 사용하는 것은 결국 '그럴 필요가 있나?' 문제 제기에 대한 답변을 준비해 두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에듀테크를 위한 테크 처방전  


얼마전 강의 자료를 준비하다가 2018년 에듀테크에 관한 블로그 글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2018년에 투자를 잘 받고 있는 에듀테크들의 트렌드에 관한 글이었는데, 제가 읽어보니 에듀테크를 위해 테크를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에 대한 좋은 가이드가 될 것 같아, '에듀테크를 위한 테크 처방'이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에게 소개 한 바 있었습니다.


*저자는 8개의 트렌드를 설명했지만, 저는 이 중에서 테크 처방전으로 활용할 만한 부분을 발췌하여 소개하고, 저의 개인적인 해설을 덧붙였습니다


**원글: https://medium.com/the-edtech-world/edtech-trends-2018-5be1d42c8f37



1. Without Creativity, Technology is nothing

 : 창의성이 부족한 기술은 아무것도 아니다


응? 당연한 이야기 아닌가요? 하지만 가장 지켜지기 어려운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 마다 항상 그 기술이 모든 문제를 당연히 해결해 줄 것과 같은 어설픈 기대를 하기 때문이죠.


"I believe that major trends in the EdTech sector in 2018 will focus more on customer value rather than technology. I also think that AI solutions, that are doing more than just digitilizing a form, will get a broader acceptance."


 뛰어난 기술 그 자체보다는, 그 기술을 활용해서 어떤 사용자 가치(Customer Value)를 만들어낼 수 있는에 대해 집중해야 합니다. 이 지점은 에듀테크를 기획하시는 분들이 실제 '개발하는 분'과 갈등을 빚는 지점이 되기도 합니다. 만약에 엄청난 솔루션을 기획해서 가져갔는데, 개발자들이 '그걸 굳이 왜 그렇게 만들어야 하냐?'고 되묻는다면 한번 다시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좋은사례) Udacity의 비디오 퀴즈 

  Udacity는 영상으로 학습을 하는 중간에, 화면이 멈추고 간단한 개념을 체크할 수 있는 퀴즈를 삽입할 수 있는 기능을 구현했습니다. Youtube를 보다가 중간에 멈추고 광고가 나오는 것처럼, Udacity는 중간에 간단한 퀴즈를 풀 수 있게 구현했습니다. 별 것 아닌 적용이었지만, 상호작용 측면에서는 효과가 컸습니다. 이해하지 않고 넘어갈 수도 있던 것들을 '모두 이해해야만 넘어갈 수 있는 것'으로 만들었으니까요. 저는 이 점에서 비디오 퀴즈가 가치(Customer Value)를 만들어 내었다고 생각합니다.


 고민해볼 만한 사례) 중국의 인공지능 교실

 중국의 인공지능 기술 수준은 매우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길거리에서도 얼굴 인식이 되어서, 범법자를 찾아낼 수 있다고 하는데. 교실에서도 선생님의 '학생 관리'를 돕기 위한 인공지능이 실험적으로 도입되고 있다고 합니다. 아래의 동영상은 중국의 인공지능 교실을 소개하면서, 매우 편파적으로 중국의 인공지능 교실을 비난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학생들의 얼굴을 찍고 모두 감시하고 있다는 취지인데요. 꼭 감시가 목적이 아니라... 교사의 수업을 지원하는 도구들을 개발하는 것 사실 '에듀테크'의 큰 부분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훌륭한 교사 지원 도구 덕분에 선생님은 어떤 학생이 토론에서 자주 소외되는지, 누가 실제로 이해하고 있는 척을 하고 있는지, 도움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번 생각해 봐야합니다. 누가 수업을 안 듣는지 찾아내기 위해 '인공지능' 기술 까지 꼭 도입해야 했던 걸까요? 기술 대비 만들어내는 가치 창출이 적절한 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인다면요? 교사의 수업 방식을 개선했다면요? 적극적인 참여를 목표로 한다면, 인공지능 기술의 도입은 다이렉트한 정답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가치 창출을 하는 부분 역시 미미하고요. 아래의 동영상 역시 그런 취지에서 이 기술을 비난하고 있는 것입니다.


 https://youtu.be/LCHvzyDcY0A



2. Analytics and data rules

  : 데이터 기반의 의사 결정이 주를 이룬다


교육공학(Educational Technology) >> 러닝사이언스 (Learning Science) >> 러닝어널리틱스(Learning Analytics)로 넘어가는 트렌드를 반영하듯, 학습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 데이터를 통해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에듀테크들이 강세입니다.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비유는 아닐 수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잘 받아들였던 예로 비유를 들어보고자 합니다.  


프랑스식 정찬의 시대

 : 교수설계자(instructional desginer)라고 불리는 직군의 사람들이 교육적인 니즈의 분석 - 교육 프로그램 개발 - 이후 교육 평가까지 도맡습니다. 이들이 만든 온라인 교육은 Gagne의 9가지 교수사태(event)를 따르는 경우가 많았는데, 학습자가 가야할 경로는 온전히 이들이 결정했습니다. 이들은 '인간의 학습'에 대해 오랫동안 공부하고 교육 프로그램 개발을 훈련한 전문가였습니다. 마치 엄청난 수련을 거친 프랑스 요리사처럼요.


 작년에, 아주 긴 시간 동안 프랑스 남부지방을 여행했습니다. 이럴때 아니면 언제 가보겠나 싶어 매일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을 다녔어요. 식전주, 앙트레, 메인 디쉬, 디저트까지 매일 코스 요리를 먹었습니다. 처음에는 너무 감탄했어요. 2-3시간 걸려 식사를 하면서 해산물, 육류, 달콤한 것, 짠 것, 새콤한 것, 세상의 모든 맛을 고루 갖춘 그 코스 요리의 치밀함이 놀라웠습니다. 식욕을 돋궈주는 식전 요리에, 달콤한 마무리. 완벽한 설계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일주일 정도 이렇게 먹으니 더 이상 프랑스 정찬을 먹고 싶지 않았습니다. 분명히 달콤한 디저트를 먹을 타임인데, 그냥 나가서 시원한 콜라나 한 잔 했으면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고, 여러날 정찬을 먹다보니 속이 더부룩해지면서 고기류는 안 먹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교수설계자가 만들어놓은 '완벽한' 교육과정은 이런 면에서 '프랑스 정찬'과 비슷합니다. 숙련된 전문가가 오래 시간 숙고하여 만들어놓은 하나의 '코스'. 그 코스를 이탈하는 것은 한 번 그 코스에 들어간 사람에게 바보 같같은 짓이 될 수 있습니다. 완벽히 설계 되었다니깐요! 하지만, 사람들은 가끔 그 코스를 이탈하고 싶을 수 있습니다. 또 하나의 과정을 거치는데 오랜 시간이 들고, 막상 스스로 필요하다고 느껴지는 것을 바로 제공받을 수 없었죠. 


뷔페의 시대 

 : 가르치지 않는 선생님의 시대입니다. 문제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머티리얼을 주고, 선생님은 가르치지 않고 도와주기만 합니다. 적절한 질문을 던지거나, 학생이 필요한 것이 있을 때 그 어려움만 해결해주는 '조언자'의 역할을 합니다. 이것은 뷔페와 비슷합니다. 내 나름의 문제를 내가 가지고 있습니다. 배고프지만, 고기를 잘 소화시킬 수도 있고, 이 문제는 사람마다 약간은 다르겠죠. 100개가 넘는 요리들이 내 앞에 펼쳐져 있고, 나는 내 나름에 맞게 내가 원하는 대로 음식을 조합해서 먹을 수 있습니다. 스탭들은 접시를 치워주거나 요리를 채워주거나, 또는 (물어본다면) 음식을 먹는 방법을 알려주기도 합니다.


 뷔페를 잘 먹는 사람들은 따로 있습니다. 뽕 뽑게 많이 먹으려면 샐러드부터 먼저 먹어야 한다는 사실을 혹시 알고 있나요? 저는 간장게장부터 담아먹었다가, 뷔페왕에게 따끔하게 혼난 적이 있습니다. 가끔은 있는 떡하니 있는 음식을 못 찾아 먹기도 했습니다. 다 먹고 나온 뒤에 '거기 아이스크림이 있었다고?' 이런식이죠. 흔히 말하는 '구성주의 교육'을 뷔페에 비유한 것입니다. 조언자의 역할이 매우 필요하고, 누군가는 당황할 수 있습니다. '아니 뭐 부터 먹으라는거야? 왜 자꾸 안 가르쳐주고 다 저기 가면 있다고만 말하는 거야?'


앞으로 올 시대, 제안하는 뷔페는 어떨까요? 

 : 뷔페를 잘 이용하는 사람들의 데이터를 모아 패턴을 분석하고, 나의 연령대, 나의 몸상태, 나의 평소 식습관에 맞춰 시작 음식과 다음 음식을 자동으로 추천해주는 뷔페가 있다면 어떨까요? 물론 선택은 나의 몫이겠지만, 아주 똑똑한 추천 시스템을 가진 뷔페를 상상해 볼 수 있습니다. 혹은 퍼스널 잇팅 가이드가 포함된 뷔페일 수도 있죠.


 러닝 어날리틱스(Learning analytics)의 시대가 되면, 이것이 가능해집니다. 에듀테크를 이용하는 교육자가 학생들의 상태를 분석하여 의사결정을 해 줄 수도 있고, 더 상위의 기술이 적용된다면 이 의사결정까지 시스템에서 대신 해 줄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글로벌 MOOC에서 강의를 수강하고 있다면, 우리는 실제로 '제안하는 뷔페'시대를 맞이하는 것에 알게 모르게 기여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학습자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죠. EdX의 경우, 전세계 학습자의 학습 데이터를 분석하여 교수/학습적 연구를 하는 것을 그들의 명시적인 목표로 삼고 있기도 합니다.

 

 그냥 이런 시스템이 좋으니까 한 번 써봐. 라는 것은 더 이상 먹히는 트렌드가 아닙니다. 똑똑한 사람이 만들었다고 광고하는 것도 식상해요. 학생의 학습에 대해 데이터적인 관점에서 접근이 가능해야 하고, 이를 통한 의사결정이 가능한 시스템이 강세가 되고 있습니다. 단순한 커뮤니케이션 수단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해 계속 노력해야 하는 이유이죠.


3. Stanrdardization of Edtech Product

: 독특하고 특이한 것에 너무 승부걸지 말자  


 독자적인 학습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많은 분들이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원하는 인터랙션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우리만의 플랫폼을 반드시 개발해야만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에듀테크 트렌드 2018은 그러지 말라고 권하고 있네요. (오역주의)


"When an educational institution believes it is unique, then it will demand tailored bespoke solutions, thus making it hard for EdTechs to scale. We need more innovation in EdTech, and for the business models to be feasible, then EdTechs have to have somewhat standardised products that don’t need too much calibration to fit with a new customer."


"교육기관들이 유니크하다고 믿는 것들은 맞춤 솔루션이 개발되어야 하는 것들이고, 이 때문에 에듀테크는 스케일업 하기 어려워집니다. 우리는 에듀테크에서 더 많은 혁신이 필요하고, 많은 모델들을 실현시켜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에듀테크는 새로운 고객에게 맞출 때 너무 복잡하지 않을 '표준화된 프로덕트'가 필요해요."


누구나 이해하고 있는 사용법, 다른 것과 호환 가능한 것을 만드는 것은 계속 성장할 수 있다는 커다란 이점이 있습니다. 독특한 나만의 플랫폼을 온전히 혼자 키워내지 않아도, 다른 서비스/플랫폼과 함께 성장할 수 있습니다.


LEGO mindstorm은 시스템간 호환, 플랫폼 공유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엄청난 시장지배력을 갖게 되었습니다


최근 피지컬 컴퓨팅 도구, 교육용 로봇들이 우후죽순 생기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통신사에서도 교육용 로봇을 많이 제작해 내었지만, 통신사에 제한된 앱이나 그들만의 생태계안에서 작동 가능한 것들로 얼마나 성장할 수 있었을까요? 몇몇 교육용 로봇들은 반짝 cf에 등장하고 귀가 얇은 학부모들을 현혹시키는 데 성공했을 지는 모르지만 사업적으로 성공을 이루지 못했고, 시장 자체의 성장에도 기여하지 못했습니다.


4. More Accessible learning and teaching for all  

: 접근할 수 없었던 것에 접근하게 해 주자   


전 세계 우수대학의 강좌들을 모아서 제공했던 MOOC는 사회적으로도 큰 반향을 일으켰지만 비즈니스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나아가 각자의 플랫폼이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들을 개발해내며 다양한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 '미국 명문대학 강의'라는 소수만의 특권같았던 콘텐츠를 모두에게 내어준 것이 이들의 주효 전략이었습니다. 사람들이 기존에 다가가고 싶고, 찾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던 '배움'이 어디에 있을지 고민해 보는 것은 좋은 에듀테크를 만들 수 있는 아주 간단한 방법입니다.


이 접근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정말로 도달할 수 없었던 것에 가까이 접근하게 해 주는 것입니다. 앞서 언급된 것과 같이 미국 명문대학의 강의를 제공하는 EdX, Coursera, 국내 유명 대학의 우수 강의를 제공하는 K-MOOC은 이런 사례입니다. Udacity는 Google, AT&T, NDIVIA와 같은 세계 최고의 기업들이 원하는 업무 역량이라는 것을 묶어서 교육과정으로 개발하고 저렴한 가격에 제공했습니다. 이런 서비스가 없었다면, 사람들은 접근할 수도 없는 것을 발굴하여 제공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배움의 롱테일 시장을 발굴하는 것입니다. Udemy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교육 오픈마켓'입니다. 앞서 언급한 MOOC과 다르게 Udemy는 '검증된 명문 강의'는 아닐지 모릅니다. 하지만 양방향 플랫폼으로써 교육의 생산자, 교육의 소비자를 연결시켜줍니다. 기관 또는 기업에서 수익을 낼 수 없어 만들 수 없었던 교육이 무수히 만들어 질 수 있습니다. 개인이 큰 비용을 들지 않고 콘텐츠 생산, 판매, 마케팅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모든 사람이 알아야 할 필요는 없지만, 누군가는 정말로 알고 싶어서 기꺼이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니치(niche)한 교육 시장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국내에서는 이런 교육오픈마켓 중 하나로, 프로그래밍 교육 강의를 모아서 제공하는 인프런의 성장세가 무섭습니다. 현업에서 일하는 프로그래머들이 빠르게 프로그래밍 지식을 전파하는 플랫폼입니다. 콘텐츠의 질은 EdX나 Coursera에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가장 수요가 높은 시기에 인기 있는 콘텐츠를 빠르게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많은 프로그래머들이 이 사이트를 이용하고 있고, 2년간 연평균 330%의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출처:http://www.venturesquare.net/767776)




 테크는 모든 것의 만병통치약이 아닙니다. 불필요한 테크도 세상엔 얼마나 많은가요. 교육 분야에서 일을 하면서 안타까웠던 일들 중 하나는, 많은 분들이 '테크'를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처럼 여긴다는 거였습니다. 특히 많은 정책들이 그러했습니다. '테크'를 도입하는 건, 방법에 약간 변화를 주는 것일 뿐입니다. 그리고 그 방법은 한 번에 맞을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고요.


교육에 '테크'를 도입해서 학생의 학습 의욕이 고취되고, 성취도도 높아지고, 비용도 절약할 수 있고... 다 이렇게 술술 풀린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나 하나의 작은 수단을 바꾸는 것은 결과를 조금 개선할 수 있는 것이고, 그를 바탕으로 우리는 또 무언가를 바꾸어 나가서 결과적으로 나아져야 할 것입니다.


가르치고 배우는 것은, 기술(technology)이 아닌 기술(art)이라고 생각합니다. 유연하게 총체적으로 접근해야 할 문제이지요. 그래서 시장이 성장할수록 우리가 만들어나가는 에듀테크에서 '테크'를 좀 더 고민해 보아야 합니다. 그래야 이제 겨우 성장을 시장한 이 분야를 건강하게 오래오래 성장시킬 수 있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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