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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고재비 Dec 29. 2018

Relationship이 Business가 된다는 건?

개발자들의 커뮤니티를 만드는 사람들, DevRels2018 Summit


언제부터 인싸라는 말이 칭찬이 되었을까요?


‘인싸’는 인사이더,’ ‘Insider’라는 의미로, 잘 어울리지 못하고 주변부를 도는 ‘아웃사이더,’ ‘Outsider’와 반대되는 의미로 쓰이는 말이었습니다. 모임에 자주 초대받고 출석하는 사람, 친구가 많고 약속이 많은 사람, 두루두루 널리 얼굴을 드러내는 사람이라는 의미 입니다. 요즘은 ‘인싸’라는 말은 유행어가 되었습니다. 널리 사교 한다는 의미와 더불어 ‘힙’하다는 의미도 있어, ‘인싸댄스,’ ‘인싸맛집,’ 등으로 파생되어 활용되고 있습니다. 요즘 누군가가 ‘너 정말 인싸구나?’라고 말해준다면, 그것은 극찬임에 틀림 없습니다. 그러나 항상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인싸’라는 표현보다는 아웃사이더라는 ‘아싸’라는 표현을 더 자주 써 왔고, ‘인싸’는 ‘아싸’의 반대말로 인식되었던 날들이 더 길었습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아싸’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인싸’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많은 노드를 가진 사람이 파워를 가진다


사람들의 관계는 점점 느슨하게 연결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남이가?’로 요약할 수 있는, 과거의 공통점, 즉 ‘출신성분’으로 똘똘 뭉치던 시대가 저물어져 가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관심사 기반으로 만나고, 관심사가 맞지 않는 영역에서는 서로 쿨해지길 바랍니다. 억지로 과거지사의 공통점을 찾아 조언을 하는 오지랖이 넓은 사람들은 ‘꼰대’라고 부릅니다. 같은 학교를 졸업했다고, 같은 고향 출신이라고, 소속감을 가지고 맞지 않는 관심사를 서로 맞추고 이해해가며 교류해 가던 시대가 저물고 있습니다. 이제든 페이스북이며, 인스타그램이며 관심사(#해쉬태그)를 쉽게 검색해서 입맛에 맞는 콘텐츠와 소식들로 피드를 채울 수 있고, 가볍게 밋업(meet-up)등에 참석하거나 서로 게시물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서로에게 관계에서의 쫀쫀함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공통의 관심사에 열정적으로 반응해줄 뿐입니다. 우리는 뭉쳐 다니지 않습니다. 다만 수 많은 연결 가지들을 내렸다가 거두었다가 할 뿐입니다. 수 많은 연결 가지들이 모이는 곳, 많은 노드를 가지고 있는 것은 힘(power)이 생깁니다. 이런 세상이니 자연스럽게 ‘인싸’에 가까운 사람들이 빛이 나지 않았을까요? 예전 같으면 어차피 다 진짜 친구도 아닌데, 실속 없다고 했을 법한 느슨한 관계들을 많이 보유하는 것이 힘의 원동력이 될 수도 있습니다. 깊이를 떠나, 노드가 많다면 ‘인플루언서’가 될 수 있으니까요.


배움을 설계하는 영역에서도 '인싸'가 키워드가 된다


어느 분야에서나 인싸는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페이스북, 트위터, 유투브와 같은 넷상은 물론, 회사 안에도 있습니다. 인싸들은 다양한 것들을 만들어 내고, 그들이 무엇을 얻던 간에 그것은 사람들의 ‘공감’과 ‘호응’을 얻을 수 있습니다. 자신들이 내어 놓는 것이 상품일 때도 있고 정보나 지식일 때도 있습니다. 특히 변화의 속도가 빠른 곳에서는 ‘인싸’들의 활약에 따라 지식, 경험, 노하우가 빠르게 사람들 사이로 퍼져나갑니다. 빠른 변화를 캐치해서 빠르게 배울 수 있는, 즉 러닝커브가 좋으면서 이런 지식들을 기꺼이 나누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나 처럼 교육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친하게 지내야 할 사람들입니다.

 



‘관계’가 ‘비즈니스’가 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


2018년 11월, 저는 싱가폴의 한 작은 서밋(Summit)에 초대 받아 다녀왔습니다. 제가 디렉터로 참여하고 있는 위민후코드(Women Who Code) 서울 커뮤니티가 초대를 받았다고 해야 정확하겠지요. 제가 초대 받은 곳에서는 ‘관계’가 곧 비즈니스가 된다고 믿고 있는 수십명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곳은 바로 DevRel(‘데브렐’이라고 발음합니다) 서밋이었습니다. Mozila Foundation, GitHub, Slack, Facebook과 같은 기업들의 ‘데브렐 관계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Dev + Rel’ 이라는 단어의 조합만으로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어렴풋하게 유추할 수는 있었지만, 정확히 그들이 하는 일은 무슨 일인지 한 번에 파악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우선, 그들은 자신의 회사에서 다양한 직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Dev Relation 담당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었지만, Student Partnership 담당, Developer Ecosystem 담당이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그들의 핵심 상품을 판매하는 역할도 아니었고, 회사의 내부인을 교육해서 업무 역량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미션을 갖고 있지도 않았습니다. 그들은 ‘개발자들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곧 비즈니스’라고 믿고, 본인들의 비즈니스의 핵심이 되는 개발자들의 커뮤니티를 만드는 일에 몰두 하고 있을 뿐 이었습니다. 각자의 태스크는 저마다 다양합니다. 각 회사에서 어디에 집중하느냐에 따라 영향을 받기도 합니다. 몇몇은 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에서 굉장히 이름난 ‘인싸’이기도 합니다. 몇몇은 원래는 ‘개발자’였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습니다.


기업들이 관계맺음에 투자하는 이유
DevRels = Talent Acquisition & Talent Retention


굵직한 회사들이 회사의 차원에서 관계에 투자를 하는 이유는 매우 다양합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기업의 핵심 기술과 서비스를 만들고 사용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인재를 확보하고, 그들의 능력을 유지시켜 주기 위함일 것입니다.


DevRels는 시대를 따라 변해왔습니다.


 - 1990~2002: Tech Writer의 시대

 - 2003~2015: 상품 홍보 & recruitment의 시대

   API, SDK와 같은 회사의 Product들을 안내하고, 이것들이 잘 쓰일 수 있게 유도하는 역할을 주로 해 왔습니다. 실력이 좋은 개발자를 찾고, 채용하기 위해 직접적으로 Community를 활용했습니다.

 - 2015~ Now: 느슨한 연결의 시대

DevRel은 블록체인과 같은 느슨한 연결관계를 만들어나가는 일로 점점 바뀌고 있습니다. 예전처럼 노골적으로 기업을 상품을 홍보하거나 인재 채용을 위한 일들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기업에 이윤이 되는 일에 무관심 한 것은 아닙니다. 기업이 교육 기관 설립이나 생태계 양성에 직접 관여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학생들의 부족한 역량을 메꾸는 일에 기업이 직접 투자하고 다양한 이벤트를 만듭니다.


 그들이 하고 있는 일은 매우 다양하고, 포괄적입니다


*GitHub 참여한 Joe는 Student Partnership 담당자입니다. GitHub의 경우, 매년 신규로 가입하는 학생 회원이 100만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그들은 매우 타이트한 규율을 가진 캠퍼스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12월에 WomenWhoCode Seoul이 참석한 Locak hackday 역시 GitHub의 **가 담당하는 일이었습니다.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그는 서울을 포함한 수십개의 도시에서 해커톤이 열릴 수 있게 다양한 오거나이저 그룹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 일은 그가 하고 있는 수만가지 일 중 하나 였을 것입니다. 그는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람들이, 대규모의 행사를 무사히 조직하고 마칠 수 있도록 모든 상상력을 동원해서 촘촘한 가이드와 넛지를 설계했습니다.


*우리를 이 자리로 초대해 준 사람이자, Summit의 organizer인 Sandra는 Mozila Foundation에서 Developer Ecosystem을 담당하고 있으며 Women Who Code Seatle 챕터의 디렉터이기도 합니다. 그녀는 Mozila에서도 DevRel을 담당하지만, DevRel과 관련한 2개의 사이드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계 미국인이었던 그녀는, 아시아 여성 개발자들을 후원할 수 있는 일에 대해 고민이 많았던 듯 합니다. 그녀는 여성들이 Community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할 수 있게 끊임없이 독려했을 뿐만 아니라, 컨퍼런스나 해커톤을 진행하는 노하우, 그리고 마이크를 잡고 speak-up할 수 있는 리더십에 대한 워크샵을 따로 시간을 내어 진행해 주기도 했습니다.


*Slack의 DevRel 담당자인 Totomi는 귀여운 고양이로 GitHub의 Push와 Pull의 개념에 대해 설명해서, 8,000회나 리트윗되었던 트위터 ‘인싸’입니다. 실제로도 여러 마리의 고양이를 자랑했습니다.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캘리포니아에서 공부했던 그녀의 첫 커리어는 Front-end 개발자였습니다. 동시에 기술 블로그를 운영하는 블로거였죠. 이 후, W3C School을 거쳐, 지금은 Slack에서 DevRel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쉽게 내용을 전달해줄지 천성적으로 알고 있는 메시지 디자이너이자, 커뮤니티케이터 였습니다. Totomi가 생각하는 Devrel에서의 diversity는 다양한 사람에게 정보를 쉽게 전달함으로 달성할 수 있는 영역이었습니다. 토토미의 강의자료를 살펴봐주세요.


https://girliemac.com/blog/2017/12/26/git-purr/



 * Mozila Foundation의 Eli는 산호세 토박이입니다. 그의 아버지는 최초의 콘솔게임 정도 되는 게임의 Product Manager였다고 합니다. 아버지 밑에서 그는 자연스럽게 실리콘밸리, 테크 기업의 생태계를 고민하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그녀가 주로 고민하고 있었던 것은 '다양성.' 그녀는 나라나 성별 뿐만 아니라 다양한 프로그래밍 언어라던지, 프로그램을 하는 목적 등과 같은 것도 다양성에서 고려되어야 함을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강하게 전달했습니다. 프로그램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도 tech advocates로 가치가 있고, 그렇게 길러내야 한다는 점을 이야기 했습니다.


 알게 된 재미있는 사실들


1.  최근 GitHub의 신규 가입자의 절반은 '학생'으로, 학생들을 위한 outreach프로그램에 매우 열심입니다.

2.  20,000명의 선생님들이 GitHub을 수업에서 활용하고 있습니다.

3.  그럼에도 많은 학생들은 Open source 활용 역량은 떨어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4. 일본은 일본만의 독특한 컨퍼런스 문화가 있습니다.  평일에는 컨퍼런스를 열지 않고, 주말에 따로 컨퍼런스를 연다거나, 귀여운 동물 캐릭터 복장을 하고 나타나는 소위 '카와이 swag'가 있습니다.

5. 아시아 여성 커뮤니티에서는 Senior의 참여가 매우 저조하다는 공통적인 고민이 있습니다. 사실 아시아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6. Facebook은 Developers Circle 프로그램을 통해 18개월만에 15,000명의 개발자를 커뮤니티로 만들어내는데 성공했습니다.

7. 개발자와 관련한 통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있습니다. Developere Economics의 데이터를 통해 Developer Relations 의사결정을 위한 통계 자료등을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 스스로가 커뮤니티 지향형이 되어야 하는 이유는?


테크 기업이 생태계를 고민하고, 인재들을 위한 다양한 공간을 마련해주는 것은 고마운 일이며, 스스로를 위한 일이기도 합니다. 개인으로 '한 명, 한 명'은 어떤 이유로 커뮤니티 지향형이 되어야 할까요?


커뮤니티질은 21세기 역량


개인적으로 커뮤니티질을 시작하게 된 것은 아주 우연한 계기였습니다. 제가 스스로 만든 것 50%,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고 있는 것  50% .. 그렇게 그렇게 시작해서 어쩌다 보니 계속 이어나가고 있었죠. 잠이 너무 부족하고,  그런데 왜 이 일을 지속하고 있을까? 심각한 고민에 빠진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서 내가 내린 결론은, 느슨한 연결의 시대에 커뮤니티질은 잉여의 취미가 아닌 아닌 시대적 역량이라는 점이었습니다. 기업들은 자신들이 커뮤니티를 이끌어 나가는 능력으로 훌륭한 인재들에게 자신을 어필하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개인도 개인이 커뮤니티와 사이드 프로젝트를 통해 노드를 만들고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시대가 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개인에게 커뮤니티질이 한낮 잉여 취미짓이 아니라면, 기업에게도 커뮤니티를 키우는 일은 ROI도 안 나오는 자선 사업이 아니겠지요.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고, 인재를 양성하고,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을 통합적으로 하려는 노력이 결국 Developer Relations라고 불리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보았습니다.






*DevRel Summit의 모든 내용은, 그 자리에 참석해주었던 Micorosoft의 Christian이 완벽하게 정리해서 그의 홈페이지에 게시해 주었습니다. 부족한 노트북 배터리를 부여잡고 몇 마디라도 메모를 하려고 하다가 Christian의 정리본을 보고 저는 그만 포기해버리고 말았습니다. Github, Facebook, Mozila Foundation 등등 주옥같은 토크의 모든 내용이 궁금하다면, 그의 홈페이지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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