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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이 Nov 30. 2018

엄마는 아프다. 5

앞으로의 미래를 함께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면, 속성 코스로라도 마구 추억을 만들고 싶어진다. 


정리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그 병 폐암. 나 역시 당연히 비슷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산다. 

늘 시간에 쫓기는 기분으로, 다음 기회가 언제 또 있을 지 모르니까, 마감일을 모르는 과제를 거듭하는 기분. 

엄마랑 못 해본게 뭐가 있지. 엄마랑 손도 잡아야지. 가능하면 결혼도 빨리 해 버려야지. 엄마 사진도 많이 찍어야지. 엄마 밥 많이 먹어야지. 엄마랑 같이 자야지. 엄마랑, 엄마랑, 엄마랑. 


미리 쌓을 수 없는 추억을 어떻게든 당겨 쌓고 있는 요즘. 카메라를 잘못 조작해 잔뜩 흔들린 사진, 말 그대로 픽셀 낭비에 불과한 사진이라도 지울 수가 없어진다.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엄마도 비슷한 모양이다. 입버릇처럼 또는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처럼 앞으로 열 번은 함께 가족여행을 가고야 말겠다고 말하고 있다. 

싱가폴, 일본 오사카. 우리는 엄마의 수술 후 두 번의 가족여행을 함께 했고, 나는 비행기를 탈 때마다 몇 번이고 기도했다. 하나님 엄마를 먼저 데려가시려면 그냥 지금 이 비행기를 추락시켜 주세요, 그냥 다 같이 죽게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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