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결에 브랜드의 시작부터 함께했던, 자칭 1호 고객 올림
나는 브랜드 '샐러디' 의 자칭 1호 고객이다.
시작은 전 직장 옆에 나와 동갑인 젊은 사장님들이 샐러디 선릉점을 오픈하던 그 때다.
1호 고객이라고 나 혼자 추정하는 이유는 매우 간단. 간판은 달려 있었던가, 개시도 하지 않은 가게에 들어가 뭐하는 가게인지 나는 이 음식들을 언제 먹을 수 있는지를 조사하는 일을 시작으로 KTV를 떠나는 그날까지 거의 매일을 진성(상) 고객 노릇을 자처했었기 때문이다.
첫 직장이 자리해있던 선릉역을 떠나 일곱 해를 채운 뒤 되돌아보니 시저 샐러드는 4900원에서 5900원이 되었고 스물네 살 경미는 서른두 살 도연이가 되었다. 아, 샐러디는 어느새 걷다 보면 여기저기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그런 큰 브랜드가 되어 있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입으로만 다이어트하는 나는 8년째 점심에 풀을 사 먹고 저녁에 술을 사 먹는 엥겔지수 높은 일상을 반복하고 있고, 덕분에 아직도 곳곳에 널린 샐러디의 충성 고객이다. 논현점 상현점 점주님 보고 있나. 보고 있으면 남몰래 토핑 우삼겹 좀 더 얹어 주세요 헤헤.
젊고 열심이었던 89년생 사장님들은 나를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나는 아직도 길에서 샐러디 지점을 마주할 때면 초록색 패키지의 선릉역 그 샐러드 집을, 돈 주고 다니는 것처럼 재밌기도 했던 출근길을 생각하며 혼자 몽글몽글한 기분에 빠지게 된다. 빽순대와 더불어 나의 소울 푸드는 샐러디인가, 하는 뭐 그런 수준.
어쩌다 보니 흘러 흘러 나도 프랜차이즈 일을 하고 있는데 언젠가 내가 브랜드를 만든다면 지금의 나 정도의 팬심을 가진 고객을 만날 수 있을까 싶다. 이래서 브랜드 스토리텔링과 지점별 접객 응대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하며(?).
사진 : 오늘의 샐러디와 그때 그 시절 샐러디 사진 ㅋㅋㅋㅋ
화질 차이에서 느껴지는 세월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