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의 보급형 히어로
반가운 나의 보급형 히어로, 파트타임 히어로즈.
슬프지만 꽤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 멋진 금속 남자, 거미 남자, 근육 남자, 망치 남자, 아무튼 그 모든 슈퍼파워맨들은 영화관의 불이 켜짐과 동시에 사라진다는 것. 다정한 이웃 스파이더맨은 저~ 지구 반대편 어딘가에서 날아다니고 있다는 것을. 내 하루엔 딱딱한 근육질의 슈퍼맨보다 딱딱한 표정의 슈퍼 아저씨가 훨씬 더 가까이 있다는 것을!
그래서 이 노래가 참 반가웠다. 우리의 하루가 조금 소박하더라도 하루하루의 조그만 기적을 만들어 주는 진짜 다정한 이웃들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어서, 적어도 이 파트타임 히어로들은 동네 편의점에도 있고 길거리 포차 앞에도 있고, 저어기 어디 지하철 1번 출구에서 한둘씩 담배라도 피우며 존재해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솔직히 그렇다. 내가 당장 길을 걷다가 소매치기에게 가방을 뺏겼다고 친다면, 삐까뻔쩍 아이언맨이 불쑥 나타나 나를 구해줄 확률보단 방금 전까지 내 치마가 짧다고 쌍욕을 해대던 1호선 광인 할배가 나를 도와줄 확률이 153배는 더 높다는 것을.
반복되는 일상들을 거듭해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은 그리 크지 않은 것 같다. 유난히 친절했던 커피집 사장님이라거나, 헐떡거리며 뛰어간 엘리베이터를 열어 주는 손짓 하나 같은 것. 그런 것들이 바로 서로를 지탱해 주는 파트타임 히어로가 아닐까. 나는 그렇게 소박한 보급형 히어로들에게 에너지를 얻어 다음 또 다음 아침을 맞이한다. 언제나 비슷한 일상들을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게 해 주는 전기뱀장어의 노래가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