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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cott Im May 18. 2020

한글 디자인 배우기 #4 : 아티클 프로젝트&텀블벅



<아티클>은 모바일 환경을 고려한 본문 활자입니다. 기사나 짧은 글을 제공하는 앱 환경을 생각하며 기획했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앱은 전자책을 제외하고 민부리 계열의 활자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부리 계열의 활자의 획과 공간의 변화가 심해서 앱 환경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앱 환경에서 쓸 수 있는 부리 계열의 활자를 제안하고 싶었습니다. <아티클>은 부리 계열의 온화한 인상과 민부리 계열의 수수한 인상을 담아내려고 했습니다.


지금 제작 중인 활자체의 방향이다. 그리고 지금 주제넘게 본문용에 도전한 것을 후회 중이다.





수업도 끝나고 전시회도 끝났다. 이제 <활자모>를 통해 완성하는 일만 남았다. 매주 토요일마다 활자 공간에 모여 선생님과 점검을 한다. 글자도 계속 추가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순조롭지만은 않다.



이렇게 보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작게 봤을 때 획들이 또렷한 느낌이 없었다. 선생님은 그 부분을 지적하셨다. 단순하게 선을 직선으로 그린다고 또렷해지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고딕을 예로 설명해주셨다.



획 처리 방법 중 하나로 2번이 있다. 이 방법의 장점은 획이 많아져도 속공간이 확보되며 뭉침이 적어지고 획의 양끝에 힘이 생긴다는 점이다. 예전 활자에서 사용됐는데 요즘은 '현대화'라는 명분 아래 사라지고 있다.


이 크기로 보면 1번이 깔끔하고 선명해 보인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고르지 않은 회색도다. 회색도를 맞추기 위해 획을 얇게 그리면 글자에 힘이 약해지고 힘을 맞추려고 굵기를 조절하면 그 글자의 회색도만 진해 보이기 때문이다. 아래 그림들의 활자를 비교해보자. 눈을 희미하게 뜨고 봤을 때 어떤 활자의 회색도가 고르게 보이는가?

SD고딕 네오는 '활', '빼'의 농도가 진해 글줄이 얼룩져 보인다.
획 처리를 2번으로 한 중고딕은 굵기를 유지하면서도 농도면에서 편차가 매우 적다. 그래서 그런지 획이 선명해 보인다.
Noto Sans는 굵기를 Light정도로 설정하면 농도의 편차가 적어 보인다.


획의 대비가 큰 부리 계열 활자들은 획 중간 부분의 굵기가 얇아도 또렷해 보인다. 굵은 부분이 얇은 부분을 보완해주기 때문이다. 해서체를 기본으로 민부리 인상을 추구하려던 내 글자체는 그런 딜레마가 있었다. 애초에 붓으로 쓰인 느낌을 없애기 위해 밋밋한 획 처리를 했는데 해서체의 구조에서는 흐려 보이는 결과를 초래했던 것 같다. 활자의 면적이나 구조에 따라 영향을 끼치는 것이 더 있을 것 같지만 일단은 획의 모양을 개선하려고 했다.



붓의 시작과 끝처리 느낌을 적용하는 방향으로 정했다. 앞에서 말한 2번의 획 처리를 이 글자체에 적용하기에는 안 맞는 부분이 있었고, 특히 나눔 명조가 그런 방식의 획 처리를 잘 활용했기 때문에 피해야 했다.


이렇게 신나게 글자를 그려나갔다. 그러나 붓쓰기의 특징을 가져오면서 짧은 부리를 유지했더니 한 가지 오류가 발생했다. 가로획의 부리와 세로획의 부리가 다르게 적용됐기 때문이다. 선생님이 왜 다르게 처리했냐는 질문을 하셨는데,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했다. 1000자가 넘어가던 상황에 이 것들을 다 바꾸려고 보니 머릿속이 하얘져 변명거리만 찾고 있었기 때문이다.


부리의 일관성이 깨졌다.

텀블벅 후원을 준비하고 있던 과정에서 이런 변경은 분명 스트레스였다. 하지만 막상 변경해보니 인상이 훨씬 담백해져서 좋았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느낀 점은 선생님의 지적은 그 순간에 거부감이 들지만 결과적으로 좋아질 때가 많았었다는 것이다. 역시나 아마추어는 혼자서 완성도 높은 글자체를 만들기 어렵다. 지금의 문제점은 가로획이 얇아서 불안정한 느낌을 준다. 이 부분은 텀블벅 후원이 끝나면 수정할 예정이다.


그 후원이 지금 시작됐다. 여기에서 라틴활자의 1차 버전도 확인할 수 있다.




텀블벅 후원


프로젝트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후원을 받기로 했다. 동기부여는 덤이다. 퇴근 이후와 휴일의 대부분을 글자 그리는데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지치지 않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 COVID19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지만 나는 작년부터 집에만 틀어박혀 글자를 그렸다. 심지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6개월 동안 이 작업에만 몰두를 했었다. 그러다가 모아둔 돈을 다 써버렸...... 아무든 여러 가지 이유로 후원은 필요한 상황이라고 생각했다.


목표금액은 적게 잡았다. 얼마가 모였는지가 중요한 건 아니었다. 글자가 완성되기 전에 시장의 평가를 조금이라도 받아볼 수 있는 기회가 더 중요했다. 완성된 폰트 전달 시기는 1년 후로 잡았다. 굉장히 긴 기간이라고 생각되겠지만 회사를 다니면서 활자를 그리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어쩌면 일정을 지키기 위해 회사를 또 그만둬야 할 수도 있다. 그렇지 않는다면 일정은 더 밀릴 수도 있다. 후원하시는 분들이 이 상황을 조금이라도 이해해주길 바라는 마음에 하소연을 해본다.




https://tumblbug.com/article_font



아래는 <활자모>에서 함께 텀블벅 후원을 하게 된 최지원 디자이너의 글자체입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https://tumblbug.com/damjae





UX/UI Designer

당분간은 독립 활자 디자이너

소소한 작업 인스타그램 계정 :  frozen_sound.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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