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cott Im Jan 17. 2021

한글 디자인 배우기 #6 : 글씨의 흔적과 기울기


《아티클》을 기획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은 글자체의 유기적인 인상을 배제하는 것이었다. 모바일 환경에서는 이런 인상이 어울리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말하면 글씨의 특징을 없애려고 했다.


[참고] 글씨는 쓴 글자의 모양을 나타내는 말로 흔히 손글씨라고 말하지만, 정확한 표현을 위해 글씨라고 지칭하겠습니다.



글씨의 특징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손목이나 발의 움직임에 의한 기울기다. 거기에 붓글씨의 경우 붓을 누르고 맺는 운필에서 오는 기울기가 있다. 획을 아무리 반듯하게 그린다 해도 시작점의 무게중심은 낮고 끝점의 무게중심은 높게 잡혀서 기울기가 발생한다.



다행히 아티클은 획 대비를 줄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기울기를 줄일 수 있었다.


하지만 다른 문제가 또 있었다. 획에 맞춰 다른 요소들이 비슷한 기울기를 만들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슨'자의 시옷의 내리점과 빚침의 끝부분을 연결하면 가로획과 비슷한 기울기가 나온다. 듦의 받침도 두 닿자가 섞여있지만 크기 차이로 기울기를 만들고 있다. 해서체 계열의 글자체들은 대부분 이 리듬이 형성되고 있다고 느꼈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닿자와 홀자들을 평행사변형에 대입해봤다. 기울기를 회전으로만 생각하지 않고 사각형의 기울임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직사각형으로 비틀었다.

직사각형의 틀에 맞춘 결과가 지금의 형태다. 모든 형태를 전부 이렇게 맞추진 못했지만 이것이 아티클의 큰 특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제는 또 발생했다.


미음 받침의 아래쪽 기울기를 없앴더니 오히려 오른쪽으로 기울어 보였다. 일종의 인지적 관성이라고 생각했다. 기울어진 형태에 익숙해진 눈이 반듯한 형태를 기울어졌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기울기를 주었다.

주황색이 변경된 형태다. 잘 보일지 모르겠지만 오른쪽 굽을 조금 짧게 수정했다. (본문용 활자는 2/1000의 싸움이다.)





아직도 이런 부분이 완벽히 정리되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이 글자체의 작업은 인지적 관성과의 싸움인 것 같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