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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 명희 Jan 06. 2023

동료란 무엇인가?

심플라이프스타일을 위한 요약버전

     앞에 내가 생각하는 동료에 대해 긴 글을 썼지만, 일단 다 지워본다. 간단한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후루룩 써 워크보트에 가져갔다가, 합평에서 까였고,  몇 번의 퇴고를 거쳐 이제되었다 싶어, 글을 마무리해 A에게 내밀었더니, 워크보트 멤버들의 예전 반응과 똑같은 말을 했다.


A: 아니, 이게 무슨 말이야? 글자는 알겠는데, 뭔말하는 지 이해 안가.


나: OTL


A: 동료는 그냥 같이 일하는 사람 아닌가? 뭘 그렇게 생각하지?


나: 내가 거기 앞에 써놨잖아. "나의 동료 정의는 그 보다 넓다. 동료(同僚)는 한자사전에서 같은 곳에서 같은 일을 보는 사람, 임무가 같은 사람이다. 나는 요즘시대에 같은 곳에서 같은 일을 보는 사람만 동료라고 할 수는 없으니, 좀 더 넒은 의미로 임무, 즉 미션이 같은 사람을 동료로 생각해 왔다.  또, 무릇 소셜섹터안팎에서 나와 연결지점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들은 다 모두 동료 범주에 넣었다. 세상이 더 좋아지는데 보탬이 되려고 일하는 사람은 다 동료이지! " 했다고.


A: 흠... 나랑 진짜다르군. 그래서 너가 하고 싶은 말이 뭔대? 와 닿지가 않아. 글이 욕하지는 않는데, 느낌이 좋지가 않네. 욕해도 기분 좋은 글도 있거든.


나: 부정적인 이야기 맞어. 내가 그동안 동료 연결할려고 했던 것이 어떤 대의가 아니라, 자기긍정이 부족한 사람으로 내 관계욕심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하나. 둘째, 친절한척 나나나나나 하면서 남한테 서운해 하지 말고, 사람들이 자기 자신이 괜찮은 동료인지 좀 돌아 봤으면 좋겠다는 이야기.


A: 너가 말하는 거와 다르게 엄청 돌려 썼네. 글은 차분한데 분노가 있어 (옳지 않아)


나: 내 한탄이 스며서 그런가? 나는 우리 업계에서 이 글 공감할 사람 많을 것 같은데?


A: 이 동료 특징 써놓은 거, 이거 당연한 이야기 아닌가? 그런데 너는 이런 생각 이렇게 까지하고, 쓰기까지 하다니... 대단해~


: 답답하잖아!  당연한  당연하게 행동 안하는 사람 많이 보고, 짜증도 나고, 피곤도 . 어쩌다   짚고 넘어가고 싶었는데, 이해 안된다는 멤버들 덕택에 글을 풀어헤쳐 다시 게 되었지. 그 글을 통해 나도 몰랐던 내마음을 알게 되었으니, 목적은 이뤘어. 이제는 다른 사람들과도   같이 생각해 보면 좋겠네. 과연 나같이 느끼는 사람 나 한명이려나.

자칭 단순하고 복잡한  싫어하지만 센스는 좋은는 A 재미나게 읽을  있으면  많이 읽힐  있을  같아~ 내가 A용으로  양을 줄이고, 다시 써봤어.


   



가까운 동료의 조건들


#가까운 동료 사이 ≠ 셀렙-팬 사이

SNS에서 누군가의 행복한 생일이, 아기의 첫걸음마가, 반려견의 사망소식이  순간 마음을  때가 있다. 그러나  이후 서로 오고감 없이, 내가 계속  사람의 일상 이야기를 계속 들어야 하는 입장이라면 피곤하다. 그런데  마음을 다잡아,  번은 읽고, 그걸 기억하려고 한다. 나는 좋은 사람이고 싶으니까. 그러다, 내가 그렇게 기억하고 반응하려 노력했던 사람이, 나에 대한 상황이해가 없거나 내가 어떤 사람인  모를때,  감정이 상해서 내가 먼저 알아서 안녕을 고하는 경우가 있다.   반대인 경우도 생긴다.  나에 대한 생각과 친절이 넘치는데, 정작 내가  친절을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 그런 사람도 어김없이 안녕하게 된다.  SNS 빗대었으나 현실 세계에도 대입이  이야기이다. 동료사이의 디테일한 감정을 챙기고 상황을 헤아리는 노력은 기브앤테이크(give & take) 쌍방향이다.  동료주파수가 맞는 것은 운명인  같다. 가까운 동료로 삼고 싶은 사람을 잘해주려는 노력보다, 동료주파수가 맞는  살피고, 안맞는다면 상대를 탓하거나 자책하지 말고, 다른 동료를 찾아 떠나자. 동료주파수가 안맞는 사람도 다른 인연으로는 좋은 사람일  있다. '인생이  그렇게 쌍방은 아니야~'라고, 뻥치치 말자. 서로 상대에 대한 진정한 감사가 없다면 관계는 오래 가지 않는 다.


#로열티(loyalty)

서로 함께 일이나 활동을 하기로 했을때, 약속한 에너지(시간이든, 돈이든, 노력이든)만큼은 꼬박 그 일에 들이는 사람과 동료하고 싶다. 나는 능력 이전에, 나의 희소재인 시간을 그만큼 들여 보고서를 쓰고, 그 일에 집중해서 돈을 번다.  나 보다 더 짧게 일하고도 더 탁월한 성과를 내고, 그에 따라 돈도 명예도 더 많이 받는 사람도 많다. 누구에게든 시간, 돈, 노력은 희소재다.  누군가와 동료가 되어 일을 함께하기로 했다면 동료와 나의 시장 값어치 비교는 잊자. 내가 상대와 함께 약속한 에너지(시간이든, 돈이든, 노력이든)를 넣었느냐를 묻자. N분의 1을 말하는 게 아니다. 일의 종류는 여러자가지이기에 동료의 일은 꼭 눈에 보이는 것 만이 아니다. 돈을 버는 프로젝트든 안 버는 프로젝트든 상관없이,  동료로 함께하기로 약속한 일을 실제로 하냐가 중요하다. 사정이 생긴다면 그에 상응하는 진심의 보상을 하는게 맞다. 동료가 일에 진짜 에너지를 넣는지 안 넣는지, 자신의 책임을 나에게 미루는 지 우리는 다 안다. 마음에 없는데 미안하고, 고맙다는 말로 퉁치는거 식스센스처럼 다 느껴진다. 함께하기로 정하고 책임을 나눈 일에서, 서로 합의한 일에 대해 성의와 노력을 다하는 것은 자신의 능력이며, 서로에 대한 최소한의 의리, 로열티이다.


#말 보다 행동

고맙고 미안한 일이 있으면 말만이 아니라 행동으로 표현하는 사람이 동료는 나를 신나게 한다. 팀으로 일한다고 하더라도 팀 차원이 아닌 개인인 ‘A에게’ 고맙고, 미안한 일이 있을 수 있다. 그러면 그 마음을 우리, 팀으로 뭉뚱그리지 말고, ‘A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진심 A를 위한 행동 또는 물질로 보답해줬으면 좋겠다. 꼭 A에게 직접 혜택이 가지 않아도, A가 관심있고, 사랑하는 대상이나 주제에 시간과 에너지를 써준다면 고맙겠다. 모르는 타인이라면,  아무렇지 않았을 행동과 말에도 가까운 동료가 내게 하는 말과 행동에 더 예민하고, 더 서운하기도 하다. 동료는 동등한 존재다. 상황이 안되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내가 더 퍼주고도 모자라지 않았나 걱정하지만, 동료에게는 동료급의 감사(appreciation)를 바란다.


#신뢰의 세월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과 처한 상황에 대한 이해가 없어도, 처음에 같이 힘을 모으기로 일에 대해 건조하나마 자기가 할 일을 챙기는 사람, 약속한 기한을 맞추고, 안되면 미리 이야기하고, 답해야 할 물음에는 답을 주고, 부탁할 것은 정중히, 그리고 염치있게 요구하는 사람이 한 프로젝트를 너머 그 다음 프로젝트도, 그 다음 프로젝트도 하게 된다. 거기에 동등한 존재에게 갖춰야 할 태도와 감사가 더해져 세월이 쌓이면 한 곳에서 일하지 않아도 가까운 동료가 된다. 서로 가까워 지기 전에 동료로의 충실함을 보이는 것이 먼저다. 동료는 함께 일이나 생활의 활동을 같이 해봐야 얻게 되고, 동료관계는 어쩔수 없이 세월이 든다.


나는 과연 누군가에게 그런 동료인가? 지금 자신의 가까운 동료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그사람에게 어떤 마음이 드는가? 사람은 자기 자신을 진심으로 알아주는 한 줌의 사람들만 있어도, 길을 잃지 않는다고 어딘가에서 읽었다. 한 직장, 프로젝트에서 일한대도 모두 내 동료일 필요는 없고, 명함로고가 같지 않다고 해서 동료가 못될 리 없다.

 


근데 너, 내 동료가 아니어도 좋다.

나는 뉴스나 논픽션을 보며 울고 웃는다. 어떤 사람에게 닥친 끔찍함이, 함께 힘을 모아 헤쳐나가는 집단이, 지구적 재난이 보일 때 울컥하고, 나도 뭐라도 해야지 생각하게 된다. 서로의 해야할 일,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진지하고 신중하게 고민하고 함께가는 가까운 동료의 존재도 소중하지만, “너, 그 생각을 행동으로 바꾸지 그래? 또는 “너 이런생각은 안해봤지?”라는 듯이 어떤 장면으로, 어떤 이야기로 희노애락을 느끼게 하고 마음을 움직이며, 존경심을 느끼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마음의 움직임을 주는 존재는 순식간에 나의 결심과 행동을 뽐뿌질 하기도 한다. 너, 내 동료가 아니어도 좋아.

얼마 전 영화 아바타2를 봤다. 주인공 가족은 은신처를 찾아 정글을 떠나 물의부족 마을로 왔다고 솔직히 사정을 이야기 하며, 바다로 자신들의 이주를 허락해달라 요청한다. 물의부족 족장은 생판 남이고, 불편한 변화와 불길한 징조도 예상되는 지 잠시 고민한다. 그리곤 이내 주인공 가족을 받아준다. 아니 왜?! 그 결과는 과연 뻔했다. 결론적으로는 물의 부족에게도 닥칠 일이었고, 모두에게 해피엔딩이었으나, 그 과정에서 역시나 주인공 가족뿐 만 아니라, 물의 부족의 아픔과 희생이 있었다. 내가 원튼 원하지 않튼 그렇게 지금 여기, 나와 한 시공간에 존재하며 각자의 위치에 있는 존재들은 내 노력과 상관 없이 이미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 그 모든 존재는 결국 나를 포함한 우리(we)로 언제 소환될지 모른다. 우리 중 누군가에에 위기가 닥친다면 존재 간의 거리, 동료 여부에 상관없이 피할 수 없는 한 운명일 거다.

그러니 동료고 어쩌고 나눠 봤자 소용 없고, 묵묵히 할 일하면 되는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렇게 예민하고 쪼잔하게 동료에 대해서 울그락푸르락 하고 있는 '다른' 존재도 있다는 게 언젠가 기억난다면, 지금 당신은 나를 이해했다는 이야기. 그 때 또 이야기 나누자.






A: 생각해 보니, 나도 같은 회사에서 일하며, 내 동료가 아니라고 생각한 사람이 생각나네... 여튼 다른 생각 하게 해줘서 고맙.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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