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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 명희 May 23. 2023

커피가 줄 수 있는 소셜임팩트

아름다운커피와 네팔 신두팔촉 10개 마을이 함께 만든 7년간의 임팩트



네팔 신두팔촉 지역은 경기도의 1/4 크기로 네팔 내 커피가 생산되는 지역 39곳에서 6번째 생산량 28.5톤(ton)을 기록하고 있는 대표 커피 생산지다. 신두팔촉에서는 2000년 대 초반부터 스위스 NGO의 지역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커피 열매를 통한 소득창출 목적의 커피나무를 본격적으로 재배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농부들은 여전히 가난했다. 농부들이 커피체리를 생산해도 가공하거나, 직접 팔기가 어려웠을 뿐 아니라 중간 거래상에게 팔더라도 커피가 최종 소비자에게 팔려야만 돈을 받을 수 있어, 여전히 커피는 농가의 안정적인 소득원이 되지 못했다. 아름다운커피는 2014년 신두팔촉커피조합연합회(Shindupalchok Coffee Cooperative Union, CCU) 와 정식 생산자파트너십을 맺고 본격적으로 신두팔촉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공정무역을 통한 농부에게 공정한 소득 분배와 커피품질 향상을 위한 농부 역량강화, 커피조합 중심의 시설 및 기술지원을 통한 지역 내 커피 부가가치 향상을 위한 유무형의 커피생산 설비 확충 지원, 그리고 꾸준한 원두 매입을 통한 지역경제 순환 계획을 제대로 실행만 하면 신두팔촉 커피는 금세 제 궤도에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예상은 빗나갔다. 아름다운커피와 함께 처음 커피열매를 수확하기 직전 인 2015년 봄, 네팔 대지진의 강력한 타격을 받았다. 신두팔촉 지역 커피농가는 대부분의 커피열매를 잃었고, 커피묘목도 60% 이상 손상되어 커피를 더 이상 키울 수 없게 되었다. 아름다운커피 또한 다른 커피 바이어들처럼 커피 가공과 판매를 비즈니스모델로 하는 기업이다. 커피 열매를  가공하고, 유통하여 돈을 버는 기업으로 원두는 돈을 버는 원천이 없어지게 되었다. 게다가, 아름다운커피는 공정무역의 원칙을 지켜 커피농가의 농사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커피 수입계약과 함께 커피의 안정적인 재배를 위해서 커피대금을 선지급 한 상태였다. 계약한 생두를 공급받지 못한다면, 당장의 재정손실도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한 동안 이 지역의 원두사입이 어려울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 커피가 많이 나지 않는 희소성 있는 네팔의 커피를 사고자 하는 바이어들은 빠르게 신두팔촉을 떠나, 다른 네팔 커피산지를 찾아 떠났다. 아름다운커피는 신두팔촉에 남았다. 지진으로 집을 잃고도 선금을 받아 놓고 커피 납품을 제대로 못해 걱정하는 농부들에게 커피도 돈도 요구하지 않았다. 커피사업과 관련된 다양한 파트너와 사업을 지원한 KOICA(한국국제협력단)를 설득하고 협의하여, 2015년 지진 후 피해복구와 피해주민 심리지원에 맞춰 변경하였다. 주민회복에 맞춰 신두팔촉 커피 자체의 향상과 다각적인 품질 검증을 통한 커피생산 강화사업과 판매처 확보를 위한 마케팅 사업도 지진피해 복구상황에 맞춰 개편하고 꾸준히 추진해 나갔다. 조금씩 지진으로 인한 외상후스트레스와 우울증으로 마을을 떠나 도시로 이주하고만 싶어했던 가구들이 신두팔촉에 남아 터전을 다시 꾸릴 수 있었다. 협동조합의 의미를 반신반의하던 신두팔촉의 조합 비가입 마을과 커피농가들은 지진피해 시 아름다운커피와 신두팔촉 커피 조합연합회의 활동을 보면서 생산자들 서로가 서로를 돕는 연대 조직이 필요함을 실감하고, 추가적으로 커피조합 연합회에 가입하였다. 이에 따라 커피조합 연합회에 참여하고 있는 지진 전 2014년 350가구에서 지진후 2016년 621가구로 85.7% 증가하였으며, 2019년에도 꾸준히 늘어 총 709가구수준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도전과제는 또 있었다. 네팔 커피는 네팔 정부 산하 네팔 차,커피 개발위원회 (NTCDB)의 관리 정책에 따라, 커피의 최저 가격이 정해져 있다. 2019년 네팔 신두팔촉커피조합연합회는 아라비카 커피 생두1kg당 8달러 이상으로 판매하고 있지만, 같은 기간 같은 커피 종류인 아라비카 커피 생두의 국제 평균 가격은 1kg당 2.85달러로, 대량으로 커피를 구매하는 도매업자 입장에서 네팔의 커피생두 판매의 국제 가격경쟁력은 낮으며, 네팔 산지 특성상 그 출하량도 상당히 적다. 신두팔촉 커피는 가격경쟁력과 생산성은 낮지만, 소규모 경작하여 사람이 손으로 생두를 일일이 골라 엄선한 고급커피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자 하였다.


     2019년 12월, 묘목을 심고 3년 후부터 커피열매의 수확이 가능한 커피나무의 특성에 따라 지진이후 새로 심은 묘목들은 이제 열매를 맺기 시작하였고, 신두팔촉 조합원이 수확한 커피 열매(Coffee cherry)의 양은 지진 이후인 2015/16년 약 30톤이었던 것에 비해 2018/19는 77% 높아진 약 53톤으로 앞으로 신두팔촉커피조합원의 커피 생산량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었다. 커피체리 품질 또한 기대할 수 있었다. 아름다운커피는 사업초기부터 신두팔촉커피조합연합회가 친환경 유기인증을 획득할 수 있도록 생산관리 훈련을 진행하는 내부커피품질관리제도(Internal Control System, 이하 ICS) 도입을 지원하였다. 친환경 유기농 인증은 작물이 재배되는 토양과 환경과 생산된 상품의 추적이 가능한 관리 시스템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ICS를 통해 이를 확인하고 인증을 부여하도록 하기 때문에 유기농 인증을 위해 ICS는 필수였다.  ICS 운영은 신두팔촉커피조합연합회 내부에서 커피농가 조합원을 선발하여, 교육하도록 지원하여 ICS 제도가 아름다운커피의 지원 이후에도 마을커피조합 내에 정착되도록 하고, 각 마을 커피열매를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유기농 농법 및 일지를 작성하도록 하며 상시적인 내부커피품질관리를 가능하게 해 상품가치를 높였다.  훈련을 받은 ICS 마을요원은 각 마을의 커피 수확 전,후 감사를 진행하여 커피 나무 수의 현황과 증감, 생산량 등 커피의 생산과 판매를 위한 데이터를 구축 및 관리했다. 커피 묘목 손실이 많았던 가정이 있다면 그 원인을 파악하고 각 가정에 관리 환경 개선을 위한 지침을 전달하고, 이후 생산량 모니터링을 통해 재확인하는 체계적인 관리를 진행했다. 커피체리의 양뿐만아니라 품질은 지속적으로 향상될 수 있었던 이유이다.  그 결과 2018/19년, 신두팔촉커피조합연합회에서는 2013/14년 지진시점 보다 75% 증가한 7.18톤의 커피 생두가 생산되었다. 유기농 인증과 2019년 네팔 전국 커핑대회에서 신두팔촉 커피조합의 커피가 85.0점으로 이 대회 참가 15곳의 커피산지의 21개 커피 샘플 중 1위를 차지하여 커피품질향상이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노력이 결실이 되어 신두팔촉 커피는 다양한 산지의 커피를 맛보고자 하는 커피바이어들에 의해 매년 전량 판매되고 있으며, 그 생산량을 늘려가고 있다.

 

      아름다운커피와 파트너십을 맺고 7년간 일하고 있는 신두팔촉커피조합연합회의 먼두 타파(Mandu Thapa) 이사장은 임팩트평가팀 인터뷰에서 2020년 커피 생산과 판매가 각각 증대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수도인 카트만두 중심으로 커피 생두를 판매하는 것과 더불어, 커피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2년 후에는 신두팔촉 내의 관광지에 소비자를 직접 만날 수 있는 커피를 볶는(로스팅) 공간을 계획하고 있었다. 먼두는 아름다운커피와의 파트너십 기간 동안 다져진 커피생산역량과 신두팔촉커피조합연합회 중심의 주민들의 멤버십 강화, 아름다운커피네팔센터(이하, BeaCoN)를 통한 내수시장 확대와 해외 바이어 증가를 7년 전과 다른 신두팔촉 커피의 변화로 꼽았다.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여성리더십으로 연합회 위원장을 맡아 연합회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먼두 위원장의 역할 또한 사업의 성과이기도 하다.


      신두팔촉커피조합에 가입한 709개 커피농가는 전체85,972그루의 커피나무에서 53톤의 커피열매를 수확하여, 7톤이 넘는 커피 생두를 출하했다. 가구당 평균 121그루를 기준으로 하였을 때, 연 32,773네팔 루피(한화 약334,751원)의 소득을 커피재배를 통해 얻고 있다고 추산할 수 있다. 커피 재배를 통한 소득이 농가의 유일한 소득이 되기에는 적은 금액이지만, 커피재배가 농가의 부업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쌀농사, 목재업 등 자신의 일을 하고, 부업으로 재배하는 커피는 소득이 거의 없는 봄에 출하된다. 이때 판매한 소득은 농한기이자 농사준비기 돈이 모자르는 각 가구의 기본소득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앞서 언급한, 신두팔촉 커피 농부들이 커피 나무를 통해 벌어들이는 소득은 네팔 연평균소득의 28%로 약 3.3개월 치 소득이다. 여기에 협동조합을 통한 커피 공동 가공처리 및 판매로 생긴 조합원 배당금과 커피나무를 심을 때 함께 심고 관리하게 되는 유실수(과일, 생강 등)를 통해서 얻는 소득이 커피소득과 별도로 발생하여, 커피를 통해 농가가 부가적으로 갖게 되는 평균 소득은 연 50만원 정도에 이른다. 현지조사 인터뷰 중 많은 농부들은 커피는 연금과 같다고 표현하였다. 커피 농사를 통해 매년 벌어들이는 현금화 되는 소득이 비록 주소득이 되지 않더라도 삶을 살아가는데 예측 가능한 안정적인 소득을 벌어들이는 역할을 함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도, 커피 소득이 있기 때문에 매년 봄 현금이 필요 한 시기, 고이율에 돈을 빌리는 대신, 안정적으로 저축하고 생활을 더 규모 있게 꾸려 나갈 수 있어 생활의 안정성을 높이고 있었다. 커피를 통한 수익이 예측가능해지자, 일부 마을에서는 커피조합원을 중심으로 마을금고를 형성하여 마을에 저축하고 필요한 때 긴급자금을 빌려주는 제도 또한 생기게 되어 마을이 함께 경제적인 안정을 함께 찾아 나가기 시작하기도 했다.


     2019년 12월, 네팔 신두팔촉커피조합연합회의 709개 커피농가 조합원들의 커피는 1kg당 8달러라는 높은 가격으로 전량 판매되고 있었으며 2018년부터 한국 이외의 해외 수출도 시작되었다. 또한, 아름다운커피네팔센터(BeaCoN)가 운영하는 커피 음료와 원두를 판매하는 카페에는 월평균 600여명의 손님이 방문하였다. 아름다운커피가 뿌리내린 BeaCon을 통해 신두팔촉커피조합연합회에서 생산하는 연간 커피 생두량의 12.37%이 팔렸고,  네팔에 고품질의 자국 커피를 소개하는 역할을 하며, 네팔커피의 내수시장을 늘려갔다.



위는 아름다운커피 신두팔촉사업 임팩트리포트의 초록(abstract)을 재구성한 것으로,  2019년 12월 아름다운커피 네팔 신두팔촉사업 전체 리포트와 근거자료(이명희, 김민영 작성)는 아름다운커피에 있음을 밝힙니다.


임팩트리포트 본문은 아름다운커피 네팔 사업 10년을 아우르는 조직 내부의 방대한 문헌조사자료와 2주일 간의 네팔 현장조사를 통해 아름다운커피와 아름다운커피네팔(BeaCoN), 신두팔촉커피조합연합회(CCU), 신두팔촉개별협동조합 (마을커피조합), 농가로 이어지는 임팩트의 여정을 추적하고 그 의미를 분석하였습니다. 또한, 아름다운커피가 신두팔촉커피조합연합회와 맺은 신뢰에 기반한 파트너십이 급변하고 예측 불가능한 환경에서 사업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 커피 생두 매출 증대를 위한 커피생산가치사슬을 어떻게 향상시켰는지, 이러한 환경이 지속 가능하게 하기 위한 지역사회 기반의 생산/판매 거버넌스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구체적으로살펴보았습니다.


2020년 사업 종료평가 공유회를 앞두고 추진한 평가였는데, 본 리포트 2개월 후인 코로나-19가 발발하였고, 이에 따라 평가내용이 최종 편집되어 외부에 공개되는 시점이 무기한 연기되었습니다. 이제는 시간이 더 늦어져 추가 조사가 필요하지만, 아름다운 커피의 허락을 받고 2019년의 기록으로 남겨둡니다. 출장길에 아름다운커피 이혜란 팀장님과 네팔 너무 좋으니 내년 봄에 따로 여행오자 담소를 나누었는데, 이렇게 건널 수 없는 강처럼 2019년 크리스마스 즈음이 기억될 줄 몰랐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후속 인터뷰를 통해 아름다운커피 지원 후, 네팔 커피의 오늘을 리포팅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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