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은 서점과 친해지기 좋은 도시다. 유서 깊은 서점, 주제별 전문성을 보여주는 서점, 그림에서 본 듯한 작가의 서재를 닮은 서점, 책 보다 에코백을 사 가는 한국인 관광객들이 많아 서울 지하철에서도 가끔 마주치는 서점, 중고 서적만을 취급하는 서점, 영화에 등장했던 서점... 대형 서점이 아니더라도 골목마다 종이 냄새 가득한 공간을 찾을 수 있다.
열악한 통신 환경도 도시가 책과 친해지는 데 일조했다. 튜브 안을 비롯한 시내 곳곳에서 와이파이는 물론 개별 인터넷도 연결하기가 쉽지 않은데,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분수대 옆이나 하이드 파크의 잔디밭 위, 커피를 기다리는 대기줄에서 손에 쥘 만한 걸로는 책이 가장 무난하다.
다음번에 런던을 방문한다면:
1) 한국에 아직 번역되지 않은 영어 원서를 하나 사 오고 싶다. 기왕이면 모르는 작가의 흥미로운 소설이라면 좋겠는데, 아는 작가의 신간이어도 괜찮다.
2) 한국 작가의 소설이 영어로 번역되어 출판한 것이 런던의 어느 서점에 진열되어 있다면, 또 우연히 그 책을 쓴 작가가 내가 좋아하는 작가라면, 사진을 한 장 남기고 싶다. 한국 문학의 세계화에 관심이 많다.
3) 서울 지하철에서 아직 마주치지 않았을 법한 런던 서점의 에코백을 하나 사 오고 싶다. 늬 집엔 이거 읎지?
4) 런더너들이 어떤 책을 유심히 고르는지, 서점을 방문한 사람들을 몰래 관찰하고 싶다. (사실, 서점 주인장을 만나 말을 몇 마디 섞고 싶은데, 가능하다면 공통 질문 세 가지 정도 던지며 인터뷰도 하고 싶다.) 서점과 관련된 시리즈 성 짙은 글을 연재하고 싶은데, 그를 위한 소재를 모으기 위해서다.
6) 로얄드 달 작품의 굿즈(알록달록한 봉제 인형)가 보인다면 친구를 위해 몇 개 사 오고 싶다. 동화를 찾아 읽는 2030 또래들, 은근히 많다. 누가 <마틸다>와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거절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