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내 안엔 내가 버리지 못한, 가지지 못한, 내뱉지 못한 많은 단어들이 있었다. 소설가가 되고 싶었다던 엄마가 내게 물려준 것은 동글한 얼굴뿐만은 아니었다. 나는 이루지 못한 꿈도 유전이 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러나 막상 글을 쓰는 것이 일이 되고, 그것을 평가받다 보니, 내 글을 쓰는 것이 좀처럼 쉽지가 않았다.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나, 이것이 무슨 소용이 있나, 이 길고 쓸데없는 이야기를 누가 들을까. 아니 그것보다 하고 싶은 말들이 점차 사그라졌다. 나는 너무 평범하고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 있었다. 그 무렵, 영화 <패터슨>을 보게 되었다.
영화 <패터슨>은 패터슨 시(市)에 사는 패터슨 씨의 이야기다. 버스 운전사인 그는 모든 직장인이 그러하듯 대동소이한 일상을 묵묵히 살아간다. 다만 그는 시를 쓴다. 사랑하는 부인의 자는 모습과, 늘 가까이 두는 성냥 상자와, 승객들이 풀어놓는 자잘한 수다들을 재료 삼아서. 그는 평범한 일상도 예술이 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나는 그 묵묵한 성실성과 사려 깊은 태도와 어디서나 시를 쓰는 그의 태도를 감탄하며 봤다.
내가 요 근래 이렇게 긴 글을 다시금 쓰게 된 것은 어떤 댓글 때문이었다. 남의 글을 옮기는 것보다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이 더 좋다는. 그 사소한 댓글이 나의 시어가 되었다. 영화 <패터슨>과 그 사소한 댓글. 사실 인생은 이렇게 모두 시고 예술인데. 그 당연하고 사소한 사실을 너무 잊고 살았다. 세상에 위대한 것만이 의미를 가지는 것은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