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별은 사랑보다 더 소중하고 애틋하다. 3년 전, 나의 이별이 그랬다. 그 날, 당신은 퇴근 후 나의 직장 근처로 왔다. 우리는 광화문 근처에 있는 치킨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나는 콜라를 마셨고 당신은 소주를 마셨다. 연거푸 술을 마시던 당신을 보고 당신이 내게 할 말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것이 기쁜 일이 아니라는 것도. 얼굴이 빨개진 당신과 나는 한 겨울의 청계천을 걸었다. 편의점에서 따뜻한 캔 커피를 사고 우리는 걷고 또 걸었다. 목적지였던 시청역에 도착했지만 당신은 시청 광장을 한번 더 걷자고 말했다. 그리고 거기서 당신은 이별을 말했다. 나는 속절없이 울었다. 나를 보고 당신도 따라서 울었다. 3년이 지난 그 날이 아직도 기억이 나는 것은 단순히 연애의 한 페이지가 종료되어서는 아니다. 그러니까 헤어지자는 말을 하기 위해 소주를 마시고, 그래도 그 말이 떨어지지 않아 청계천을 걷고 또 걷고, 결국 왈칵 눈물을 쏟아낸 나를 보고 함께 울어주던 당신의 태도 때문이다. 나이가 들 수록 잘 만나는 것보다 잘 헤어지는 것이 더 어려운 일임을 실감한다. 당신은 최선을 다해서 이별했고 덕분에 나는 내 스스로를 미워하지 않을 수 있었다. 시청 광장을 지나칠 때면 그날이 자꾸 떠오른다. 최선을 다해 이별을 고하는 당신과 엉엉 울던 나와 아무도 미워하지 않은 채 끝났던 우리의 연애가. 그런 이별은 사랑보다 소중하고 애틋하고 어려운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