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미양 Sep 28. 2022

아침, 평안하지?

점심도 평안했으면, 저녁도 그랬으면.... 나사돌리기를 멈추고.

일곱시.  

아침에 일어났더니 모든 것이 평온했습니다. 오른 편에서는 남편의 고른 숨결이 들려오고, 왼편에서는 고양이의 흰 털의 온기가 느껴집니다. 커튼 사이로 스며드는 초 가을 아침 햇살은 찬란하고,  창밖에서 귀에 익은 새소리도 들려옵니다. 모든 것이 평안합니다.   

서둘러 몸을 일으키는 대신 고양이를 잡아 당겨 살포시 안습니다. 녀석의 몸은 무척 망랑말랑 합니다. 정수리조차도 전혀 딱딱하지 않아요. 손가락 세개로 녀석의 머리를 살살 문질러 줍니다. 볼과 턱밑을 순서대로 어루만집니다. 녀석은 고르릉 소리를 내며 아침 인사를 대신하네요.  

평소 같으면, 한 두시간 늦게 일어난 것 때문에 아침 부터 기분이 상할만 한데, 오늘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왜냐구요? 그냥 그렇게 살기로 마음 먹었기 때문이죠.


'적극적으로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다'

'멍때리기 대회'

저는 얼마 전만 해도 그런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죠.

왜냐하면 항상 적극적으로 무언가를 하고, 한푼어치라도 빈 시간이 생기면 거기에 무언가를 어떻게든 끼어넣기 바빴으니까요. 그러다보니, 주위에서 가장 많은 들은 말 중에 하나가 그거에요.

'그렇게 바빠서 어떻게 살아?' 

'그 많은 일들을 도대체 어떻게 다 하고 사는 거야?'   

음, 그렇게 된 이유는 아마도 교육의 영향 30%, 환경 30%, 나머지 40%는 기질적 요소일것 같아요. 

시간이 금보다 귀하다는 말은 어릴때 부터 귀에 딱정이 앉게 들었어요. 지금도 인터넷을 뒤져보면 시간의 중요성을 강조한 격언들을 수도 없이 찾을 수 있겠죠. 시간활용 훈련에 몰두했던  때도 꽤 있었지요. 수 많은 자기개발서들이 다루고 있는 공통 주제이기도 하니까요. 그리고 시간을 성실하게 채웠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진 적도 있었고요. 아마 저 말고도 상당히 많은 분들이 그랬을 걸요?

한마디로 제가 시간의 노예로 살았던 시간들이 꽤 길었던 거죠.


그런데 지금은 의도적으로 그러고 싶지 않네요.

영화 모던 타임즈처럼 저는 나사 돌리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어떻게 하면 더 많이 나사를 돌릴까 고민했고, 그 방법을 익히려고 애를 썼으며, 어마어마한 작업량의 나사를 쌓아놓고 뿌듯해 했으며, 최근까지도 나사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거였죠.  고백하자면 그냥 나사의 일부로 살았던 거에요. 사람 말고 나사로 말이죠.

모던타임즈를 처음본 때는 20대 였어요.  영화의 메세지를 이해했지만, 그보다 찰리채플린의 우수꽝 스러운    분장과 동작에 더 깊은 인상을 받았지요. 이제는 이해가 아닌 공감을 하고 있죠. 이해와 공감은 전혀 다른 걸요.  이해를 넘어 공감하였기에 저는 제 삶을 바꾸고 있답니다. 나사 말고 사람으로 사는 것으로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