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얼마나 늦는 건데? 어?!
어떻게든 가긴 간데. 서울에서 경기... 까지는 생각해야 한다는데 그래도 잘 간데. 알아서 하는 아이라니까 뭐 믿어봐야지. 엄마는 처음으로 사주를 보았습니다. 큰딸이 재수를 할 줄은 몰랐거든요.
네. 제가 바로 그 큰딸이에요. 삼 남매의 큰딸인 제가재수를 합니다. 재수생, 고2딸, 중3아들. 재수생은 도시락까지 싸들고 다녔으니 엄마가 고단했을 거예요. 엄마는 그래서 난생처음 사주를 보러 갔을 겁니다.
헌데 사주라는 것이 대학 입시만 알려주는 것이 아니잖아요. 인생 전반 이리하여 이런 흐름을 타고 저리 하여 저리 될 상이네 알려주셨겠지요. 엄마는 사주를 말하다가 근데, 합니다.
근데 네가 시집을 늦게 간데. 늦게 가도 잘 산다더라.엄마는 이때 코앞에 닥친 큰딸의 대학입시만 생각했겠죠? '늦게 간다'는 결혼까지 생각하기엔 너무 먼일이잖아요. 시집이 웬 말이에요. 대학이나 얼른 가면 좋았을 거예요.
저는 다음 해에 대학에 갑니다. 점쟁이 말은 묘하게 맞아떨어지는 것 같았어요. 결혼은 늦게 한다는 말은 까맣게 잊고 지냈어요. 신나는 연애를 했거든요. 7년의 연애를 했던 친구가 있습니다. 좋은 친구였어요. 그래서 걱정을 안 했습니다. 때가 되면 당연히 결혼을 할 것 같았어요.
그런데 어느 날 연애는 번개처럼 막을 내렸습니다. 저는 신림동 고시촌에 있었어요. 당연히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공부했어요. 당연히의 마음을 안으채 5년이 흘렀습니다. 하다 하다 안 돼서 대학원도 가보았어요. 미련을 못 버려서 고시촌을 기웃거리다가 몸과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렇게 귀향. 고향인 제주도로 돌아오게 되었어요.
지금부터는 고향으로 돌아온 후의 이야기입니다. 이제는 시집가겠지? 하는 부모님의 기대를 등에 업고 이제는 나도 가야지. 하는 체념의 마음을 가슴에 품은 한 여자의 소개팅 연대기예요. 엄마가 어느 날 저를 물끄러미 보다 말합니다.
얼마나 늦는다는 걸까?
응?
도대체 얼마나 늦는다는 거냐고. 점쟁이가 늦게 한다고는 했지만 이렇게나 늦을 일이야?
엄마는 정말이지 의문이라는 표정을 짓습니다. 저도정말이지 모를 일이야 하는 표정을 짓습니다.
아 여기서 잠깐. 저는 심리상담사가 되었어요. 마무리하지 못한 대학원을 이리저리 기웃거리다가 천직을 발견했습니다. 사람의 마음에 대해서 알아간다는게 재미있었어요. 그리고 사람에 대한 이해는 이후에 하게 된 50번의 소개팅으로 촘촘해졌음을 고백합니다.
50번의 소개팅에도 남편을 얻지 못하여 글이라도 얻어볼 테야 하는 마음으로 기록합니다.
소개팅 연대기가 시작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