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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희 May 27. 2024

유산

라이프스타일을 닮다

하루의 마무리는 언제나 한밤중

엄마는 쓰러져 잠들지 못했다

일하며 다섯 자식 키우기도 버거웠을 날들


서둘러 방을 나선 엄마 뒤에

펼쳐져 있던 일기장

어린 내가 마주친 건 이해하지 못할

엄마의 심정


평생을 불면증에 시달렸던 엄마

한 인간으로 당신의 삶은 무엇이었을지

숱하게 물었던 고뇌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추운 겨울 새벽녘

잠결에 일어난 내가 본 것은

촛불에 의지해 수를 놓고 있던 모습

까만 공단 위로 피어나던 모란


기력 쇠잔 했던 엄마의 또 다른 숨구멍은

작은 꽃밭

이사 가는 곳마다 꽃밭을 만드시던 손길


지금 ‘나는 정원사’다

자수를 놓은듯한 그림을 그리는 정원사

짧아서 더 황홀한 봄

꽃과 나무들이 피어나는 정원에서

마음으로 만나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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