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갈나무처럼 사랑하겠습니다.
무심하디 무심한 나는 떡갈나무입니다.
흔하디 흔한 회갈색 떡갈나무는
잎은 어긋나고 두꺼우며
끝이 둔하게 늘어진 나는
마치 미운 오리 새끼 같이 서있기도 하지만
흔한 산지에서 어디서든지 자랄 수 있는 나는
언제든지 그대가 볼 수 있도록 서있고 싶습니다.
두껍고 거친 나의 잎은
가장자리에 커다란 톱니가 있어
함부로 나를 뜯기엔 부담스럽지만
꽃이 지고 열매를 맺으면서
삶에 있어 없어선 안될 내가 되었습니다.*
그대의 삶에 있어서도
꼭 필요한 내가 되고 싶습니다.
시간이 흘러 나는
더 이상 크지 못하고 늙어갈 겁니다.
나의 몸은 순식간에 썩어 문드러지며
그대의 그림자가 되어드리지 못할 수 있겠지만
이내 무너져 볼품없는 형태로 살아가게 되겠지만
내 몸에선
수많은 버섯들과 벌레들이
즐겁게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때의 마지막 떡갈나무처럼
이내 삶이 썩어 끝나더라도
그대와 함께 숨 쉬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다시 돌아올 날을 기다리며
나의 몸에 노란 리본을 달아주세요*
* 삶에 있어 없어선 안될 내가 되었습니다. : 떡갈나무의 열매는 도토리로, 잎은 떡을 쌀 때 쓰는 용도로 수출까지 하고 있다.
* 떡갈나무에 노란 리본을 달아주세요 : '토니 올랜도의 - Tie A Yellow Ribbon Round The Ole Oak Tree' 팝송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