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ocolate Blossom Mar 11. 2016

나는 "청춘 프리랜서"입니다.

'나 다운 청춘'을 위해 '청춘 프리' 선언했습니다! 

1,876,588.


  초록창 검색창에 '청춘'이라는 단어를 검색해 보았다. 단어를 검색하기 전에 어떤 결과가 나올까 궁금했다. 예상컨대 가수 '김필'의 '청춘' 노래가 나올까? 아니면 '청춘'의 사전적 의미? 등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 외에도 브런치에서 쓸 글을 위해  '청춘'에 관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검색을 시작했다. 엔터와 동시에  뜻밖의 화면이 나를 맞이해주었다. 검색 결과는 꽤나 우울했다. 

대신증권 행복 캠페인 - 차근차근 청춘! 너를 응원해. 나는 1,876,588 번째 청춘 응원 검색자다. 

  화면의 내용은 청춘들을 위한 응원의 기부금을 모으는 대신증권의 캠페인이었다. 내 생각대로라면 청춘은 말 그대로 만물이 푸른 봄철처럼 맑고 행복하고 개운한 '청춘'이어야 하는데 적어도 대한민국의 청춘은 시작부터 어두운 비구름처럼 우산의 위로가 필요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당신의 '청춘'은 어떠한가?  만물이 푸른 그 시절인지 아니면 그 반대인가?

 그래서 필자는 우울한 청춘이 되기 싫어서 여느 잘 나가는 아나운서처럼(?) '나 다운 청춘'을 위해 '프리'를 선언했다.  정말 나 답게 살기 위해 현실과 쉽게 타협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타협하지 않는 대신 다른 것으로 나를 채우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청춘 프리랜서'로써 몇 가지 고민한 것들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스펙을 쌓지 않겠다.

(이 말은 언어 공부를 하지 않겠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영어나 중국어는 정말 유창하게 하고 싶다. )


  토익이나 자격증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실제로 미국 ETS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2011년 전 세계에서 토익시험을 응시한 인원이 600만 명인데 그중 한국인이 210만 명으로 전 세계 응시자의 무려 40%를 차지한다. 매년 200만 명 이상이 토익시험에 응시하고 있으며 올해는 토익 문제 유형이 개편되는 해로 구(舊) 토익 막차버스를 타기 위해 수강생들은 기숙학원까지 다니고 있는 실정이다. 대한민국은 토익 공화국이다. 그런데 이 토익은 왜 치고 있는 걸까?

인천 주안 토익 스파르타 학원의 모습 - 누구 하나 졸거나 한눈 팔지 않는다. 세상은 그만큼 절박하다.  

  자고로 스펙은 성실함과 노력, 인내를 수치화 한 지표다. 실제로 기업들은 채용 절차상의 편의성으로 토익 점수 , 자격증 수를 확인한다. 그 고통과 인내를 이겨냄을 일일이 확인할 수 없으니 이런 방식을 채택한다. 하지만 이것은 기업에서 원하는 성실함이지 '나 다운 삶'을 살기 위한 성실함이랑은 그 근간이 다르다. 즉 기업에서 원하는 '성실함'에는 '내가 하기 싫은 일이 있어도 묵묵히 닥치고 일 할 수 있는'이라는 앞 문장이 생략돼있다. 그 뜻을 알고 나니 구직활동보단 사람을 만나고, 좋은 책을 읽고, 창업과 관련된 다양한 교육,  프로젝트 진행 등을 해왔었다. 그래서 행복했다. 


  나는 나만의  다른 방식의 '성실함'으로 승부했다. 그렇게 꾸준히 즐겁게 하다 보면 명예나 돈 같은 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즉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성실하게, 꾸준히, 즐겁게' 하는 사람이고 하기 싫은 일은 '요령껏, 현명하게, 도움을 구하며' 해결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스펙을 쌓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기업에서 성실함 : 하기 싫은 것도 잘 참을 수 있겠니? 나의 성실함 : 하고 싶은 일을 즐겁게 성실하게!



나를 몰아세우고 가두지 말자. 


  스펙을 쌓지 않겠다고 결심한 순간 나에 대해서 조금은 관대해졌다. 나는 나를 항상 믿었고 언젠가는 세상에 이름을 떨칠 수 있는 비범한 사람이 될 것이라고 매일 다짐한다. 그렇다 보니 스펙을 쌓고 있는 주변의 사람들이 얼마나 자신들을 옥죄고 있는지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게 상당히 안타깝게 느껴졌다. 


  지금 잠시 글을 보던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가만히 생각해보라. 당신은 오늘 스스로에게 사랑한다고, 고생한다고 이야기해본 적이 있는가? 사는 것이 행복하고 매 순간이 감사한가? 우리 삶에 지천에 감사할 것, 행복할 것, 사랑할 것들이 넘쳐흐르고 있다. 대한민국의 청춘들은 그것들을 즐길 여유가 없다. 연애, 결혼부터 심지어 삶까지 포기한다. 이 글을 보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각자 자신들이 생각하는 목표와 비전을 채우기 위해 스펙을 준비하는 동안 너무나 많은 것들이 강물이 바다로 흘러가버리듯 빠르고 엄청나게 지나간다. 

해가 지는 것을 두려워 하는 별은 없다. 어쩔 수 없는 것들은 이유도 없다 - 동래역에서 바라본 저녁노을


  더 안타까운 것은 그렇게 지나간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스스로 그것들을 차단하고 봉쇄하는 우리들의 마음가짐에 있다. 정규직은 기대도 안 한다. 취직만 되면 좋다. 출산은 무슨 연애도 낭비다. 꿈도 희망도 없는 청춘에게 개천에서 용 나는 법은 스펙이나 쌓으면서 나를 옥죄어 올라가는 수밖에 없다.  


  참다 참다 제 풀에 지쳐 쓰러진다. 원하는 것도 별로 없다. 단지 그냥 남들처럼 결혼하고, 애 낳고, 소박하게 가족들끼리 지낼 집 한 채, 가끔은 기분 전환할 수 있는 여행을 위한 차 한 대. 적당한 생활비면 되는데 그게 진짜 겁나게(?) 힘들다. 힘들어 죽을 것 같다. 먹고살만한 평범한 삶을 사는 것이 목표고 희망인데 그 평범하게 살기 위해서 내가 원했던 주체적인 삶을 남들 앞에서 꺼내놓아서는 안된다. 자신감은 떨어지고 뜻대로 일이 되지 않을 시 좌절하고 일어설 수 없게 된다. 그게 싫었다. 나를 가두는 내 모습이 싫었다.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나라는 존재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싶지 않았다. 공부도 하면 할수록 느는 것처럼 걱정도 스트레스도 계속하면 늘어날 테니까. 

N포 세대의 좌절에 개천엔 '용 울음소리'만 가득하다 - 사진제공 : 국민만평

  

  물론 형편이 어려워 당장 일을 하지 않으면 큰일 나는 청춘들도 있을 테고, 금수저로 태어나 자기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아가는 청춘들도 있을 것이다. 이 글이 모든 청춘을 대변할 순 없을 것이다. 다만 이 글 줄기가 현실에 타협하며 산다는 것이 고민이 되는 사람들에게, 주체적으로 살고 싶어서 조언이 필요한 친구들에게는 어느 정도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청춘 프리랜서로서 청춘일 때 청춘답게 살아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비록 토익 점수 하나 없지만 메신저 친구는 토익 만점에 가까운 친구들이 있으며, 돈은 없지만 언제든지 새로 시작할 수 있는 멘토와 동료들이 있다. 그리고 사랑하는 부모님과 내 동생, 애인도 나를 지지하고 응원해주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고민의 답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것은 나만 그런 것이 아니다. 여러분들도 나 정도의 친구와 사람, 멘토와 동료, 가족과 친구, 애인이 당신을 응원하고 지지하고 있다. 당신도 나처럼 든든한 백(?)이 있다. 걱정하지 말자. 태어남으로써 이미 여러분의 인생은 완료되었다. 살아가는 것이 보너스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한 번쯤은 나답게 나처럼 나스럽게 살아야지 않겠나. 스펙도 쌓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생겼을 때 그 요건이 필요하다면 아마 알아서 스스로 잘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너무 나를 가둬두며 살지 말자. 스스로 가두고 미루다가 아무것도 못하게 될까 겁난다. 청춘은 청춘답게!






글을 쓰고 발행 직전에 다시 검색을 해보았다.  1,438명이 청춘을 더 검색했다. 맘처럼 되는 것 하나 없어서 또는 살아가는게 참 팍팍하고 답답하고 힘들어서 청춘을 검색한 게 아니기를 바라며 글을 마무리 해본다. 






작가의 이전글 해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