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ocolate Blossom Mar 11. 2016

해녀

저승에서 돈 벌어 이승에서 쓴다네

숨  참고하는 일인데, 어찌 살고 싶지 않으랴.

우리는 바다가 직장이자 쉼터다.

나를 태웠던 선장은 혹여나 우리가 올라오지 않을까

우리를 숨죽여 기다린다.


엄마도, 엄마의 엄마도, 모두 다 해녀였다.

이어도 타령이 누구 입에서 나오든 끝은 한 입에서 끝난다.

저승 돈 벌어다 이승에서 쓰는 우리는

앞으로 얼마나 저승에 왔다 갔다 해야 그만 갈 수 있을까

영원히 가야 할 저승은 사는 것보단 두렵지가 않다.


물질엔 오로지 나와의 싸움

눈 앞에 머리만 한 전복이 있어도 

숨이 다하면 나와야 하는 인생

미련 없이 우리는 올라가야 한다. 


이제는 숨이 차고 골병이 들어

진통제 알알이 없이는 못 사는 사람이건만

그래도 오늘도 뜯어진 해녀복을 몸뚱이에 욱여넣고

테왁과 망사리를 업쳐메고 떠난다.


구멍 난 해녀복은 좀처럼 엉겨 붙지 않는다. 


* 작가의 해설

해녀의 삶은 인간의 삶과 또 다르다고 느껴졌고, 꼭 글로 남겨보고 싶었다. 저승에서 벌어와 이승에서 쓴다는 표현은 해녀들 사이에서 자자하게 쓰고 있는 표현이다. 26살의 작가에겐 굉장히 충격적인 문구였고, 자극적인 글감임에 틀림없었다. 


또한 해녀의 삶은 치열하게 살고 있는 우리들과 같이 다르지만 또 같게 느껴졌다. 매일 회사에 출근하는 것처럼 그들은 매일 바다에 출근하고 결실을 맺어온다. 힘들고 지치는 일이 있더라도 꾹 참고 이겨내야 하며, 숨을 꾹 참고 전복을 따내야 한다. 그래야 먹여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작가의 이전글 알파고 vs 이세돌 9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