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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colate Blossom Mar 12. 2016

나는 떡갈나무입니다.

떡갈나무처럼 사랑하겠습니다.

무심하디 무심한 나는 떡갈나무입니다.

흔하디 흔한 회갈색 떡갈나무는

잎은 어긋나고 두꺼우며

끝이 둔하게 늘어진 나는

마치 미운 오리 새끼 같이 서있기도 하지만

흔한 산지에서 어디서든지 자랄 수 있는 나는

언제든지 그대가 볼 수 있도록 서있고 싶습니다.


두껍고 거친 나의 잎은

가장자리에 커다란 톱니가 있어

함부로 나를 뜯기엔 부담스럽지만

꽃이 지고 열매를 맺으면서

삶에 있어 없어선 안될 내가 되었습니다.*

그대의 삶에 있어서도

꼭 필요한 내가 되고 싶습니다.


시간이 흘러 나는

더 이상 크지 못하고 늙어갈 겁니다.

나의 몸은 순식간에 썩어 문드러지며

그대의 그림자가 되드리지 못할 수 있겠지만

이내 무너져 볼품없는 형태로 살아가게 되겠지만

내 몸에선

수많은 버섯들과 벌레들이

 즐겁게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때의 마지막 떡갈나무처럼

이내 삶이 썩어 끝나더라도

 그대와 함께 숨 쉬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다시 돌아올 날을 기다리며

나의 몸에 노란 리본을 달아주세요*



* 삶에 있어 없어선 안될 내가 되었습니다. : 떡갈나무의 열매는 도토리로, 잎은 떡을 쌀 때 쓰는 용도로 수출까지 하고 있다.

* 떡갈나무에 노란 리본을 달아주세요 : '토니 올랜도의 - Tie A Yellow Ribbon Round The Ole Oak Tree' 팝송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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