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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우라 고리유 Jan 30. 2024

제52화, 외람되지만 하루에 한 번은 꼭 우세요.

말러 심포니 2번 혹은 9번 아니면 4번이라도 알고 있다면…

 사람들마다 어떤 음악을 좋아하게 된 계기가 각각 있을 것입니다. 제 경우엔 류이치 사카모토. 좋아하게 된 이유는 말러가 너무 화려해서였지요.


말러라는 음악을 좋아하게 된 것은 너무 감동적이어서였어요. 말 그대로요. 평소에 느낄 수 없는 경이로움 그리고 애처로움과 아름다움은 현실세계에서 느낄 수 없는 감정의 범주더군요.


 그래서 말러의 교향곡들을 들을 때면 꽤나 순수해집니다. 하늘을 자주 쳐다보게 됩니다. 이유를 묻는다면, 일단 저와 여러분 사이에 장벽이 하나 있습니다. '말러 교향곡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라는 장벽이요. 제가 좋아하는 곡은 말러 교향곡 2번, 5번, 9번입니다. 여기에 더 상세한 설명을 써야 한다면 쓰겠지만, 쓰지 않겠어요. 이것이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니까요.


 제가 쓰고 싶은 내용은 이런 겁니다. 생각보다 감정의 폭이 적은 세상에서 살고 있구나, 하는 점입니다. 회색도시에 회색인간이란 소리지요. 우리는 서로 상처를 주지 않으려고 조심하고, 매너를 챙기면서 조심조심 살려고 안간힘을 쓰잖아요. 그런 가운데서 어떻게 말러의 음악처럼 처연하고 격정적이고 터무니 없게 슬픈 그리고 경이로운 행복의 순간이 올까요. 저는 아직 느껴보지 못했습니다. 여러분도 그렇지 않을까요.


인간으로 태어났지만 느끼지 못하는 감정대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걸 깨달은 이상 클래식을 벗어나기가 힘들더군요. 앞서서 언뜻 흘렸던 것 같은데요. 클래식은 가사가 없기 때문에 그 공간을 온전히 청취자가 다 담을 수 있어요. 각자의 사연과 상황들로 채울 수 있다는 말이에요.


그러니 저는 항상 말러를 들으며 눈물을 글썽거립니다. 매일 들으니까 눈물을 흘리진 않을 정도로 동공이 건조할 틈이 없죠. 특히 겨울 같은 계절엔 참 좋은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러다 문득 말러가 굉장히 큰 블록의 감정선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더 쉽게 말하자면, 감정이라는 것을 블록으로 규격화하는 건데요. 3x3x3 짜리가 있고 10x10x10 짜리가 있는 셈이에요. 말러는 후자에 속하고요. 고렇기 때문에 세밀한 감각을 느끼기는 어렵다는 얘깁니다. 말하자면 그런데, 와닿았는지는 모르겠어요.


이런 와중에 류이치 사카모토가 작업했다는 영화 <괴물>을 보게 됩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최신작인데요. 그의 스코어가 상당히 내밀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유명한 작곡가라는 건 알았지만 절대 제 취향일지는 몰랐거든요.



그런데 말러에 지치다 보니까 피아노 한 대로 승부를 보는 음악가가 필요했다는 것을 제 스스로 깨닫게 된 거예요. 류이치 사카모토의 스코어를 챙겨 들으면서요.


말러를 들어도 울컥했지만, 사카모토의 간단한 피아노 곡은 차원이 좀 다른 것 같더군요. 한 사람의 내면을 깊게 파낸 것 같았어요. 큰 사이즈의 음악을 말러가 했다면, 점점 작은 사이즈의 음악을 류이치사카모토가 하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드네요.


내용이 점점 옆으로 새어 나는 것 같아서, 지금 다시 본류로 흘러가도록 조정을 해보겠습니다.


 사람마다 느낄 수 없는 감정대가 존재한다는 걸 인식해 버리는 순간, 세상이 조금 달라 보일 거예요. 제가 많은 경험을 한 것은 아니지만 이런 개념이 참으로 많은 부분을 보여주게 하더라고요. 슬픔의 색감, 기쁨의 고도, 아픔의 거리, 고독의 깊이 등과 같은 거요.




 만약 제 방식대로 따라오셨다면, 분명히 여러분 마음속으로도 굉장한 변화를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클래식을 들으면서 혹은 사카모토의 스코어를 들으면서 위로를 받을 수도 있을 겁니다. 혹은 비장함 혹은 신비로움을 느낄 수도 있겠죠.


 저는요. 요즘은 슬픔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느끼네요. 이들의 음악에는 그런 게 묻어있어요. 콧물처럼 멈추지 않고, 줄줄 묻어납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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