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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준식 Jul 11. 2023

자연스럽게 시작한 리빙랩, 운명적으로 시작한 DIT

[MyBizStory(6)] with 'Orot Company' 5편

[관련 글]

       [MyBizStory(4)] with 'Orot Company' 3편: DIT 이야기를 시작하다

        https://brunch.co.kr/@ventureman/51/


       [MyBizStory(5)] with 'Orot Company' 4편: DIT! 참 좋은데 이야기 풀어가기 애매하네

        https://brunch.co.kr/@ventureman/52



기억의 흐름대로 적어나가다보면 잊고 있던 것들이 계속 떠올라 더 길어진다. 1편으로 끝날 것 같던 DIT 책만들기 이야기가 3회째 이어지고 있다.


홍천에서의 시간은 나에게 새로운 계기가 되어 주었다. 누구에게 필요한 책이어야 할까 중간결론이 나왔다. 


우수사례, 성공사례만 피상적으로 바라보며 DIT를 쉽게 보는 이들이 현장과 현실을 인지하고 '기획-실행-지속'의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하도록 돕는 책이어야 한다는 거였다. 그렇다고 해서 비판적으로만 보고 DIT가 지닌 가치, DIT 과정에서 얻게 되는 리빙랩과 커뮤니티 디자인의 기회를 포기하게 해도 안 된다. 정리하고 나니 뭔가 보이긴 했지만, 말은 정말 쉬운 거다. 이걸 어떻게 작은 책 한 권 안에서 도드라지게 할 거냐고???


한편으로는 실리의 문제도 고려해야 했다. DIT 책을 만들고 나서 이게 <오롯컴퍼니>에게 어떤 이점을 가져올거냐? 이 지점은 정말 고민이 되었다. DIT는 도시재생시민대학에서 하는 집수리 교육과는 결이 다르고, 가꿈주택 집수리사업과 같은 용역 사업의 대체품목도 아니다. 행위가 목공과 집수리인 거지, 목적은 리빙랩이나 커뮤니티 디자인이어야 한다. 따라서 이를 비즈니스화 한다는 것은 리빙랩 또는 커뮤니티 디자인을 목적으로 한 지자체 및 중간지원조직의 용역 형태거나, 이런 노하우를 전수하는 교육이어야 하는 거다.


이런 용역이나 교육의뢰가 있다 하더라도 이를 수행할 전문가 집단과 기술자가 없으면 소위 '납품'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전문가 집단은 '시공'을 모르고, 기술자 집단은 리빙랩이나 커뮤니티 디자인의 '전략'을 모른다. 파면 팔수록, 비즈니스 차원에서는 '계륵'이 아닐 수 없었다. 


한때 <오롯컴퍼니>에는 이런 일을 능동적으로 함께 수행할 수 있는 멤버와 크루가 있었지만, 내가 합류한 2022년은 <오롯컴퍼니>에게 시련이 닥친 시기라 솔루션을 만들기가 매우 어려웠다. 이전에는 어정쩡한 의뢰가 들어와도 멤버들을 중심으로 크루들의 지원을 받아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었으니, 이제부터는 전문가와 숙련공들에게 제대로 된 품삯을 제공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게 주어진 예산과 명목으로는 해결하기가 어려운 점이 많았다. 그 사유를 일일이 이야기하다가는 지자체나 중간조직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수도 있으니 더 말하지 않겠다. 행정에서 진행하는 규정은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고 국민의 세금은 허투루 쓰여져서는 안되니 말이다.


그럼 어떻게 풀 거냐? 결국 DIT가 일종의 문화가 되게 해야 하는 것 뿐이다. 행정, 중간지원조직, 활동가, 예술가, 로컬크리에이터, 소상공인, 주민들 등 다양한 공동체 구성원이 참여하다보면 현실적인 대안을 낼 수 있을 것이다.


조금 설명이 복잡해질 거 같은데 이야기는 2018~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롯컴퍼니>가 '옥.반.지 프로젝트'를 실행하던 시기였는데, 이는 옥탑, 반지하, 지하창고를 청년들의 창업공간, 생활공간, 공유공간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캠페인이었다. 


당시 영화 <기생충>이 세계적으로 히트치며 갑자기 반지하가 화제가 되던 때다. 반지하에 대한 취재가 치열해지면서 '옥.반.지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오롯컴퍼니>도 방송사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유명세를 치르긴 했지만, 그 자체가 기업과 대표자에게는 또다른 부담인데 이 이야기는 언젠가 다시 이야기할 날이 올 듯하다.) 


한번은 EBS에서 반지하 작업을 취재하러 왔다가 담당PD가  마침 진행중이던 반지하 작업공간에서 곰팡이를 연구하는 것을 유심히 본 거다. 그게 더 재미있겠다고 취재하고 가 '곰팡이 연구소'가 본격화된다. (나름 기업부설연구소이며, 이 '곰팡이 연구소'가 현재 진행중인 '나무젓가락 프로젝트'로 이어지고 있는데, 이 또한 반드시 다른 장에서 다시 이야기하게 될 것이라 넘어간다.) 심지어 서울시에서 이런 작업을 하는 사회적기업으로서의 가치를 알아보고 <오롯컴퍼니>가 신청한 지원사업에 1억 원의 자금까지 줄 정도였다.


이미 확보한 반지하를 손질하는 데서 출발했다. '곰팡이 연구실'이라는 이름을 붙임으로써 리빙랩이 된 셈이다.


상황 설명을 위해 조금 돌아오긴 했는데, '옥.반.지 프로젝트'의 과정 속에 공개적으로 'DIY함께만들기'를 제안했는데, 그게 이종건 대표가 기획한 최초의 DIT였다. 어차피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하는 반지하 작업인데, 이를 교보재로 활용하면서, 시민들이 거점공간을 조성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만들기 위한 리빙랩을 기획한 거였다. 감사하게도 여성들로 이루어진 그룹이 참여해 반지하 작업을 함께함으로써 집수리에 필요한 기초적인 시공을 배우고 갔다. 


이분들께 감사할 수밖에 없던 이유는 3가지다. 첫째, 이런 프로그램에 관심갖는 분들로서 청년과 여성에 대한 재발견이다. 청년층이 3D직종을 피한다는 선입견이 있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해줬고, 건설현장 인력에서 차별받는 여성들에 대해 인식을 새로이 해 시공교육과 방법에서 어떤 점이 중요한지를 찾게 했다.


둘째, 이들이 와줌으로서 DIT 기획을 위한 시뮬레이션이 가능해졌다. DIT 진행시 참여자의 숙련도에 따라 어떻게 팀을 구성할지, 안전관리는 어떻게 할지, 일감을 어떻게 배분해야 교육이 이루어지면서도 일정한 공정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방안이 도출되었다.


셋째, 이들과는 나중에 2019년 가을 군산에서 열린 다른 DIT 현장에서 만나는 인연이 된다. 커뮤니티 디자인으로서의 DIT가 어떻게 작동되는지, 나아가 현재 새롭게 결성하고 있는 '어반게릴라즈'에 대한 희미한 밑그림이 그려지게 되었다.


'DIY함께만들기'에 참여한 여성시공자를 교육하면서 DIT와 시공교육에 대한 기초콘텐츠가 축적되었다.


이는 <오롯컴퍼니> 설립의 목적과 초기에 겪어왔던 과정과도 관련이 있다. 군 전역 후, 꽃이 아름답게 핀 상도동 마을에 정주하기로 마음먹은 이종건 대표는 마을이 지닌 가능성을 보며 활동가로 뛰어들었다. 그러면서 활동가들이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방법으로 기업의 형태로 비즈니스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거다. 따라서 DIT는 여러가지 활동과 비즈니스의 일부일 뿐, 주된 비즈니스 아이템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여기에 지나치게 매몰되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곤란했다.


경험과 정보의 공유를 통해 분업과 협업을 원활하게 하고, 나름의 DIYer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 다양한 시민사회 분야가 참고하도록 만드는 것 등등... 책 속의 콘텐츠가 전해져야 할 곳과 대상은 많았다. 그러다보니 내 입장에선 정말 많이 난감했다. 작고 얇고 저렴한 책자의 형태로 패스트 퍼블리싱을 해내고자 했는데, 그래선 안 될 일이었다. 사진 자료도 많이 넣고 면도 증면하고, 제작 일정도 빠듯하고 그랬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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