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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준식 Jul 09. 2023

DIT! 참 좋은데 이야기 풀어가기 애매하네

[MyBizStory(5)] with 'Orot Company' 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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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yBizStory(0)] 새 연재를 위한 프롤로그: 언젠가 『망하지 않는 창업2 』를 쓰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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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yBizStory(1)] with 'Orot Company' 1편: 이종건 대표와의 첫 만남

        https://brunch.co.kr/@ventureman/48


       [MyBizStory(2)] with 'Orot Company' 2편: 함께 떠난 태백

        https://brunch.co.kr/@ventureman/49/


       [MyBizStory(4)] with 'Orot Company' 3편: DIT 이야기를 시작하다

        https://brunch.co.kr/@ventureman/51/




사실 9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DIT 이야기는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나름대로는 더 이어지는 이야기를 계획하고 있었다. 첫 3편은 DIT에 관심갖는 기업활동을 하고 있는 이유에 초점을 맞췄고, 나머지 6편의 에피소드는 DIT 기획의 과정에 대해 다뤘다. 이어지는 이야기는 실제 DIT 참여자들의 이야기를 수록하고 싶었다.


추가 섭외가 필요한 일이라, DIT 관계자나 참여자들에게 연락해 취지를 설명하고 함께하기 위한 과정이 필요했다. 취지에는 다들 동감했지만, 각자의 일정을 맞추고 뭔가를 조율하는게 원활하지 않아 잠시 멈췄는데 그게 영원히 멈추게 된 요인이었다. 이번 회에서는 짧고 굵게 그 이야기만 해보고자 한다.


우선 결론부터 딱 잘라 말하면, DIT는 'Do It Yourself'의 복수형으로서의 'Do It Together'가 아니라서다. 여기서 오는 착각과 오해가 DIT를 DIT로 만들지 못하고 있어 DIT가 마을의 문화로 정착하는데 어려움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 경험해 본 관계자와 참여자들의 이야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또한 결론에 조금 앞서야 할 말을 하자면, DIT는 공동체를 이루어가기 위한 정교한 커뮤니티 디자인 방법론이면서, 공동체의 문제점과 공간을 창의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리빙랩의 과정이다. 그러니까 진짜루 정말루 매우매우 좋은 거다. 좋긴 좋은데, 설명을 제법 잘 하는 나조차도 어디에, 얼마만큼, 누구에게 좋은지 설명하기가 어려웠다.


근본적으로는 이런 오해 때문에, 주어진 예산으로 완성하기 어려울 때 사용하는 응급처방처럼 활용되거나,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진행하는 또다른 버전의 마을축제나 이벤트처럼 굴절되는 것처럼 보였다. 이런 방식은 결국 미봉책으로 끝난다. 공개적인 DIT 기간 중에 목표한 바를 달성하지 못해 미완성된 결과물 투성이로 끝난다. 별로 새롭지도 않은 과제를 더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돈은 돈대로 더 들고, 기간은 더 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모두가 모여 다같이 만들었으니 유지보수의 책임소재도 슬쩍 사라져 버린다.


또 2~3일의 짧은 기간 동안 뭔가를 한다고 해서 초짜가 금방 숙련된 작업자로 변신하지 않는다. 즉 DIT가 인건비를 줄일 수 있는 획기적인 예산절감책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처음부터 충분한 예산을 편성했어야 했거나, 전문가나 업자를 불러 해결하는게 나았거나, 정 그것도 아니라면 차라리 시공을 최소화하고 당근마켓에서 기증하겠다는 기성품이나 상태좋은 중고물품을 가져다 놓는게 해답이다. 


대안없이 비판하거나, 대책없이 좋다고 칭찬하는 건 무책임한 행동이라 생각했다. 다른 매체나 저널리스트들이 어찌하든 나는 그래서는 안 되겠다. 따라서 대담 콘텐츠를 수록해 나가면서 뭔가 새롭고 신선한 활동을 시도해 공동체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취지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걸 깨달았다. 


한편으로는 비슷한 시기에 <건축공간연구원>에서 DIT와 관련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었고, 조만간 보고서의 형태로 출간될 것 같아 콘텐츠의 차별성은 물론, 상호보완성을 띄는 바로 옆 트랙을 달려가는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관계자나 참가자의 입장에서 경험해본 DIT 이야기, 성공담과 실패담도 같이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그러나 모든 일은 끝맺음이 있어야 하는 거라, 기간을 더 질질 끌 수는 없어서 이 즈음에서 종료하고, 추후 DIT에 대한 수요가 더 커지면 시즌-2의 형태로 가기로 하고 우선 매듭을 지었다. 원고를 정리하고 자료를 보강해 단행본화하는 작업을 하려면 시간이 적잖이 필요할 것 같아서다. DIT 혹은 DIT에 준하는 일에 참여해볼 수 있는 기회도 필요했다. 나 자신도 참여해 좀 더 지근거리에서 관찰하고 체험해볼 필요도 있었다. 


그런시기가 오길 바라며 우선 원고부터 틈틈이 정리했다. 항상 이런 일을 할 때마다 동일과정을 반복하는 거지만, 녹취록 정리 작업은 절대시간을 요구한다. 왕도가 없다. 게다가 백내장으로 오른쪽 눈이 점점 침침해지고 있어 원고 작업이 편치 않았다.


그러던 중 기회가 왔다. 오롯컴퍼니로 홍천 신장대리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쪽에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집수리 교육을 진행해보자는 연락이 온 거다. 당시 신장대리센터 실무자는 변일영 팀장이었는데, 이종건 대표와의 여러 차례의 회의를 거쳐 DIT의 형태로 풀어가기로 했다. 나는 쾌재를 불렀고, 여러가지 복잡한 일정 중에도 시간을 쪼개 신장대리를 방문했다.


우선 주민들과 친해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도시재생시민대학으로 첫 만남을 가졌다. 이종건 대표와 공동으로 사회적기업 사례와 더불어 로컬창업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홍천 도시재생 관계자, 주민들에게 다가갔다. 이후 기획회의 단계에도 참여해 뒷풀이 자리까지 만들며 조금은 사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며 마음을 여는 시간을 가졌다. 수주 지나 본격적인 프로그램이 시작되었고, 그 과정에서도 틈날 때마다 얼굴을 비추고 대화를 나누고 사진을 찍었다.


이런 방식은 취재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상당히 비생산적이고 무모한 방법이지만, 그래도 좋았다. 그게 나의 저널리즘이기도 했지만-가급적 당사자들 사이로 들어가는 직접저널리즘의 방식를 선호한다- 그간 내가 이해한 DIT이기 때문이다. 주민들 사이에 들어가지 않고 무슨 리빙랩이겠나? 커뮤니티 디자인도 마찬가지... 사실 망치와 톱만 안 들었을 뿐, 아카이빙에 임하는 나 자신도 리빙랩의 일원이고 커뮤니티의 일원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닐까 싶었다.


돌이켜 본다면 홍천에서의 시간이 DIT 책을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주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론과 실재를 공존시킨다는 점에서는 감춰진 의미를 찾는 시간이었고, 나 스스로는 나 자신을 칭찬해주지 않을 수 없었다.  홍천을 오가며 먹고 자는 비용, 사람들 만나 밥 사고, 술 사며 쓰는 시간과 비용 등이 적지 않았지만... 흐흐흐.  (계속)


고물상에서 쓸만한 폐자재를 찾아 리폼을 해보기로 했다. 회를 거듭할수록 여성 참가자들 열심이었다. 나머지 공부를 하겠다며 주말에 교육공간에 다시 와 실습을 반복하는 분도 있었다.


신장대리현장지원센터에 매우 협조적인 주민으로, 전통시장에서 건어물을 팔고 계신다. 독립출판으로 만든 졸저를 선물드렸는데 너무 좋아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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