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BizStory(1)] with 'Orot Company'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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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BizStory(0)] 새 연재를 위한 프롤로그: 언젠가 『망하지 않는 창업2 』를 쓰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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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롯컴퍼니> 이종건 대표와의 만남은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서울 강동구의 어느 기관으로부터 청년들을 위한 로컬 창업에 대한 강의요청을 받았는데, 강동구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난 후 강의를 진행하고 싶었다. 강의 1개월 전, 2주 전 2차례 사전답사를 진행했고, 내가 말하고자 하는 논지를 보충할 근거는 확보했지만, 왠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리의 풍경 이야기에 녹아 들어간 객체화된 강동구를 이야기하는 정도로는 창업자로, 활동가로 첫발을 내딛고자 하는 강동구의 청년들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싱싱한 고기를 잡아 회를 떠서 주고 싶은데, 대형마트에서 재고처분 세일할 때 나오는 생선통조림을 재료로 사용하고 싶지 않았다.
강동구에 소재한 청년기업이며 기업가정신이 강한 창업자를 만나 그가 경험하고 있는 생생한 강동구 비즈니스 모험기를 듣고 강의하고 싶었다. 이 일이 이종건 대표와의 만남을 성사시키게 된 결정적 계기였다.
우리는 이미 페이스북을 통해 연결되어 있었고 가끔 댓글로 덕담을 주고받는 사이였다. 그러나 이번처럼 뚜렷한 목적을 지니고 만나려니 쉽지 않았다. 이종건 대표도 시공과 강연 등으로 전국을 누비고 다니는 인물인데다, 나 또한 취재와 보도, 외주용역 등으로 시간을 맞추기가 만만치 않았던 때였다. 결국 약간 강압적으로 억지 만남을 종용했고, 저녁식사 약속을 핑계로 강의 2시간 전에 첫 만남을 가졌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로선 첫 만남이 유쾌하진 않았다. 페이스북으로만 알고 있었을 때는 류승룡 배우와 유병재 작가를 합쳐놓은 듯한 이미지만으로 유추해 낙천적이고 코믹한 캐릭터일줄 알았다. 그러나 현실에서 그와 조우하는 순간 날카로운 눈빛 속에 강한 상승심이 엿보이는 거다. 강의 소재로 쓸 ‘싱싱한 횟감’이 필요했던 나는 쾌재를 불렀다. “도 아니면 모”로 승부를 걸기로 하고 더 강하게 부딪혀 보았다. 나에게 주어진 2시간 동안 최대한 보여줄 수 있는 강동구를 요구했다. 그게 주요했는지, 우리의 2시간은 평소의 5시간보다 알차게 돌아갔다.
잰 걸음으로 전통시장 1군데를 답사하고, 그 시장 안쪽의 청년상인이 운영하는 음식점을 방문해 ‘주인장 맘대로’ 스타일의 특이한 저녁식사를 즐기는 동안 재빨리 그를 인터뷰했다. 이후 <오롯컴퍼니>가 시공한 카페에 방문해 공간과 가구를 관찰했고, 테이크아웃한 커피를 들고 강동구의 거리를 가로지르며 빠른 속도로 대화를 이어나갔다.
생각보다 죽이 잘 맞으니 호승심이 계속 발동했다. 아예 이종건 대표를 내 강의를 위한 보조강사처럼 동석시키자는 짖꿎은 생각마저 들었다. 그에게 강의를 요청한 기관 담당자를 소개시켜 주겠다며 끌고 가 인사시키면서 은근쓸쩍 얼렁뚱땅 자리에 앉혔다.
여기에 한 술 더 떠 청년 예비창업자들을 함께 멘토링까지 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웬걸? 스스로 “우리 오늘 처음 만난 거 맞아?”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서로 쿵짝이 잘 맞는 거다. 각자의 관점을 서로 보완해주거나, 대척점에서 맞서며 반대 논리로 접근해가기도 하고, 급조된 복식조 치곤 상황을 너무 잘 풀어 나가고 있었다.
한편, 나의 장난기는 더 발동하고 말았다. 여기서 끝나면 재미없다고 생각해 좀 더 괴롭혀보기로 마음먹었다. 뒷풀이로 치맥하자고 기관 담당자들을 은근슬쩍 끌어들인 다음 이종건 대표가 거절하지 못하도록 만들어 연장전에 들어갔다. 여기서도 우리는 한 팀이 되어 도시와 로컬과 창업과 창업자, 마을활동가의 세계에 대해 장황하게 이야기를 풀어냈다. 지금 생각해도 믿어지지 않지만 이 모든 게 첫 만남에서 벌어진 일들이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