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준식 Jun 28. 2023

함께 떠난 태백

[MyBizStory(2)] with 'Orot Company' 2편

이전글:
       [MyBizStory(0)] 새 연재를 위한 프롤로그: 언젠가 『망하지 않는 창업2 』를 쓰기 위하여
        https://brunch.co.kr/@ventureman/47

       [MyBizStory(1)] with 'Orot Company' 1편: 이종건 대표와의 첫 만남
        https://brunch.co.kr/@ventureman/48


이후 여러 가지 바쁜 일들이 동시에 몰려와 잠시 <오롯컴퍼니>와 이종건 대표를 잊고 지냈다. 그러다 2021년 여름 2가지 계기로 이종건 대표와의 만남을 이어가게 되었다. 첫 번째는 어느 로컬 기업 대표가 그와 나의 관계의 깊이는 모른 채 서로 돈독한 기업이 되라며 특별히 소개한 덕분에 인사차 다시 연락하게 되었다. 두 번째는 한창 핫이슈가 된 ESG에 대한 취재를 구상하면서 꼬리에 꼬리를 이은 생각과 질문에 대답해줄 사람을 찾으면서 부터다.     


당시 내게는 어느 독자로부터 “소상공인과 스몰비즈니스에 종사하는 이들에게 적합한 ESG 이야기를 해달라”는 리퀘스트를 받아 ESG를 학습하기 시작했던 터였다. 그 과정 속에 내가 찾는 내용이 UN SDG’s(UN 지속가능개발목표) 중 11번째 목표인 ‘지속가능한 도시 및 거주지 조성’과 깊은 관련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중에서도 내가 주목하고 있는 주제 ‘로컬 창업’은 도시 공동체 안에서 어떻게 함께 먹고 살거냐와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었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공동체 구성원인 주민 스스로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창의적으로 발상해갈 수 있을까 몹시 궁금했다.     


해서 첫 번째 이유를 핑계로 오랜만에 약속을 잡아 만남을 가졌다. 로컬, 지역재생, 주민공동체 등의 복합적인 화제로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았고, 그나마 가까운 거리에 있는 사람이 이종건 대표였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기나 긴 난상토론으로 도시와 공동체에 대한 이야기하다 우리 두 사람의 화제는 태백으로 집중됐다.(태백을 가자고 서로 말하게 된 각각의 사정과 사연은 정말 재미없는 내용이라 과감히 생략한다) 결국 나의 취재여행에 동참해주는 MT의 형태로 1박2일간 태백행을 계획했다.     


오가는 거리가 상당해 1박2일 일정에 담기엔 무리한 스케줄이었지만, 워낙 잔뼈가 굵은 나와 그인지라 의외로 여러 사람들을 만나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협동조합 <망치> 이진혁 대표, 협동조합 <화신촌사람들> 김호연 이사, <무브노드>로 더 잘 알려진 <널티> 김신애 대표, <태백시도시재생지원센터> 권상동 센터장 등으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덕택에 지역재생과 주민공동체의 중요성, 청년귀촌과 창업에 대한 생각을 재정립하고 잘못된 고정관념을 환기시킬 수 있었다.

     

태백 장성 탄탄마을 골목길 투어 중에...


메이커스페이스 비판과 반론에서 출발한 정주(定住) 개념


이밖에 지역재생을 위한 노력으로 형성된 몇몇 스팟을 들르기도 했는데 나에게 가장 와 닿은 곳은 장성 탄탄마을 집수리지원단 공간이었다. 처음에는 이 공간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앞섰다. 그간 관이 주도해 만든 창업 지원공간 중 메이커스페이스들을 돌아다니며 비판적인 시각일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한때 유행처럼 갑자기 메이커스페이스가 늘어났는데, 막상 소문 듣고 가보면 보유하고 있는 장비와 시설이 천편일률적인데다 제대로 된 제작지원을 받기가 애매했기 때문이다. 입문자에게는 과분할 정도의 장비들이지만, 실제로 시제품을 제작하고 싶은 하드웨어 스타트업에게는 이런 메이커스페이스는 무용지물인 경우가 있어서였다.     


예를 들어 시제품이나 반제품, 부품을 만들자면 몇 가지 공정을 거쳐야 하는데, 한 군데의 메이커스페이스 진행하기가 어려울 때가 종종 발생했다. 이는 정부예산을 받아 메이커스페이스를 조성하다보니 오는 문제였다. 장비구입을 위한 추가예산이 집행되기까지 새로운 장비를 도입하지 못하는 거다.     

이런 문제는 네트워킹을 통해 인접한 메이커스페이스에 있는 장비리스트를 확보하면 해결할 수 있지만, 이런 문제 해결이 이루어지려면 1차 병원이나 2차 병원과 개념과 같은 메이커스페이스 설치·운영에 대한 규범이 있어야 하는데, 이런 것까지 섬세하게 콘트롤할 수 정도로 돈줄을 쥐고 있는 곳들의 사고가 유연하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이를 메이커스페이스 내부에 장비 운용뿐 아니라 제작에 도움을 주는 숙련된 매니저가 존재하지 않는 것도 무시하지 못할 문제점이다. 초보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클래스, 장비의 관리에는 무난한 역량이지만, 비즈니스 파트너 역할을 해주자면 공장장 수준의 숙련도와 컨설팅 능력을 갖춰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매니저들이 단기 계약직으로 채용되는 상황 속에서 너무 큰 기대를 해서는 안 되는 현실이다.     


이에 따라 안 그래도 인구가 격감하고 있는 태백 장성 마을인데, 주민들의 역량이 이런 공간을 자치적으로 운영하며 노후된 집수리를 지원할 정도의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 의심된다는 비판을 늘어놓게 되었다. 지금은 도시재생지원센터가 있어 예산과 인력이 주어지니 어찌어찌 운영되겠지만, 도시재생지원센터는 한시성을 지닌 기관이기에 센터가 사라지고 나면 결국 이 또한 방치되며 마을을 대표하는 새로운 흉물이 될지 모른다고 말이다.     


이런 나의 장황한 비판에 대해 이종건 대표의 반론이 시작됐다. 그렇게 되지 않게 하는 게 도시재생의 본질이라고 말이다. “도시재생의 깊은 의미는 주민 스스로 자신이 사는 도시에 관심을 기울이고, 성숙한 주민의 역량으로 도시를 재생해 나가는 것”이라 설명했다. 이를 위해 도시재생지원센터는 주민들의 역량을 끌어내는 역할을 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는 것이지 건설사나 시행사가 아님을 깨우쳐줬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종건 대표와의 첫 만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