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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ewha Feb 03. 2021

잔뜩 흐린 날

회색 구름 가득 찬 마음에 바람 한 숨 더하니

뭔가가 갑자기 툭 하고 끊어진 것 같았습니다.

눈물이 한 방울씩 나오더니 멈추지를 않았어요.

코와 눈 사이 어딘가에 우물이 있는 것 같아요.

자꾸 부풀어 올라요. 공기가 차 오르나 싶었는데 어느새 눈물이에요.

호흡을 고르고 진정하려고 해도 다른 생각을 하려고 해도 금방 차오르는 것이에요.

슬픈 생각을 하는 것도 아닌데, 생각할 겨를도 없는데 눈물이 자꾸만 흘러서 몸이 슬픈 상태가 되었어요.

콧물도 나오고 눈물도 나오고 이제는 얼굴 쪽이 아니라 가슴께에서 길어 올리는 물 같아요.

눈이 퉁퉁 붓고 코도 빨개요.

머리가 띵하고 목구멍 근육도 뭉치는 기분이에요.

눈물이 턱 끝에 맺혔다가 가슴을 적시니 차갑고 축축 해요. 계속 흘러내리는 눈물만 문제인 줄 알았는데 참으려고 애를 쓸수록 몸이 굳어지는 것 같았어요. 소리를 내서 터뜨려야만 끝이 날 것 같은 기분 아시죠?


그래서 소리를 내 보았습니다.


허허 어어 으으

하아 아아 이이


소리와 함께 물길이 거세졌어요.

줄줄줄줄

턱 끝에서 가슴으로 배로


띵한 머리로 물을 한 모금 들이키는데 마신 물이

곧 다시 눈물이 될 겉 같더라고요.


작은 들숨 여러 번 흐흐흑 마시고

후 우우우~ 천천히 내뱉는 동안 확실하게 느껴졌습니다.

내가 울고 있구나.


차라리 잠이 들자 싶었습니다.

옆으로 누워 눈을 감았는데


감은 눈 사이로 또 슬픔이 들어 차오르는 거예요.

하나 둘 셋 숨을 몰아쉬며 진정하려고 했는데

앞이 뿌옇게 눈물이 어른거리니 그게 또 슬퍼서 다시 콧구멍에 힘이 들어가요.

이대로 영원히 눈물이 마르지 않으면 울다 죽겠구나 싶었어요. 눈두덩이가 짓무르고 입술이 말라서요.


기진맥진하여 누워서 베개를 적시다가

이내 아쉬웠습니다.


너무 빨리 끝나 버리지 않았으면 해서요.

비바람이 불고 폭풍우가 몰아치는 지금이 너무 쉬이 가지 않았으면 해서요.


아주 매섭고 아주 고통스럽게 끝장을 봤으면 해서요.

가슴 어디께 얹혀있던 불 응어리 다 소화되고

머릿속 찌꺼기들까지 모조리 날려 보내고 씻겨 보내고

바싹 마른 몸으로, 정신으로

말갛게 개인 다음날을 맞이할 수 있게요.

너덜너덜 해진 마음 한틈한틈 더듬어보며 깁고 다리고 하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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